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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쉽] '위드 코로나'로 전환 시도?…'노 마스크'는 아니다

[뉴스쉽] '위드 코로나'로 전환 시도?…'노 마스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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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바이러스의 존재를 현실로 받아들이면서, 그런 전제 하에 단계적으로 이전의 일상을 회복하자는 이른바 '위드 코로나'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코로나와의 공존? 비록 이 표현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엄밀히 정의되지 않고 쓰이고 있지만, 확진자 숫자 통제에 주력하던 정부가 최근 "코로나와 함께" 가는 쪽으로 정책 전환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고 확진자 증가세가 추석연휴 이후에도 성공적으로 관리된다면, 겨울이 오기 전에 정책을 전환할 수 있음을 여러 가지로 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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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코로나'라는 표현을 쓰지는 않았지만, "새로운 방역체계로의 점진적인 전환"이라는 말을 대통령이 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한발 더 나아가 구체적인 시점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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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경 청장의 이 발언이 나온 날(7일) 보건당국은 다수의 국민이 '위드 코로나'로 정책을 전환하길 원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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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백신접종율이 높아짐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도 조금 완화했다.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는 다음 달 3일까지 연장됐지만, 식당 영업시간은 오후 10시까지 1시간 길어지고, 모임 인원은 백신 접종 완료자를 중심으로 6∼8명으로 확대됐다. 거리두기는 유지하면서 일상생활 범위를 서서히 확대해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을 준비하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클릭 ▶ '위드 코로나', 단계적 일상 회복
중앙사고수습본부 손영래 사회전략반장은 6일 코로나19 관련 설명회에서 "정부 내에서는 '위드 코로나'라는 용어를 가급적 안 쓰려고 애쓰고 있다. 용어 자체가 너무 포괄적이고, 다양한 의미로 활용되며 정확한 정의가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특히 '위드 코로나'란 용어 자체가 확진자 발생 자체가 중요하게 생각되지 않고 '신규 확진자를 신경 쓰지 않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없앤다'는 의미로까지 표현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단계적 일상 회복(방안)'이라는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사에서는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쓰는 표현인 '위드 코로나'용어를 사용하려 한다.

[그게 뭔데?] '위드 코로나'를 보는 두 가지 관점

'위드 코로나'라는 표현에는 두 가지 의미가 포함돼 있다. 첫 번째는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를 중심으로 한 의료체계로의 전환이다. 두 번째는 거리두기 조정을 통해 일상으로 복귀하는 것을 말한다.

'의료체계 전환'은 확진자 발생 억제보다 위중증 환자와 치명률 관리에 중점을 두는 방역체계로 가자는 뜻이다. '방역'에는 질병 감염 자체를 줄이는 방법과 위중증·사망을 줄이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지금까지는 감염 자체를 줄이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사망과 위중증 환자를 줄이는 쪽으로 패러다임을 바꾸자는 이야기다.

이런 판단에는 기존의 방역대책으로는 델타 변이 이후의 코로나 상황을 통제하기 어렵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현재 최고 단계인 4단계를 9주째 시행하고 있지만, 신규 확진자 숫자는 네 자릿수 아래로 떨어질 기미가 없다.

지금의 '확진자'라는 개념은 무증상 또는 경증 환자와, 병원에 입원해야 할 위-중증 환자를 구분하지 않는다. 무증상이나 경증환자들 모두 생활치료센터에 격리하고 확진자가 나올 때마다 일일이 동선을 추적해 역학조사 하는 지금의 방식으로는 지금보다 더 많은 확진자가 나오면 감당이 어렵다. 의료인력이 한정된 상황에서 발생에만 초점을 맞추면 정작 위중한 환자와 수많은 다른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가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따라서, 의료체계를 위-중증자 관리와 사망 방지로 바꿔나가야 한다는 큰 방향성에 대해서는 방역 당국과 전문가들 사이에 이견이 거의 없다.

'방역 단계 완화'는 방역지침을 완화해 일상을 단계적으로 회복해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각 나라마다 선택하는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 방식도 다르다. 영국은 가장 과감한 편에 속한다. 방역 및 거리두기 조치를 해제한 뒤 하루 3만~4만 명대 확진자가 이어지고 있고, 사망자도 100~200명씩 발생하고 있다. 사망자가 하루 10명 수준인 우리나라에 영국의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위드 코로나로 방역 패러다임이 전환되더라도 "거리두기가 폐지되기는 어렵고 단계적으로 완화를 한다"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중증·치명률을 낮추기 위한 치료제가 딱히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섣부르게 방역 조치를 완화할 경우 확진자와 함께 위-중증 환자도 불어나 의료 붕괴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도 경고하고 있다.

