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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중국발 입국 막았어야지!" 팩트체크했습니다

[사실은] "중국발 입국 막았어야지!" 팩트체크했습니다
"작년 1월부터 의료 전문가들이 중국에서 우리나라 입국하는 걸 강력히 통제해야 한다는 건의를 수차례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것부터 잘못된 것 아니냐…"
- 지난 12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 방역 전문가 간담회

"당시 보다 빨리 (중국발 입국을) 차단했으면 코로나 사태를 이렇게 악화하지 않았을 수 있지 않았을까…"
- 지난 17일, 최재형 전 감사원장, 대한의사협회 방문


코로나 초기, 중국에서 오는 외국인들 입국을 강력히 막았어야 했다는 말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두 유력 대선 주자가 같은 말을 했습니다.

이제는 이 말이 언론 보도와 SNS를 돌고 돌아 음모론으로까지 뻗어 나가고 있습니다.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인데, 전문가들이 중국 사람들 못 들어오게 하라고 했었어요. 그런데 그걸 통제를 안 했어요. 왜? 시진핑이 가을에 들어와서 자기를 지켜주면, 본인의 인기가 올라가고 정권 재창출이 될까봐 못한 거예요."
- 지난 15일, 안상수 전 의원, '신의한수' 채널 인터뷰


요즘 많이 나오고 있는 이 말, 얼마나 타당한지 팩트체크했습니다.

사실은

중국발 입국 일찌감치 막았던 국가들 상황은?

사실 "중국발 입국을 막았더라면"이라는 '가정'에 근거했기 때문에 팩트체크가 쉽지는 않습니다. 다만, "중국발 입국을 일찌감치 막았던 국가들은 지금 어떤가"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습니다. 그 질문에 대한 분석을 준비했습니다.

지난해 1월, 국내에서는 중국발 입국 통제 요구가 한창이었습니다. 한국 정부는 2월 4일, 중국에서도 코로나19 발병지인 우한이 속해 있는 후베이성에서 오는 입국을 제한시키는 조치를 합니다.

지난해 1월 31일을 기준으로 당시 중국발 외국인 입국을 통제한 나라를 알아봤습니다. 총 26개국입니다. 미국, 북한,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그라나다, 트리니다드 토바고, 우간다, 쿠웨이트, 요르단, 이스라엘, 이라크, 호주, 몽골, 싱가포르, 뉴질랜드, 인도네시아, 필리핀, 파푸아뉴기니, 북마리아나제도, 적도기니, 마셜제도, 피지, 몰디브, 베트남,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입니다.

미국과 인도네시아, 필리핀 같이 인구가 1억 명이 넘는 나라들도 있고, 마샬제도나 북마리아나제도 같은 인구 10만이 안되는 나라도 있습니다.

일단, 이 나라들의 지금 현재 10만 명당 누적 확진자 수를 계산해봤습니다. 자료는 세계보건기구(WHO)의 데이터테이블을 활용했습니다. 26개국 가운데 북한과 스페인 자치주인 그라나다는 통계가 없어서 제외하고 24개 나라를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날짜 기준은 8월 15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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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개국의 인구 10만 명당 확진자 수를 계산해봤더니 4천539명이 나왔습니다. 지금 세계 평균은 2천634명입니다. 중국발 입국을 확산 초기부터 막았던 나라들의 인구 10만 명당 확진자 수가 세계 평균보다 더 많은 걸로 나왔습니다.
 

인구 많은 국가들 상황은?

앞서 설명한 24개국 가운데 작은 나라가 여럿 있습니다. 아무래도 감염 확산은 인구가 많은 나라와 적은 나라를 동등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인구가 많은 TOP 30개 나라를 기준으로도 계산해 봤습니다. 중국, 인도, 미국,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브라질, 나이지리아, 방글라데시, 러시아, 멕시코, 일본, 에티오피아, 필리핀, 이집트, 베트남, 콩고민주공화국, 터키, 이란, 독일, 태국, 영국, 프랑스, 탄자니아, 이탈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미얀마, 케냐, 한국, 콜롬비아, 우간다 순입니다.

인구 많은 30개국 가운데 지난해 1월 31일 기준, 중국발 입국을 막았던 나라는 미국과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그리고 우간다입니다. 이들 5개 국가와 나머지 25개 국가를 비교했습니다. 역시 자료는 세계보건기구(WHO)의 데이터테이블을 활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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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입국을 강력히 통제했던 5개 국가의 10만 명당 누적 확진자는 1만 3천525명이 나왔습니다. 그렇지 않은 나머지 25개 나라는 2천847명입니다. 역시 중국발 입국을 강력히 통제했던 나라가 더 많이 나왔습니다.
 

국가별 상황 팩트체크의 의미

사실 이 분석을 통해, 중국발 입국 통제한 국가가 오히려 확산 수준이 높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코로나 확산 초기, 중국발 입국을 막았느냐 혹은 막지 않았느냐와 상관 없이, 그 이후에 변수가 워낙 많았습니다. 전염 속도가 빠르다 보니, 코로나 확산 초기의 중국발 입국 통제 정책으로 상쇄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 벌어졌습니다. 국경 통제 정책 효과가 지역 감염 확산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질병관리청에 전 세계 확산에 영향을 미친 변수들을 정리해달라고 요청했는데, 다음과 같은 답변이 왔습니다.
 
2020년 10월
북반구가 겨울철에 진입하면서 유럽, 미주를 중심으로 발생 증가

2021년 3-4월
델타 변이로 인해 인도 확진자 폭증
변이 우세화(알파, 베타, 감마, 델타 변이 모두 20년 12월~5월 사이 우려 변이 지정)

2021년 7월
전 세계적인 델타 변이 유행

코로나19 발병 이후 1년 9개월 동안의 수많은 변수들을 차치하고, 발병 초기 입국 정책의 영향으로 단순화하기는 어렵다는 게 사실은팀의 결론입니다. 결국, 발병 초기 중국발 입국을 안 막아서 대유행이 왔다는 일부 정치권의 주장은 과학적 근거가 희박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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