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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여당 원내대표의 검찰 비판, 신중했어야

[취재파일] 여당 원내대표의 검찰 비판, 신중했어야
지난주 화요일(7월 27일), 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가 검찰을 작심 비판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입시 비리 의혹 재판과 관련해서다. 그날 아침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나온 모두발언을 그대로 옮긴다.
 
"조국 전 장관의 딸 조민 씨에 관해 묻힐 뻔했던 진실이 마침내 드러났습니다. 서울대 인턴확인서 허위 의혹에 대해 '조 씨를 보지 못했다'고 진술했던 고교 동창 장 모 군이 "영상 속 조민이 맞다. 내 보복심이 진실을 가렸다"며 용기 내 진실을 밝혔습니다. 조 전 장관 가족에게도 용서를 구했습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위증죄 처벌을 운운하며 위협을 가했고, 증인 출석 전 사전 면담을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고 합니다. 장 씨의 아버지 장 교수를 출국금지 시킨 후 6번 조사를 했고, 그의 어머니도 불러 조사하는 등 11번에 걸쳐 그 가족을 조사했습니다. 3시간 30분간의 조사기록 공백이 있다는 것도 추가로 드러났습니다.

끝 모를 검찰의 선택적 수사에 조국 전 장관의 가족과 장 씨의 가족, 두 가정은 파탄의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날조된 진실 앞에 국론은 분열됐고, 국민 갈등 역시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한 줌도 안 되는 검찰 권력의 유지를 위해 국론마저 분열시킨 사람이 책임은커녕 국민 통합을 운운하며 야당 대권 주자로 나서는 현실입니다. 이건 뭐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습니다. 정말 통탄할 노릇입니다.

성공을 예감했던 '검찰 각본의 가족 인질극'이 양심 고백에 조기 종영됐습니다. 검찰의 위증교사와 권력남용이 다시 수면 위로 떠 올랐습니다. 독직폭행만 범죄가 아닙니다. 이쯤 되면 수사기관의 독직협박, 약취, 유인도 형법상 범죄 죄목에 추가해야 할 것입니다. 언제까지 국민은 검찰의 날조된 진실 앞에 분열하고, 갈등해야만 하는 것입니까. 그 진실을 밝히는 힘겨운 투쟁이 국민 몫이 돼야 하는 것입니까. 법무부는 즉각 감찰에 착수해야 합니다. 검찰 내 인권보호관들도 진상 규명에 나서야 합니다. 공수처도 사건 전모를 밝히고, 관련자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기 바랍니다."

압축되거나 생략된 사실관계는 후술하기로 하고 발언 요지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조국 전 장관 재판에서 조민 씨의 고교 동창 장 모 씨가 진술을 번복하면서 재판의 진실이 드러났고,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장 씨의 가족 등을 11번에 걸쳐 조사하는 등 위협과 압박을 가한 사실도 밝혀졌단 이야기다. 검찰의 위증교사와 권력남용이 의심되는 만큼 법무부의 감찰과 공수처 수사도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그렇다면 과연 윤 원내대표의 이 발언은 사실일까? 사실관계를 떠나 합리적인 문제 제기였을까.
 

쟁점 1 : 정말 '묻힐 뻔 했던 진실'이 드러났나?

조국

윤 원내대표가 언급한 '묻힐 뻔 했던 진실'은 지난달 23일, 조국 전 장관의 공문서 위조(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십확인서) 혐의 등을 가리는 1심 재판에서 나온 장 모 씨의 증언을 가리킨다. 장 씨는 조 전 장관의 딸 조민 씨의 고교 동창으로, 지난 2009년 조민 씨와 함께 서울대학교 법학대학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활동을 수행했다고 인턴십확인서에 기재된 인물이다. 앞서 장 씨는 조 전 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 1심 재판에서 (1)"해당 기간 (2009.5.1.~5.15) 인턴 활동을 한 적이 없다"고 증언했고 인턴 마지막 날인 5월 15일 열린 국제학술대회 세미나에도 ( 2)본인들은 참석했지만 "조민을 본 기억이 없다"고 증언한 바 있다. 정경심 교수 1심 재판부는 이를 토대로 "2009년 5월 15일 국제 학술대회 Death Penalty in Northeast Asia를 위하여 2009년 5월 1일~15일 기간 동안 고등학생 인턴으로 활동하였음"이라는 인턴십확인서 내용이 허위라고 판단했다.