[왜 하는 거야?] 코로나, 종식은 불가능하다

'위드 코로나'로 국면이 전환된 계기는 델타 변이의 출현이다. 델타 변이가 등장하기 전까지 전세계는 국민의 70%가 백신 접종을 마치면 집단 면역이 형성돼 이 지긋지긋한 코로나 19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집단 면역 발생 후 일상 회복'이 전 세계 모든 국가의 목표였다. 실제로 호주와 뉴질랜드, 싱가포르 등은 지난해 코로나 대유행 초기부터 강력한 봉쇄로 맞서며 '확진자 제로' 정책을 폈다.

그러나 델타 변이의 확산은 각국에 정책 전환을 요구했다. 이스라엘 등 백신 접종에서 가장 앞섰던 나라들을 봐도, 델타 변이 감염 자체를 막을 방법은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 대신, 백신을 맞은 사람들은 돌파감염이 되더라도 별로 심하게 앓지 않고 지나가는 것이 확인되었으니, 코로나19가 독감 이하의 치명률로 통제되고, 백신을 맞은 사람들이 감기 정도로 앓고 지나갈 수 있다면 이제는 정상적인 사회-경제활동으로 돌아가자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미 싱가포르가 위드 코로나를 선언했고, 호주도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을 예고했다. 변이를 계속하며 전파력을 높이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박멸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확진자의 증가를 이유로 계속 강도 높은 방역 조치를 유지하는 것은 경제적-사회적 피해를 너무 크게 만든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델타 변이 등장으로 인해 집단면역을 통해 '보호받을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게 될 거라고 전망 한다. 다만, 앞서 여러차례 얘기했다시피, '감염'이라는 말 자체에 지나치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백신 접종 완료 이후에는 설령 감염되더라도 대부분 경증으로 지나간다는 것이 각국에서 입증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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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한 거야?] '위드 코로나'를 말하는 이유...많은 이들의 삶이 무너지고 있다

이렇게 정책 전환이 가능한 것은 백신 접종률이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일 백신 1차 접종률은 60%를 넘어섰다. (9일 기준 62.6%) 국내에서 코로나 백신 접종을 시작한 지 6개월 만이다. 이 추세대로면 추석 연휴(9월 19~22일) 전까지 전국민 70% 1차 접종이라는 당초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 방역 당국의 판단이다. 방역 당국은 10월 말 전 국민의 70%가 2차 접종까지 마친다는 전제로, 접종 후 면역이 형성되는 2주가 지난 11월을 방역 정책 전환 검토 시점으로 제시했다. 전 국민 접종 완료율 70%는 18세 미만을 제외한 성인 인구 접종률 80%, 60세 이상 고령층 접종률 90%로 추산된다.

코로나로 힘든 시간을 보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고통은 더는 외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고강도 거리 두기가 1년 넘게 이어지면서 지난 8일 밤에는 '방역 규제 철폐'를 요구하는 자영업자들이 처음으로 전국단위 차량 시위를 벌였다.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수치로 나타난 건 이미 오래전 얘기다. 고강도 거리두기에 매출은 줄고 대출은 늘었다.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은 그곳을 일터로 일하는 알바 노동자의 어려움으로 이어진다. 코로나 위기가 단순히 자영업자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 취약계층에 연쇄적 여파를 미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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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자살 관련 지표 악화... 커지는 위험 신호

보이지 않는 위험 신호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은 '코로나19 공중보건 위기에 따른 정신건강 및 사회심리 영향평가'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우울과 불안 지표는 코로나 유행 전에 비해 큰 폭으로 악화했다. 주요 정신건강 지표는 20, 30대 젊은 층과 여성에서 더 낮게 나타났다. 우울, 불안, 사회적 지지 부족 정도, 일상생활 장애 정도, 불면, 자살 경향성 등 정신건강 지표 전반에서 가계소득 300만 원 이하의 저소득층의 상황이 심각했다. (3월 26일~ 4월 29일까지 전국 성인과 14세 이상 청소년 1,150명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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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되는 거야?] 위드 코로나 = 노 마스크?

정부가 병사들을 대상으로 '노 마스크 실험'을 지시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됐다. 국방부 보건정책과는 지난 달 17일 마스크 해제 등 완화된 방역지침을 시범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후 18일 질병청 산하 중앙방역대책본부 총괄조정팀에 관련 문건의 검토를 요청했다. 국방부는 '8월 말부터 9월 중순'까지 3주간 방역지침 완화 시범사업을 진행한 뒤 방역 위험을 평가해 전 군으로 확대하겠다고 계획했다. 중대본에 보낸 공문에서도 "8월 4일 대통령 지시에 따라 '군내 예방접종 완료 후 집단면역 형성 시 군이 먼저 적용할 선제적 방역 완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명시했다. 여기서 '선제적인 방역 완화'가 '마스크를 벗는 것이냐'를 두고 혼선이 빚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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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코로나'가 단계적으로 진행돼도 마스크를 벗는 것은 맨 마지막 단계가 될 전망이다. 물론 단계가 완화되면 야외에서는 마스크를 벗게 될 수도 있다. 정부가 지난 5월 발표했던 방역 완화 계획에서도 직계가족 모임을 허용하는 데 이어 '실외 노 마스크'는 접종 혜택의 사실상 첫 단계였다. 하지만 '실내 노 마스크'는 최후의 단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정은경 청장은 지난 7일 국회에서 "실내 마스크 같은 경우는 제일 마지막까지"라며 "미접종자들과 돌파 감염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른 많은 국가들도 '실내 마스크 의무화' 조치를 유지하고 있다. 한때 '코로나 극복=노 마스크"라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계속되는 변이바이러스 출연으로 볼 때, 생각을 달리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위드 코로나로 방향이 전환되면 자연스럽게 재택치료가 확대된다. 젊고, 증상이 없고, 중증으로 갈 위험 인자가 적은 확진자들은 생활치료센터에 가지 않고 집에서 치료를 받는 것이다. 중대본 이기일 제1통제관은 10일 "예방접종률 증가에 따라 앞으로 단계적인 일상 회복에 따른 새로운 방역체계 전환이 논의되고 있다"며 "무증상자, 경증환자를 위한 재택치료도 사전에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다른 나라는 어때?] 싱가포르와 영국의 '위드 코로나'는?

