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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양 부담 떠안는 청년들…빈곤층 전락 악순환

<앵커>

부양이 필요한 가족을 홀로 돌보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학업이나 취업을 준비하고 싶지만, 혼자 가족을 부양해야 하다보니 자신의 미래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은데요. 일부 선진국에선 이런 청년들을 '영 케어러'로 규정하고 여러 지원책도 내놓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정확한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윤나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돌보는 20대 대학생입니다.

돌 무렵 부모가 이혼했고, 5년 전 아버지까지 연락이 끊기면서부터 혼자서 할머니를 부양해왔습니다.

[정연주 (가명, 20대 대학생) : 할머니가 저를 보살펴주셨으니까, 이제 한마디로 배턴 터치죠.]

기초 생활수급자로 선정돼 생계비를 지원받고 있지만 부양을 대신해줄 사람은 없습니다.

할머니 병원비와 약값 부담이 커져 아르바이트를 더 하려 해도 기초생활 수급자 수입 기준을 초과해 더 일할 수도 없습니다.

[정연주 (가명, 20대 대학생) : (다음 달 5일까지는 (일주일 동안) 쓸 수 있는 돈이 2,580원이 전부인 거예요? 오늘 현재?) 그렇죠.]

어려운 형편에도 대학에 들어갔지만, 부양 부담에 학업을 중단하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정연주 (가명, 20대 대학생) : (할머니가) 저한테 해주신 게 너무 많아서, 음, 제가 보답해 드리려고 했는데 제가 준비가 안 된 것 같아요. 그래서 그게 너무 죄송하고요.]

거동이 불편한 홀어머니를 20년간 부양해온 이 40대 남성의 삶도 포기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동안 병원비와 생활비를 대느라 빚까지 지게 됐고, 결혼도 포기했습니다.

[이윤상 (가명, 20년간 홀어머니 부양) : 제가 장가를 가버리면 어머니는 누가 돌볼 수도 없는데 제가 그때 포기하게 되더라고요.]

4년 전 교통사고를 당했지만, 근로능력을 상실했다는 걸 인정받지 못해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윤상 (가명, 20년간 홀어머니 부양) : (허리에) 핀이 4개 박혔는데 4개는 안 된다고 그래서. 6개부터 보통 된다고 하더라고요. (기초생활 수급자 지원이) 다 안된다고.]

핵가족 시대, 저출산과 고령화가 심화하고 이혼까지 늘면서 부양 부담을 떠안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지만, 당국에서는 정확한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 : 구체적으로 영 케어러, 이 건에 대한 어떤 계획들은 아직은 정리된 건 없습니다.]

[김성주/더불어민주당 의원 : 대상이 얼마나 되고 어떤 처지에 놓여 있는지를 알 방법이 없다는 거죠. 실태를 파악하고 (지원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10년 전 영국에선 영 케어러가 49만 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돼 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용돈 지원 등의 정책을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호주에서는 연간 최대 255만 원의 학비 보조금을 주고 있고, 일본도 올해부터 전국 단위 실태조사에 나섰습니다.

[석재은/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영 케어러'는 경제생활 대신에 돌봄을 하는 거기 때문에 노후 준비도 안 되고, 사회적으로 단절되고 고립이 되고 그다음에 경제적으로 축적된 자산이 없어서 굉장히 빈곤한 상태로 떨어지는 (것이죠.)]

젊은 부양자들이 학업을 중단하거나 취업에 어려움을 겪다가,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한 지원책이 시급합니다.

(VJ : 안민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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