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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일상에 있지 않아요?" 청춘도 몸도 삼켜진 순간

[SBS 스페셜] 나는 마약 중독자입니다 1부 : 마약에 빠진 내 아이 ②

호기심에 마약을 시작한 이들은 회복할 수 있을까?

29일 방송된 SBS 스페셜에서는 2021 여름 특집 '나는 마약 중독자입니다 1부 : 마약에 빠진 내 아이' 편이 공개됐다.

마약 투약 6년 차인 마약 중독자 동우 씨는 경기도에 위치한 마약중독재활센터 다르크(DARC)에서 합숙을 하며 회복 중이다. 그는 마약 중독자가 되어서 내 인생이 왜 이렇게 됐나라며 스스로의 과거를 후회했다. 그럼에도 그는 마약을 끊을 수 없었다며 "약에 미쳐서 집에 들어가서 다 죽여버리겠다, 내 부모가 맞냐고 막 했다. 그걸 보고 어머니가 막 우시더라"라고 괴로운 기억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는 마약이라는 말만 들어도 마약이 하고 싶은 갈망이 올라와 힘들어했다. 그리고 그는 "마약을 끊고 싶다는 생각과 반대에서는 마약을 다시 하고 싶다는 마음이 함께 든다. 그래서 너무 괴롭다 보니까 그냥 마약을 하면서 죽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든다"라고 말했다.

머릿속에 악마가 꽉 찬 것 같다며 하루에도 수백 번 괴로워하던 그는 다르크의 동료들과 함께 하기에 갈망을 이겨낼 수 있었다. 의지만으로는 이겨낼 수 없다는 갈망의 무서움.

이에 약물 중독 치료 전문의는 "일상생활에서 엔도르핀, 도파민이 가장 많이 나올 때는 대개 성관계를 가질 때인데 그때 오르가슴의 상태로 비교한다면 엔도르핀 양이 최소 13배에서 많게는 100배까지, 6시간에서 72시간까지 쏟아 놓게 만드는 것이 약물이다. 뇌가 그런 것에 맛을 보고 충격을 받으면 그다음부터는 모든 상황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다르크에는 3개월간의 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갔던 태준이 방문했다. 그는 얼마 전까지도 동우 씨와 함께 회복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는 현재 마약 중독의 후유증으로 우울감에 빠져 자해를 한 사실을 고백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하루도 안 쉬고 마약을 했다며 이에 약값을 감당할 수 없어 판매까지 손을 댔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는 인터넷이 발달한 한국에서 마약을 구하는 것은 쉬운 일이라고 했다. 실제로 지난 5년간 비대면 마약 거래는 꾸준히 증가했고 그 결과 평범한 젊은이들이 쉽게 마약을 접하게 됐다.

스물일곱의 마약 중독자 민서 씨는 20대 초반 직장 상사의 권유로 마약을 투약하게 됐다. 그 후 그는 5년 이상 마약에 중독됐고 점차 투약 횟수가 늘자 결국 경찰에 검거돼 현재 집행유예 중이다. 그리고 그는 3개월째 단약을 하고 있는 현재에도 불쑥불쑥 찾아오는 불안감과 갈망에 괴로워했다.

여성 마약사범은 빠르게 증가해 지난해 전체 마약사범의 4분의 1이 여성인 것으로 드러났다. 운전을 하다가 갑자기 찾아온 불안감에 운전을 멈춘 민서는 골목길에서 무언가를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바로 마약을 한 흔적을 발견했던 것.

이날 방송에서는 여성 중독자들과 만났다. 현재 마약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 중인 이들은 친구의 권유, 다이어트 등 다양한 이유로 마약을 시작했다고 했다.

특히 한 중독자는 다이어트 처방 약으로 암페타민 계열의 처방을 받았고, 그 이후 더 센 약을 원해서 결국 필로폰에까지 손을 댔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자신뿐만 아니라 필로폰이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으며 "오히려 필로폰이라는 단어가 부담스러워서 메스암페타민으로 바꿔서 부르는 걸 많이 봤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중독자 또한 "입맛이 안 돌고 살이 빠지는 건 확실하다. 끊고 나면 붓기 시작하는 거다. 단 게 당기고 음식이 당기고. 여기 있는 분들 다 단약 후 체중이 불어났다"라고 덧붙였다.

마약 투약 8년의 최수지 씨는 "눈뜨면 맞고 1시간에 한 번씩 맞았다. 취해서 찌르고 찌르고 하다 보니 염산 성분이 있어서 팔이 타들어갔다"라고 팔에 선명한 상처들을 공개했다. 또한 약에 취해 상대의 폭행에도 무뎌지고 약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폭행하는 상대임에도 의존하고 붙어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해 충격을 안겼다.

김미연 씨는 "약 때문에 몸을 다 팔았다고 해도 모자랄 정도의 밑바닥 인생까지 찍었다고 생각한다. 약 과다복용 뒤 얼굴도 모르는 남자랑 관계를 하고, 그런 경험을 너무 많이 했다. 약으로 여자로서 인권 없이 개처럼 다뤄진 것들이 트라우마로 남아있다"라고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아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또한 이들은 서로의 경험을 털어놓으며 서로를 격려하고 응원했다. 그리고 자신들 같은 이들을 위로하고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본인들이 따뜻한 손길이 필요했던 것처럼.

