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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k] '9·11 희생자의 오랜 꿈'…유품 들고 우주로 간 우주비행사

[Pick] '9·11 희생자의 오랜 꿈'…유품 들고 우주로 간 우주비행사
▲ 9·11 희생자 채드 캘러 씨가 생전 부인과 함께 찍은 사진이 우주 정거장 창문에 붙어 있다.
 
우주비행사를 꿈꾸던 9·11 희생자의 못다 이룬 꿈을 이뤄주기 위해 그의 유품을 들고 우주로 간 미국항공우주국(NASA) 우주비행사의 사연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크리스토퍼 캐시디 씨는 NASA에서 여러 차례 중요한 임무를 맡아 진행했던 전직 우주비행사입니다.

그는 우주에서 보낸 시간만 365일이 훌쩍 넘을 만큼 오랜 우주 임무 경력을 자랑하는 베테랑이기도 합니다.

NASA는 우주비행사들이 비행선에 승선할 때 가족사진이나 작은 유품 등을 가지고 탑승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는데, 캐시디 씨는 중요한 우주 비행 임무를 맡을 때마다 가족사진 등을 품에 안고 우주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어느덧 마지막 임무 수행을 앞두게 된 그는 문득 우주 비행을 꿈꾸는 사람의 꿈을 대신 이뤄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크리스토퍼 캐시디와 채드 캘러의 사진
▲ 우주비행사 크리스토퍼 캐시디의 모습

우주비행사가 되기 전 미국 해군 특수부대(Navy SEAL)에서 10년간 복무한 이력이 있는 캐시디 씨는 9·11 테러 여파로 두 차례 중동 지역에 파병된 경험이 있습니다.

캐시디 씨는 과거 9·11 테러로 인해 중동에서 군 복무를 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어쩌면 9·11 희생자 중 우주비행사를 꿈꿨던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즉시 뉴욕 국립 9·11 기념관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우주 비행에 대한 꿈을 안고 항공우주공학을 전공했던 희생자 채드 켈러 씨의 이야기를 접했습니다.

채드 켈러 씨는 9·11 테러 발생 당시 29세의 젊은 나이였습니다. 미국 정찰국 위성 추진 전문가로 근무하던 켈러 씨는 지난 2001년 9월 11일 미국 국방성 본청 청사(펜타곤)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한 뒤 집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탑승했다가 참변을 당했습니다.

그가 탑승했던 비행기가 바로 항공기 납치 테러에 이용됐던 아메리칸 항공 77편이었기 때문입니다.

켈러 씨의 이야기를 들으며 우주에 대한 고인의 순수했던 열정을 느낀 캐시디 씨는 꼭 켈러 씨의 유품을 가지고 우주 임무를 떠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켈러 씨의 유족들을 수소문했고, 아버지인 리처드 켈러 씨와 연락이 닿았습니다.

자신이 우주 비행 임무를 앞둔 우주비행사임을 밝힌 캐시디 씨는 채드 켈러 씨의 유품을 가지고 우주 비행을 다녀오고 싶다는 뜻을 전했고, 유족은 흔쾌히 동의했습니다.

마침내 캐시디 씨는 지난 2020년 4월, 6개월간 우주정거장에 머무는 마지막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우주로 출발했습니다. 켈러 씨가 다녔던 콜로라도 대학교의 작은 기념품, 켈러 씨가 생전 부인 리사 씨와 함께 찍은 사진 한 장, 그리고 켈러 씨의 화장된 유골 일부도 캐시디 씨의 마지막 우주비행을 함께했습니다.

캐시디 씨는 우주 정거장 관측소 창문에 켈러 씨의 사진을 붙이고 저 멀리 보이는 푸른 지구를 배경으로 사진을 남기는 일도 잊지 않았습니다.

채드 켈러 씨는 세상을 떠난 지 20년 만에 캐시디 씨를 통해 못다 이룬 우주비행의 꿈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캐시디 씨는 마지막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친 뒤 NASA 우주비행사에서 은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는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모든 사람이 우주를 내다볼 수 있는 시간을 경험하게 된다면 세상은 더 나은 곳이 될 것"이라며 "지구가 우리에게 제공하는 모든 것에 감사하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뉴스 픽'입니다.                 

(사진=트위터 'eliistender10', 인스타그램 'astro_se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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