그런데 장 씨가 지난 23일 조국 전 교수에 대한 재판에선 동영상에 촬영된 인물은 "조민이 90% 맞다"며 증언을 뒤집은 것이다. 조민 씨가 국제 학술대회 세미나에 실제 참석한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다. 이를 바탕으로 조 전 장관 측 변호인단과 일부 유튜버들은 "결정적 증언이 나왔다"며, 조민 씨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경력이 허위라는 정경심 1심 재판부 판단과 검찰의 공소사실이 깨졌다고 주장한다. 윤 원내대표가 마침내 드러났다는, '묻힐 뻔 했던 진실'은 이러한 주장에 기반을 둔 것으로 보인다.
 

세미나 참석했더라도 '인턴 정상 수료' 되는 건 아냐


그러나 문제는 장 씨의 '번복된 증언'이 재판에 그리 결정적인 요소가 아니라는 데 있다. 재판 전체의 맥락을 살펴볼 때 "조민 씨가 국제 학술대회 세미나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검찰의 주장이 깨진다고 해도, 재판 결과에 엄청난 영향을 줄 만한 일로 보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재판의 주요 쟁점 자체가 "조민 씨가 세미나에 참석했는가?"가 아니라 "조민 씨가 실제 인턴십 활동을 했는가?"이기 때문이다.

조민 씨가 실제 인턴십 활동을 했는지 증명하기 위해선 다음 두 가지가 규명되어야 한다.

1) 5월 15일 세미나 참석 여부
2) (인턴십확인서에 기재된) 5월 1일~14일 실제 인턴 활동 여부


만약 장 씨의 증언 번복으로 1)이 사실로 입증된다 하더라도 2)가 입증되지 않으면 조민 씨의 인턴십 활동이 사실이라는 명제는 충족되지 않는다. 그런데 장 씨는 2), 즉 5월 1일부터 14일까지 인턴십 활동을 한 적이 없다는 증언은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 장 씨와 함께 인턴을 했다고 확인서에 기재된 또 다른 친구 박 모 씨 역시 마찬가지다. 해당 기간이 조민 씨와 장 씨 등이 다니던 한영외고 유학반의 시험기간이라 참석 자체가 불가하다는 진술도 나왔다. 조 전 장관 변호인단은 해당 기간 교수가 주는 과제를 수행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인턴십 활동을 증명할 만한 다른 증거는 나오지 않고 있다. 만약 조민 씨가 세미나에 실제 참석했다고 해도 인턴십을 정상 수료했다고 보기는 아직 어렵다는 뜻이다.

(더구나 윤 원내대표가 '양심 고백'이라고 지칭한 장 모 씨의 법정 증언은 "조민 씨가 세미나에 참석한 게 확실하다"는 내용이 아니라 세미나 동영상에 찍힌 여성이 "조민 씨가 맞는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에 해당한다. 정작 장 씨는 그날 '조민 씨를 본 기억은 없다'는 진술은 계속 유지했다.)

정경심, 조국

애당초 이 재판의 주된 쟁점이 조국 전 장관과 정경심 교수 부부의 공문서(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확인서) 위조 혐의에 대한 유무죄 여부이다. 조민 씨의 세미나 참석 여부는 의미 있는 쟁점인 건 맞지만, 굳이 말하자면 '원 오브 뎀'(One of them)에 가깝다. 판단은 재판부가 하겠지만, 일부 유튜버들의 주장처럼 재판의 흐름을 일거에 뒤집을 수 있는 팩트는 아니라는 뜻이다. 설사 윤 원내대표의 주장처럼 '검찰 각본의 가족 인질극'이 있었다 할지라도 이를 '조기 종영'시킬 만한 증언은 되기 힘들다. 이는 재판 전체의 얼개와 내용을 한번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쟁점2 : 검찰 압박 있었나? 정작 당사자는 "없었다"

검찰

위 증언 번복은 '검찰의 압박·회유' 의혹이 제기되면서 더 큰 논란으로 번졌다. 윤 원내대표 발언의 핵심도 사실은 이 대목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위증죄 처벌을 운운하며 위협을 가했고, 증인 출석 전 사전면담을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고 합니다. 장 씨의 아버지 장 교수를 출국금지 시킨 후 6번 조사를 했고, 그의 어머니도 불러 조사하는 등 11번에 걸쳐 그 가족을 조사했습니다. 3시간 30분간의 조사기록 공백이 있다는 것도 추가로 드러났습니다."

