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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보험 들면 음주사고 감형"…40년 '특례' 논란

<앵커>

교통사고를 일으키더라도 종합보험에 가입돼있기만 하면 처벌받지 않거나, 형량을 줄여주는 법 조항이 있습니다. 자동차 종합보험 가입을 독려하기 위해 40년 전에 만든 건데, 지금 현실과는 맞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박재현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 서대문구의 한 햄버거 가게 앞.

엄마를 기다리던 6살 아이가 음주 차량이 낸 사고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종합보험 가입자 감형 법 조항 문제

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기준을 훌쩍 넘는 0.144%였는데 가해자는 징역 8년을 선고받았습니다.

[6살 아이 유족 : (형량이) 너무 낮게 나와서 희망이 없습니다. 하나도 잘못이 없는 아이가 대낮에 음주 차량에 치여서 이렇게 허망하게 하늘 나라로 갔는데….]

갑자기 끼어든 승용차 때문에 버스에서 굴러 전신 마비가 된 여고생.

승용차, 버스 사고 피해 여고생

평생 전신 마비가 회복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사고 원인을 제공한 승용차 운전자에게는 금고 1년이 선고됐습니다.

[피해 여고생 아버지 : 우리가 합의 안 해도 (가해자는) 1년 있다가 (감옥에서) 나와도 가족과 정상 생활하지. 우리는 죽을 때까지 이렇게 있고.]

이 사고들의 피해 가족은 가해자를 용서할 수 없다며 합의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종합보험에 가입돼 있다는 이유로 가해자들은 감형을 받았습니다.

[6살 아이 유족 : 양형의 기준이, 보험에 가입됐단 게 양형의 기준이 된다는 게 믿기지가 않습니다. 운전자 보험가입 안 한 사람이 어딨어요.]

용서나 합의가 없어도 종합보험 배상금으로 피해 회복이 어느 정도 이루어졌다고 보는 건데, 대법원 양형 기준에도 감형 사유로 명시돼 있습니다.

종합보험에 가입하면 아예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지난해 A 씨 어머니는 아파트 단지 내에서 사고를 당해 크게 다쳤습니다.

가해자는 사과 한마디 없었습니다.

강하게 처벌을 원했지만 불가능했습니다.

종합보험에 가입돼 있으면 사망·중상의 사고이거나 12대 중과실이 아닌 이상 처벌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종합보험 가입자 불기소 처분

[A 씨/피해자 가족 : (경찰이) 법이 좀 그렇다고 처음에 말씀하시더라고요. 처벌도 안 되고 아무것도 안 되고 벌점도 없고 벌금도 없고. 그것 듣는 순간 말 그대로 '법이 왜 이래'.]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은 지난 1981년 제정됐습니다.

[조병규/한국국민당 의원 (1981년) : 운전이 국민생활의 보편화로 되어 가는 현실에 부응하여 교통사고를 일으킨 운전자에 대한 형사처벌 등의 특례를….]

50% 미만이던 종합보험 가입률을 끌어올려 피해자에 대한 배상이 원활해지도록 하기 위한 법이었습니다.

그런데 피해자가 원하면 처벌할 수 있는 형법과 모순이 생겼습니다.

이 때문에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이 나와 장애가 생길 정도의 부상을 입으면 가해 운전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바뀌었지만, 형사처벌 면제 조항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이제 종합보험 가입률이 90%가 넘는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정경일/변호사 : 형법이 있었고 도로교통법이 있었는데, 운전자를 위해 교통사고 특례법이 만들어졌습니다. 많은 예외 사유가 들어서고, 많은 혼재 상황이 발생하고….]

사고의 책임이 있는 운전자 상당수가 형사처벌을 면제받거나 감형 사유를 가진 상태로 재판을 시작하는 현실이 법 정의에 적합한지 논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영상취재 : 설민환·김용우, 영상편집 : 이승진, CG : 한정우·심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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