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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출가스 줄인다더니…느슨한 기준 만들고 '끝'

<앵커>

학교와 공공건물에 설치된 가스 냉난방기에서 유해물질이 쏟아져 나온다는 내용, 지난해 SBS가 처음 전해드렸습니다. 

보도 이후 국정감사에서 환경부 장관까지 나서 관련 배출가스를 줄이겠다고 했는데, 1년이 지난 지금 그 약속이 지켜졌을지, 김희남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의 한 학교를 다시 찾아가 GHP 가스 냉난방기의 배출가스를 재봤습니다.

일산화탄소는 519ppm, 질소산화물 334ppm, 메탄은 0.15% 1,500ppm까지 올라갑니다.

[이호근/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 : 일산화탄소(CO) 같은 경우는 상당히 치명적인 물질이에요. NOx(질소산화물)은 1급 발암물질이거든요.]

한 전통시장 옥상입니다.

여기서는 일산화탄소가 776ppm. 질소산화물은 501ppm, 메탄은 0.2%, 2,000ppm까지 치솟습니다.

바로 옆에 아파트가 있지만, 주민들은 유해 물질이 나오는지 전혀 몰랐다고 말합니다.

[아파트 주민 : 지금 소음을 저감하느라고 덮개를 달았어요. (근데 배출가스에 대해선 지금까지 전혀 알고 계신 건 없었고요?) 네.]

자동차의 배출 가스 농도는 10ppm을 넘지 않습니다.

자동차와 비슷한 엔진을 쓰면서도 자동차보다 수십, 수백 배 많은 유해물질이 GHP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아무런 환경 규제가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정용일/녹색교통운동 이사장 : 자동차에서 규제하는 것처럼 오염물질을 규제해줘야 한다는 거고, 제도를 만들면 삼원촉매(저감장치)를 추가하면 되거든요.]

지난해 SBS 보도 이후 국정감사에서도 GHP 배출가스 문제에 대한 질책이 잇따르자 장관은 저감장치 설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조명래/당시 환경부 장관 : 자동차에다 설치하는 삼원촉매장치라는 게 있습니다. 설치하는 방안들을 지금 검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달라진 건 없었습니다.

지난 5월 강제성 없는 KS 표준에 이어 지난달엔 고효율인증기준이 나왔지만 전문가들은 비판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GHP에서 나오는 수치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을 기준치로 정한 데다, GHP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메탄은 아예 기준에서 빼버렸기 때문입니다.

[이호근/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 : 현재 측정해보면 CO가 400ppm 정도, 많아야 700ppm 정도밖에 올라가지 않아요. 그런데 기준을 800으로 해놓는다는 얘기는 '눈 가리고 아웅'이다.]
 
취재 결과 더 엄격한 기준을 내야 한다는 의견이 내부에서도 나왔지만, 무시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GHP 대책회의 참석자 : 회의 내용은 항상 평행선, 배출가스 규제에 대한 타당성은 인정하나, 산업계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그 내용이 계속 반복됐던 것 같습니다.]

GHP는 학교는 물론 국회와 여의도 금융가, 구로 디지털단지를 비롯해 전국의 공공건물과 민간 건물 1만 2천 곳에 6만 6천 대 넘게 설치돼 있습니다.

[임기상/탄소중립위원회 위원 : 탄소 중립시대에 유해물질 탄소를 배출하는 것을 국가 보조금으로 주면서 (탄소를) 배출한다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죠.)
 
방송을 앞두고 환경부는 뒤늦게 GHP 배출가스 허용 기준치를 마련해 이달 중 입법 예고하겠다고 전해왔지만, 산업부와 협의가 순조롭게 이뤄질지 미지수입니다.

(영상취재 : 박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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