"검찰의 위증교사와 권력남용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독직폭행만 범죄가 아닙니다. 이쯤 되면 수사기관의 독직협박, 약취, 유인도 형법상 범죄 죄목에 추가해야 할 것입니다."
- 윤호중 원내대표 발언, 7월 27일

그런데 정작 '양심 고백'의 당사자인 장 모 씨는 재판 이틀 뒤인 7월 25일, 본인의 페이스북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여러분 간곡히 한 가지만 부탁드립니다. 검사님들을 매도하지 말아주십시오"라며 "조사를 위해 저에게 많은 내용들을 물어보셨으나 다들 모두 친절하시고 진심으로 저를 존중해주신 분들이었습니다. 저를 조사하는 데 있어서 협박과 위협, 강박은 전혀 없었습니다."
- 장 모 씨 페이스북, 7월 25일

장 씨는 앞서 재판 당일에도 검찰의 압박이 있었냐는 조 전 교수 변호인단의 질문에 그런 압박은 없었다고 못을 박았다. 당사자는 "압박이나 회유가 없었다"고 거듭 말하는데, 제3자가 "위협과 압박이 있었다"며 감찰과 수사를 촉구하는, 다소 황당한 상황이 연출된 셈이다.

다른 사건과도 비교해봐야겠지만, 일견 많아 보이는 조사 횟수와 '3시간 30분의 공백'은 의혹을 제기할 수 있는 대목으로 보인다. 다만 논란이 커지면서 검찰도 이 부분에 대해 해명을 했다. 기록이 없는 것이 아니라 수사과정확인서에 '사전면담'과 '점심식사'를 한 것으로 기재돼있고 사전면담은 "40여 분 분량의 동영상을 두 차례 돌려보면서 장 씨를 포함한 세미나 참석자들을 일일이 확인하고 조서에 담기 위한 캡처 화면을 생성하는 시간"이라는 설명이다. 사전에 전화를 한 건 "검찰 측 신청 증인들이 출석할 수 있도록 독려해달라는 재판부 요구에 따라 이들 두 명의 증인에게 전화로 법정에 출석하라고 안내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이 부분은 복수의 증인이 존재하고, 기록이 있다니 이를 맞춰보면 어렵지 않게 판단할 수 있을 걸로 보인다.
 

당내서도 "원내대표가 유튜브 보나"

윤호중

윤호중 원내대표 측은 이에 대해 "이 사건에서 피의자가 아닌 장 씨 아버지와 어머니까지 불러 총 11번에 걸쳐 그 가족을 조사하는 등 검찰의 먼지털이식 몰아가기 수사에 대한 정당한 비판이다. 검찰권이 남용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를 지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회의에서 나온 발언을 두고 민주당 내에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법률가 출신의 한 초선 의원은 "맥락을 잘 모르고 발언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우리 쪽 유튜브에서 그런 주장이 많이 나오던데 그 논리를 차용하지 않았나 싶다"고 짐작했다.

사실 오랫동안 이어진 복잡한 재판의 사실관계를 일일이 파악하고 그 맥락을 정확히 이해하기는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당사자나 재판 관계자가 아니라면 말이다. 특히 조국 전 장관과 그 가족의 재판의 경우 더욱 그렇다. 기자 역시 재판을 쭉 취재해온 법원 출입기자가 아니라면 알기가 매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언론 보도에도 한계가 있다. 재판이 있을 때마다 재판의 모든 히스토리와 전후 관계, 맥락을 일일이 기사에 담기에는 현실적 제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당의, 그것도 집권여당의 '넘버 투'라 할 수 있는 원내대표의 발언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보통 정당의 아침 회의 메시지는 그 당의 기조와 입장, 방향을 반영하기 마련이다. 원내대표의 발언은 곧 그 당의 입장과도 같다. 백번 양보해 정당의 아침 회의 발언이 사실보다 정치적 주장과 지향을 눌러 담은 '의견'에 가깝다는 점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발언의 무게와 의미를 고려한다면 보다 정확한 사실관계 위에 기반할 필요가 있다.

