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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올림픽의 숨겨진 영웅들, 얼마나 알고 있나요?

[마부작침] 올림픽의 숨겨진 영웅들, 얼마나 알고 있나요?
대한민국을 울고 울렸던 17일간의 도쿄올림픽이 드디어 막을 내렸습니다. 메달과 상관없이 선수들의 몸짓 하나하나에 우리들은 응원을 보내고 감동을 받았죠. 다음 하계올림픽은 파리입니다. 1924년 이후 무려 100년 만에 정확히 돌아온 경기라고 합니다. 파리에서는 영화 같은 예고 영상으로 많은 스포츠 팬들의 심장을 뛰게 하기도 했습니다.
 
벌써 파리올림픽으로 시선을 돌리긴 이를 거 같고, 일단 이번 도쿄올림픽을 갈무리하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요. 우선 ①비록 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국가대표로서 최선을 다한 선수들과 ②국가대표로서 역대 올림픽에 출전해 피 땀 눈물을 흘린 선수들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③중계에 미처 잡히지 못한 비인기 종목 선수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그래서 오늘 마부뉴스가 던지는 질문은 바로 이겁니다.

"올림픽의 숨겨진 영웅들, 얼마나 알고 있나요?"
 

1등 아닌 선수들에겐 박수조차 남의 일인걸


"37년 만의 최소 금메달"
"한국 태권도 올림픽 사상 첫 노골드"

도쿄올림픽이 끝나고 일부 보도에 나왔던 제목들입니다.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으로 메달을 딴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입니다. 전 세계 선수들 중에 세 손가락 안에 든다는 것이니까요. 아낌없는 박수를 보낼 수 있죠. 하지만 과연 그 메달을 맹목적으로 강요할 수 있는 걸까요? 예전에는 국가를 위해 메달을 따야 하고 맹목적으로 강요하고 찬양하는 분위기가 있었어요. 하지만 많이 바뀐 것 같습니다. 이번 올림픽에선 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잘 싸운 선수들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거든요. 언론에서 1, 2, 3위 메달리스트만 조명하더라도 나머지 선수들에 대한 응원과 관심을 보이고 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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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데이터로 살펴볼까요? 도쿄올림픽에서 선수별로 제공해주는 순위 데이터를 몽땅 긁어봤습니다. 한 선수가 여러 종목에 참여할 수 있어서 총합은 선수단보다 많습니다.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우리나라의 가장 많은 선수들이 기록한 순위는 4위입니다. 그래프에 뽈록 튀어나온 4번째 막대가 보이죠? 총 11개 종목, 49명의 선수들이 전 세계 4위를 기록했습니다. 5위 역시 우리나라 선수들이 많이 차지한 순위입니다. 총 15개 종목에 40명의 선수들이 다섯 손가락 안에 든 겁니다. 순위에 들지 못한 61명의 선수들도 있지만 그들 역시 대한민국 1등인 선수들입니다. 

혹시 <달리기>라는 노래 알고 있나요? 러블리즈도 불렀고 그 전엔 S.E.S도 불렀던 노랜데, 원곡은 윤상의 곡인데 한 번 들어보세요. 아주 명곡이니까요. 이 노래에는 이런 가사가 나옵니다. "일등 아닌 보통들에겐 박수조차 남의 일인걸". 일등 아닌 보통 사람(사실, 보통 사람도 아닐 겁니다. 다들 대한민국 1등인 국가대표인걸요)들에게 미처 보내지 못했던 박수와 응원들. 이제는 그들에게 힘찬 박수를 보내주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역대 하계올림픽의 대한민국 대표단


조금 더 시선을 넓혀서 역대 하계올림픽에 참가한 대한민국 선수단을 살펴볼까요? 우리나라는 1948년부터 하계올림픽에 참가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에 런던에서 올림픽이 열렸는데, 46명의 태극전사가 출전했습니다. 첫 출전부터 메달을 따는 대단한 성과를 보였는데, 역도의 김성집 선수와 복싱의 한수안 선수가 동메달을 하나씩 따면서 종합 동메달 2개로 세계무대에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아래 그려진 그래프는 우리나라가 출전한 하계올림픽 선수단과 메달리스트의 규모를 그려본 자료입니다. 메달리스트가 아닌 모든 선수들의 기록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과거 자료라 메달리스트를 제외하고는 데이터를 확보하기가 어려웠던 점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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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단 규모가 50명을 채 넘기지 못하던 6~70년대에 100명이 넘은 선수단이 파견된 올림픽이 보이나요? 바로 1964년 도쿄올림픽입니다. 아시아 지역에서 최초로 열린 올림픽에 모두 154명(남성 128명, 여성 26명)의 태극전사들이 출전했는데, 여성 선수가 처음으로 20명이 넘게 파견된 올림픽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1988년 대망의 서울올림픽에선 우리나라 역대 최대 규모로 선수단이 출전하죠. 모두 400명이 넘었는데, 이 기록은 아직까지도 깨지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마부뉴스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여성 선수들의 출전 비율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출전 선수단 역시 비슷한 흐름입니다. 2004년 이후부터는 40% 이상의 출전 비율을 보이고, 지난 리우올림픽에서는 거의 1:1의 비율이었죠. 그렇다면 여성 선수 중 올림픽 첫 출전의 스타트를 끊은 선수는 누구일까요? 1948년 하계올림픽에 참여한 46명의 대표선수 중 여성 선수는 딱 한 분 계셨는데, 원반 던지기에 참여한 박봉식 선수입니다. 대표 선발전에서 기록을 달성할 정도로 운동신경도 좋았지만 안타깝게도 올림픽 본선에서는 예선 탈락을 했습니다.

