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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국립묘지 비석…"부서져서 치웠다" 황당 답변

<앵커>

명절 앞두고 지난 주말에 미리 성묘 다녀온 분들 많으실 겁니다. 그런데 국립묘지를 찾았다가 선친의 비석이 사라진 걸 알게 됐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6·25 참전 용사의 묘였는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박찬범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국가보훈처가 관리하는 국립임실호국원 유공자 묘역입니다.

비석이 없는 한 자리가 유독 눈에 띕니다.

육군 상병으로 6·25 전쟁에 참전했던 용사의 자리입니다.

아들 이 모 씨는 지난 주말 성묘하러 왔다 비석이 사라진 걸 알았습니다.

[이 모 씨/유가족 : 유골함이 불과 10cm 하단에 있거든요. 그거를 자연 방치 상태로 그대로…]

호국원에 문의하자 석 달 전에 파손돼 치웠다는 황당한 답변을 들었습니다.

다른 성묘객이 실수로 비석을 파손했다는 겁니다.

6·25 참전 유공자의 부서진 비석이 이곳 바로 옆에 3개월째 방치돼 있다 보니까, 주변 잔디가 빛을 보지 못해서 메말라 죽고, 땅도 파인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씨는 왜 바로 복구하지 않았냐고 따졌더니, 날씨 탓에 비석 교체 작업을 못 했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유가족 : 더워서 일을 못 한 거다?]

[호국원 측 담당자 : 여름에는, 거의 7~8월에 일을 안 해요.]

호국원 측은 또 비석 보수 예산이 연 3천850만 원에 불과해 비용을 아끼려면 2~3개월 치를 모아 한 번에 교체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임실호국원 측 담당자 : 보수가 한 건 할 때 한 건씩 바로 이렇게 되는 게 아니라….]

석 달 동안 유가족에게 알리지 않은 건 연락처를 몰랐기 때문입니다.

호국원이 2007년 이전에 안장된 유공자에 대해서는 가족 연락처를 전산화하지 않은 겁니다.

[임실호국원 측 담당자 : 수기로, 문서로만 신청을 해서 안장을 했고요. 그때 안장 시스템이 없었어요.]

국가유공자의 비석이 날씨 때문에, 돈 때문에, 연락처가 없어서 석 달 동안 흙바닥에 내버려졌던 건데, 유가족이 성묘를 가지 않았다면 얼마나 더 방치됐을지 알 수 없습니다.

호국원 측은 오늘(14일)에야 비석 복구 작업이 완료됐다고 알려왔습니다.

(영상취재 : 양현철, 영상편집 : 윤태호, CG : 정회윤·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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