영국과 싱가포르는 높은 백신 접종률을 바탕으로 위드 코로나 실험에 나섰다. 싱가포르는 코로나 팬데믹 초기에는 감염자 수를 '0'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엄격한 규제 조치를 도입했다. 하지만 지난 6월 "코로나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수 있다"며 위드 코로나를 공식화했다. 감염자 집계를 멈추고, 확진자 동선 추적도 중단했다. 위중증 환자 관리에 집중하고 재택치료를 확대했다. 방역 완화 정책은 점진적으로 시행됐다. 백신 접종완료율이 70%를 넘어서면서 8월부터 방역 조치를 한 단계씩 낮췄다. 모임 인원 제한을 2명에서 5명으로 늘리고, 500인 이상의 종교·체육·문화 행사를 허가했다. 마스크 착용은 아직 의무다. 방역단계를 완화하면서 신규 확진자 수는 늘었다. 인구 570만 명인 싱가포르의 하루 신규 확진자는 (9일 기준) 347명을 기록해 역대 최대치 수준이지만 중증환자는 23명, 중환자실에 입원한 위독환자는 6명으로 전주와 같았다. 국제 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의 9월 4일 기준 싱가포르의 코로나 치명률은 0.08%로, 한국의 치명률(0.89%)과 독감 치명률(0.1%)보다도 낮다. 싱가포르 정부는 현재처럼 중환자수가 큰 변화가 없을 경우 이달 말부터 방역조치를 대부분 완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영국은 성인 50%가 완전 접종을 받으면서 지난 7월부터 위드 코로나를 선언했다. 다중이용시설의 영업 제한과 모임 인원 제한을 풀고,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까지 해제했다. 일부 전문가들의 반대로 결국 마스크 착용을 권고했지만 여전히 의무는 아니다. 가장 과감한 위드 코로나 정책을 선택한 영국의 치명률은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1%에 못 미쳤지만, 최근 1.9%까지 높아졌다. 한때 1천 명 대까지 내려갔던 확진자 수는 (9일 기준) 38,510명으로 급증했다. 델타변이 확산과 갑작스러운 방역 완화가 악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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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은 뭐야?] '위드 코로나'를 위한 조건 '치료제'

'위드 코로나' 국면으로 가는 데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속도를 내는 데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는 이유는 아직 코로나의 치료제가 없기 때문이다. 위드 코로나의 최종적인 단계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서 엔데믹(풍토병)으로 가는 것이다. 치료제 개발은 코로나 사태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지난 2009년 우리나라에는 신종플루라는 독감이 대유행했다. 온 국민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신종플루는 경구용 치료제인 '타미플루'가 개발되면서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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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D의 먹는 코로나19치료제 '몰누피라비르'

먹는 코로나 치료제는 올해 내에 상용화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먹는 치료제는 MSD, 로슈, 화이자 등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3상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속도가 가장 빠른 건 MSD의 '몰누피라비르'다. 하루 두 번 닷새 복용하는데, 한 알 가격이 우리 돈 8만 원 정도로 추정된다. 올해 말쯤 임상시험 결과가 나오면 FDA 긴급 승인이 이뤄질 전망인데, 미국은 이미 몰루피라비르 170만 명분을 12억 달러, 우리 돈 1조 4천억 원에 선 구매했다. 우리 정부는 올해와 내년 치료제 구매자금으로 예산 362억원을 책정해 3만8천회분을 구입하겠다고 밝혔다. 1인당 90만원 정도를 가정한 액수다. 정부는 복수의 글로벌 제약사와 치료제 선구매를 추진하고 있다. 국산 치료제 개발도 지원하고 있는데, 더 저렴한 치료제가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여러 제약사 제품을 모니터링 중이다.

(구성 : 이현식 선임기자, 장선이 기자, 김휘란 에디터 / 디자이너 : 명하은, 박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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