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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만 갔더라도…' 집에서 혼자 숨진 3살 딸 비극

'어린이집만 갔더라도…' 집에서 혼자 숨진 3살 딸 비극
엄마가 외박하는 사이 빌라에 혼자 방치된 3살배기가 숨진 가운데 아이가 공적 돌봄이라도 제대로 받았다면 참변을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 가정은 기초자치단체와 아동보호전문기관의 관리 대상이었지만 아이는 보호자가 원치 않는다는 이유로 어린이집조차 가지 못했습니다.

인천시에 따르면 인천시 남동구 한 빌라에 3살 딸을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미혼모 A(32·여)씨는 2년 전인 2019년에만 2∼3개월가량 딸 B(3)양을 어린이집에 보냈습니다.

A씨 가정을 사례 대상으로 지정해 관리하던 남동구와 인천시남부아동보호전문기관이 어린이집 등록 절차를 알려주며 B양의 등원을 권유했으나, 그는 코로나19 상황 등을 이유로 이를 거절했습니다.

대신 40만 원가량의 아동·양육 수당을 받았습니다.

A씨는 양육 방임을 우려한 미혼모 지원 센터 측의 미혼모 시설 입소 제안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 센터는 지난해 3월 B양에 대한 A씨의 정서적 학대와 방임을 의심해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B양은 어린이집과 보육 시설 등 공적 돌봄 체계에서 소외된 채 엄마의 지속된 방임으로 집에 홀로 남아 있다가 숨졌습니다.

현행 제도상 당사자가 원하지 않을 경우 이 같은 보육 시설 입소나 등원을 강제할 방법은 없습니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3월부터 학대 피해 아동을 부모와 분리해 임시 보호하는 아동학대 즉각분리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A씨와 같은 '방임 학대'는 이 사례에도 해당하지 않았습니다.

이 제도는 1년에 2차례 이상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된 아동에 대해 재학대 우려가 있는 경우 등에만 즉각 분리를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학대 피해가 확인되고 재학대 위험이 큰 경우에는 피해 아동을 쉼터에서 72시간 동안 보호하는 응급조치도 할 수 있습니다.

인천에서도 3월부터 이달 6일까지 5건의 즉각 분리와 53건의 응급조치가 이뤄졌습니다.

인천시 관계자는 "A씨 가정의 경우 평소 방문 상담에서도 별다른 학대 정황이 발견되지 않아 즉각분리제도 대상이 아니었다"며 "방임이 우려되는 가구여서 돌봄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안내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방임에 대한 부모들의 인식 개선과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합니다.

공혜정(53)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때리는 것만이 학대가 아니라 방임도 심각한 학대임을 부모들에게 인식시키고 교육해야 한다"며 "A씨의 경우도 아이를 한 번 두 번 집에 혼자 놔두고 다니다가 습관처럼 방임을 하게 된 사례일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이어 "아동학대 즉각분리제도에 방임 학대까지도 예방할 수 있는 조항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며 "취약계층이나 학대 고위험군 아동의 안부를 시시각각 확인하는 등의 제도적 보완책도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배근(71) 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 회장도 "미국의 경우 만 12∼14세 미만 아동을 혼자 두면 학대로 보고 처벌하는 등 방임을 상당히 심각하게 인식한다"며 "부모들에게 아동 양육에 대한 책임과 방법을 체계적으로 교육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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