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문화현장] 눈동자 안 그려넣은 인물화…작가의 의도는?

[FunFun 문화현장]

<앵커>

눈이 그려지지 않은 인물화를 보면 당혹스럽고 불편할 수 있습니다. 미완성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사색을 통한 새로운 경험의 세계가 펼쳐집니다.

이주상 기자입니다.

<기자>

[사유의 경련 / 28일까지 / 아트파크]

갓을 쓰고 도포를 갖춰 입은 조선의 선비.

거북 등껍질 테와 천으로 된 다리의 안경을 쓰고 있는데, 안경알은 없고 눈동자도 그려 넣지 않았습니다.

인물의 시선을 알 수 없게 한 것입니다.

[김호석/작가 : 눈동자를 그리지 않으면 그 속에서는 시선과 목적성이 보이지 아니하고, 훨씬 더 넓은 세계가 보이게 된다고 보는 거죠.]

오른손에 주장자를 들고 있는 송담스님도 모자와 안경만 뚜렷하게 표현했습니다.

나머지는 '홍운탁월' 즉, 달을 그리지 않으면서 달을 그리는 기법으로 주변의 농담을 통해 윤곽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뒷모습만 보이는 송담스님의 시선이 향한 곳은 화폭의 절반을 넘게 차지한 채 텅 비어 있습니다.

안경과 눈동자를 모두 표현하는 경우 역시 완성된 모습을 그리지 않음으로써, 관람객들에게 사색의 공간을 제공합니다.

[김호석/작가 : 그림을 마지막으로 완성시킨 자는 작가가 아니고 관람자다. 관람자의 몫으로 돌리고 싶은 거죠. 저는 그것이 예술의 생명력이 있는 거라고 생각을 해요.]

한지 앞면과 뒷면 모두에 붓질을 하며 농담의 깊이를 더하지만, 세부적인 묘사는 최대한 자제한다는 것입니다.

인물화를 주로 하는 수묵 화가로서 작가는 인물 자체보다는 인물을 통한 사유의 확장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