더 큰 문제는 사법 불신과 그로 인한 사회 전체의 피해다. "묻힐 뻔 했던 진실이 드러났다"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만에 하나 조민 씨의 인턴 활동이 허위라는 취지의 판결이 나온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설사 재판부가 객관적 사실을 바탕으로 판단을 내렸다고 할지라도 전체 맥락을 알지 못하거나 한쪽의 주장만 들어온 이들은 당연히 사법부를 비난하게 될 것이다. 사법농단, 판새라는 용어가 다시 소환되고 한바탕 푸닥거리를 하고 나면 사법 불신의 강도는 점차 높아질 것이다(사실 이미 매우 흔한 장면이기도 하다). 사법부는 완전무결의 존재가 아니며 견제와 비판이 응당 필요하지만, 근거가 명확치 않은 막연한 불신과 비난이 사법부에 가해지는 건 법치국가에서 결코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재판에 승복하지 않거나 '법 없이 살려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피해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사는 대다수 평범한 시민에게 돌아오기 마련이다.

사실 진행되고 있는 재판에서 자기 쪽에 유리한 부분만을 취사선택해 법정 밖에서 언론플레이를 하거나 상대방을 압박하고, 그러다 원하는 판결이 나오지 않으면 그동안 쌓아둔 논리를 바탕으로 재판부를 공격하는 행태는 최근 몇 년 동안 부쩍 횡행하고 있는 풍경이다. 유튜버는 그렇게 돈을 벌고 선동가는 인기를 얻는다. 변호인이야 어떻게든 재판을 이겨야 하는 입장이라고 치자. 그러나 국정을 이끄는, 책임 있는 정치인의 경우는 달라야 한다. 우리 사회는 입법, 사법, 그리고 행정 세 축을 토대로 돌아간다. 한 축이 곪으면 다른 축에도 피해가 가는 건 당연하다. 이는 비단 교과서에서만 나오는 이야기는 아니다. 엄연히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습들이다.
 

검찰 개혁, 정치적 수단 삼지 말아야

민주당-검찰

정치적 배경을 떠나 여권의 검찰 비판과 압박이 하루 이틀 일 만은 아니다. 조국 전 장관 수사가 시작된 시점부터 강도 높은 검찰 압박과 개혁 작업이 이뤄진 지 어느덧 2년이 넘었다. 검찰의 권한이 대폭 축소됐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여권의 검찰 개혁이 성공적이라고 평가하는 국민은 많지 않아 보인다. 올해 초 한겨레신문의 새해 여론조사에선 전체 응답자 가운데 41.9%가 "취지는 옳았지만 절차·방법에 무리가 있었다"고 답했다. 33.9%는 아예 "취지와 절차·방법 모두 잘못됐다"고 응답했다. "취지와 절차·방법 모두 옳았다"는 응답은 17.2%에 불과했다. 많은 이들이 검찰개혁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59.8%) 절차와 방법에는 문제가 있었다고 (75.8%) 대답한 셈이다. 이는 검찰 개혁의 정치적 수단화와 무관치 않다. 검찰 개혁이 정녕 국민과 사회를 위한 것이라는 믿음보다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의심이 더 많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윤 원내대표의 발언에는 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로 부상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겨냥한 대목이 나온다. "한 줌도 안 되는 검찰 권력의 유지를 위해 국론마저 분열시킨 사람이 책임은커녕 국민 통합을 운운하며 야당 대권 주자로 나서는 현실입니다." 발언 전체의 배경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대선을 앞두고 상대 진영의 가장 유력한 후보를 공격하고 비판하는 건 정치권에서 흔한 일이며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주장에는 근거가 있어야 하고 정확할 필요가 있다. 객관적 사실로 잘잘못을 가리고 유무죄가 정해지는 재판 과정을 언급할 때는 더욱 그렇다. '아니면 말고' 식으로 끝날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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