마약을 끊기 위해 다른 약을 복용하는 민서 씨는 갈망이 올라올 때 아침저녁으로 약을 먹었다. 그럼에도 참을 수 없는 갈망은 폭식으로 이어졌다. 폭식은 중독이 가져온 후유증이었다.

민서 씨는 "중독을 인지 못하는 게 가장 무섭다. 아직도 무섭고 심적으로 불안한 상태라서 자살도 많이 하고 싶고 그러다 보니 약이 더 생각났다. 뭔지 모르겠는데 약을 하면 괜찮아질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마약 없이 괜찮아지는 날이 오면 부모님에게 자신의 마약 투약 사실을 고백하고 싶다고 했다.

부모님에게 자랑스러웠던 딸인 그는 부모님이 마음 아파할 것이 걱정되어 이야기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런데 진심은 사실을 고백하고 도움을 받고 싶다며 눈물을 흘렸다.

세 달 만에 집으로 돌아간 동우 씨. 그는 그리웠던 엄마와 만나 행복해했다.

동우 씨의 엄마는 아들의 중독을 알았던 때를 회상했다. 독립한 동우 씨는 어느 날부터 연락이 닿지 않았다. 연락이 닿지 않던 순간부터 마약에 빠져있었던 것.

동우 씨는 처음에는 마약인 줄 몰랐지만 알았을 때는 이미 약에 취해있었다. 재미로 찾았던 클럽에서 우연히 약을 시작하고 중독됐던 것. 엄마는 아들이 중독된 것을 알고 집으로 데리고 왔다. 6개월간 약을 끊고 착실히 회사에 다녔던 동우 씨. 하지만 이는 얼마 가지 못했고 그는 다시 약을 시작했다.

아들을 위해 곁에서 아들을 감시하던 엄마. 하지만 어느 순간 한눈을 판 새 아들은 다시 약을 했고, 이에 엄마는 아들에게 같이 죽자고 말했다. 그러자 아들은 죽고 싶다며 괴로워했다.

동우 씨의 엄마는 "이 약이 아이를 이렇게까지 힘들게 하는구나, 그럼 내가 더 힘을 내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절망이라는 단어가 뭔지 처절하게 깨달았다"라고 힘들었던 당시를 떠올렸다. 그리고 그는 진심을 다해 아들을 응원하고 격려했다.

작년 20대 마약사범은 무려 4천493명, 또한 20대 마약사범 증가율은 2018년에 비해 약 100% 증가하며 전 연령대에서 1위를 차지했다.

외출 후 마치고 다시 다르크로 돌아온 동우 씨는 곧바로 마약 검사를 했다. 그리고 그는 모두 음성 반응이 나왔다. 하지만 그는 결과가 나오기까지 초조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이에 동우 씨는 "항상 그런 느낌이 있다. 좀 떳떳하지 못하고 매사에 자존감도 떨어지고 자신감도 없고, 아무도 내 말을 안 믿어줄 거니까 안 했는데도 나오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든다"라고 초조한 마음이 들었던 이유를 밝혔다.

다음 날 다르크에는 재발한 태준이 돌아왔다. 그리고 그는 복귀 첫날 소지품 검사를 가장 먼저 실시했다. 그 결과 그의 가방에서는 약을 사용했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100일을 참았지만 한 순간에 무너지자 자신감이 없어진 태준은 "이걸 평생 안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강박이 오고 하지 말라고 하니까 더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라며 "이제는 끊을 수 있다는 말도 자제하고 대신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하고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라고 다시 한번 각오를 다졌다.

그런데 태준의 짐에서 투약의 흔적을 본 동우에게 순간 갈망이 찾아왔다. 그리고 그는 다르크 센터장에게 계획보다 먼저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전에 다녔던 회사에서 연락을 받고 일을 잡고 싶었던 것.

하지만 센터장은 걱정이 앞섰다. 그는 "네가 정말 좋아져서 나간다면 얼마나 좋겠냐"라며 "그런데 중독의 문제는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 일이라는 것은 언제든 능력만 가지면 다시 할 수 있고 돈을 벌 수 있다. 하지만 회복의 기회는 놓치면 안 된다"라고 자신이 우려하는 이유를 밝혔다. 그리고 그는 "저 아이는 약을 하면 좋은 감정을 못 갖고 정신적으로 오는 아이다. 그래서 잘못하면 정말 죽을 수도 있다. 그런 것들이 무서운 거다"라며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이에 동우 씨는 자신은 준비가 되었지만 본인을 믿지 못하는 센터장에 서운함을 드러냈다. 그는 "눈앞에 약이 있어도 안 하겠다고 말씀을 드리니까 웃으시더라. 저는 진짜 지금으로서는 흔들리지 않는다. 나를 속이는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이제는 나가서 좀 해보고 싶다"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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