런던으로 떠나기 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박봉식 선수는 이런 이야기를 남겼다고 합니다. "여자가 저 혼자이기 때문에 좀 섭섭해요. 앞으로는 이런 대회에 우리 조선 여성도 많이 참가하도록 해주길 미리 부탁해요." 그녀의 섭섭함을 달래주는 듯 우리나라 스포츠는 유독 여자 스포츠에서 강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체 메달의 수는 남성 선수 종목에서 획득한 수가 더 많지만 출전 선수와 메달 획득 비율을 살펴보면 오히려 여성 선수의 비율이 높게 나옵니다. 여성 선수는 출전 선수의 22.4%가 메달을 획득했고, 남성 선수는 15.8%가 메달리스트가 됐거든요.

특히 양궁에서 그 압도적인 기록이 보이는데, 역대 출전한 여성 양궁 선수 중에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하지 못한 선수는 단 1명뿐입니다. 1984년 LA올림픽에 출전한 박영숙 선수가 17위를 기록하면서 순위권에 들지 못했을 뿐, 나머지 출전 29번에선 모두 메달을 땄습니다. 이번 도쿄올림픽에서도 여자 양궁 단체에서 금메달을 따면서 사상 초유의 올림픽 9연패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양궁은 남녀 가릴 것 없이 압도적인 기록을 가지고 있죠. 남성 선수 역시 역대 출전한 30번 중 5번을 제외한 모든 경우에서 메달을 땄습니다.
 
박봉식 선수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어요.

스포츠는 기록으로 말하니, 박봉식 선수에 대해서도 기록과 숫자로 조금 더 살펴보겠습니다. 올림픽 대표 선발전에 참여한 박봉식 선수는 당시 이화여중에 재학 중인 중학생인데도 불구하고 대학생과 아주 근소한 차이로 2위를 했습니다. 숙명여대의 김옥자 선수가 31m 92, 박봉식 선수가 31m 72를 기록했는데, 두 기록 모두 조선 신기록이었다고 하죠. 언론에서는 유관순과 더불어 이화여중의 보배고 조선의 자랑이라며 보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연이어 신기록을 갈아치우며 17살의 나이에는 37m 08의 대기록을 세웠죠. 런던올림픽에서는 부담감 탓인지 실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예선 탈락을 했는데, 박봉식 선수의 실력이라면 다음 대회에서는 입상권도 노려볼 수 있을 거라 모두가 응원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국전쟁 중에 뇌막염 후유증으로 사망해 다시 올림픽에 출전할 수는 없었다고 합니다.
 

비장애인 올림픽 중계를 모두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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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트와 승마, 그리고 가라데. 이 종목들의 공통점이 뭘까요? 그건 바로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방송 3사 중계에 단 1번도 편성되지 못한 종목들이라는 겁니다. 물론 올림픽 종목이 워낙 많기 때문에  중계 시간이 겹치지 않고 모든 종목을 하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방송사에서는 선택과 집중을 해야겠지만 아쉬운 건 사실이죠. 그래도 다행인 건 방송으로는 볼 수 없었지만, 유튜브를 통해서 늦은 중계를 볼 순 있었습니다. 비디오머그에서는 요트와 가라데에 참여했던 선수와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고, 선수들의 출전 영상을 올려놓았거든요. 요트에 출전한 하지민 선수는 전체 7위를, 가라데에 출전한 박희준 선수는 5위를 기록했습니다. 

"제32회 도쿄 비장애인 올림픽, 한국방송 KBS의 모든 중계방송을 여기서 마칩니다." KBS 이재후 아나운서의 마무리 멘트처럼 비장애인 올림픽은 끝났지만 이제 패럴림픽이 남아있습니다. 올림픽에서는 영웅이 탄생하지만 패럴림픽에는 영웅들이 출전한다는 말이 있듯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영웅들을 향한 응원과 박수가 필요할 겁니다. 우리나라는 총 14개 종목에 86명의 선수와 72명의 지원인력 분들이 출전합니다. 원정 대회로는 역대 가장 큰 규모의 선수단이죠.

오늘 준비한 마부뉴스의 질문은 여기까지입니다. 여지껏 올림픽에서 소외됐던 부분은 어디라고 생각하나요? 메달을 따지 못한 태극전사들일까, 아니면 묵묵히 새로운 길을 개척해나갔던 여성 선수들이었을까요? 혹은 언론과 대중의 관심에서 빗겨나 있는 비인기 종목의 선수들과 패럴림픽 참여 선수들일까요? 여러분들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댓글로 의견을 남겨주세요. (*본 기사는 마부작침 뉴스레터를 편집한 기사입니다)

* 첫 메달리스트 설명에서 김성집 선수와 한수안 선수의 종목이 서로 뒤바뀌어 있어 잘못된 내용을 수정했습니다. 지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꼼꼼히 감수하고 작성하겠습니다. (8월 17일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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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혜민  디자인 : 안준석  인턴 : 김선경, 주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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