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라커룸 in 도쿄] '엄격한 K존' 화제 만발…강광회 심판 "일본 실력 만만치 않네요"

[라커룸 in 도쿄] '엄격한 K존' 화제 만발…강광회 심판 "일본 실력 만만치 않네요"
일본과 미국이 도쿄올림픽 야구 본선 1라운드 경기가 열린 지난 2일. 경기를 지켜본 취재진은 중계 화면에서 낯익은 얼굴을 발견했습니다. 주인공은 KBO리그 베테랑 심판 강광회 심판원이었습니다. NC 다이노스 강진성의 아버지로 유명한 강 심판원은 KBO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의 추천을 받아 도쿄올림픽에 심판으로 참가하고 있습니다.

강 심판원은 이날 경기에서 KBO리그 기준의 '엄격한 K존'으로 화제의 중심에 섰습니다. 강 심판원의 엄격한 볼 판정에 일본과 미국 투수들이 쩔쩔맸습니다. 정교한 제구로 유명한 일본 투수들은 스트라이크라고 생각한 공이 볼 판정을 받자 당황하는 모습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엄격한 스트라이크존에 한복판에 몰리는 공이 많아졌고, 경기는 화끈한 타격전으로 이어졌습니다. 경기 내내 일관성이 있게 판정했기 때문에 두 팀 모두 불만도 없었습니다. 양 팀 감독과 더그아웃에서 볼 판정에 불만을 나타내는 모습은 찾기 어려웠습니다.

라커룸S 강광회

일본이 연장 승부치기 끝에 7대 6으로 승리하면서 우리나라와 일본의 준결승 맞대결이 성사됐습니다. SBS 취재진은 강 심판원과 연락해 경기 뒷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강강회 심판원은 먼저 일본-미국 경기의 주심으로 배정받을 줄 예상치 못했다고 털어놨습니다. 그는 "영어를 잘하는 편이 아니라서 주심 배정은 안 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경기를 하루 앞두고 심판장이 일본-미국 경기에 나를 주심으로 배정했더라고요. 깜짝 놀랐지만 하던 대로 보면 될 거라 생각했습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KBO에서 하던 대로 내 존을 설정해 볼 판정을 내렸습니다. 엄격하다는 평가가 있던데 어떻게 보면 좋은 평가 아닌가요"라며 웃었습니다.

우리 대표팀은 이스라엘과 첫 경기부터 구심의 스트라이크존에 애를 먹었습니다. 특히 도미니카 공화국과 경기에선 구심이 바깥쪽 공을 후하게 판정해 제구력으로 승부해 온 44살 노장 선발 발데스에게 쩔쩔맸습니다. 도미니카 공화국과 경기 중 몸을 풀던 박건우는 취재진을 보자마자 "스트라이크존의 일관성이 너무 떨어지는 것 같아요. 적응하는 게 어렵습니다"라고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국제대회에서 구심의 스트라이크존에 적응하는 건 당연한 일지만, 일관성이 떨어지는 건 어찌할 도리가 없습니다.

강광회 심판원은 "이번 대회 심판 구성을 보면 이해가 갑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각 나라에서 파견 온 심판들에게 소속 리그가 어디인지 물어봤습니다. 미국 심판에게 혹시 메이저리그 소속이냐고 물으니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대부분 하위 마이너리그 또는 독립리그 심판이었습니다. 우리 KBO리그나 메이저리그는 방송사 화면에 스트라이크존이 표시되고, 그렇다 보니 최대한 일관되게 자신 만의 존으로 판정을 합니다. 그러나 독립리그 심판은 그런 부분에 영향을 덜 받습니다. 아무래도 존이 넓을 수밖에 없고, 일관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을 거 같습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우리나라는 내일(4일) 저녁 7시 일본과 결승 진출을 놓고 운명의 맞대결을 펼칩니다. 아침 일찍 편의점을 찾아 신문을 보니 어젯밤 끝내기 승리 소식과 함께 한일전에 대한 이야기로 1면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일본 선발은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유력합니다. 야마모토는 오릭스 소속으로 올 시즌 일본 프로야구 16경기에서 9승5패, 평균자책점 1.82를 기록했습니다. 이번 일본 대표팀의 실질적인 에이스로 꼽히고 있는데, 도미니카 공화국과의 예선 첫 경기서 6이닝 2안타 1볼넷 9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한 뒤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라커룸S 강광회

강광회 심판원은 일본의 전력이 만만치 않다고 평가했습니다.

"일본 전력이 전체적으로 좋은 거 같습니다. 투수의 성향을 보니 불펜 필승조는 빠르게 승부하는 경향이 있어 보입니다. 구위도 좋기 때문에 기다리면 오히려 우리가 불리할 거 같습니다. 미국전 선발로 나온 다나카 마사히로는 2회가 되니까 구위가 조금씩 떨어지더라고요. 그래서인지 변화구 승부를 많이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빠르게 승부하는 투수와 달리 타자들은 철저하게 기다리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래서 어제 경기가 오래 걸린 거 같기도 한데요. 하하하. 자신 만의 존을 설정해 놓고 그 존을 벗어나면 치지 않더라고요. 미국 투수의 140km가 넘는 슬라이더도 벗어나니까 참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다음 경기 배정을 기다리고 있는 강광회 심판원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고 돌아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어제 일본이 끝내기로 이겨서 그런지 일본 관계자, 자원봉사자 분들이 저에게 엄지를 치켜들고 인사를 하고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저는 하던 대로 봤을 뿐인데 역시 이기면 그렇게 되나 봅니다. 하하하.  선수들도 그렇지만, 저 역시 우리나라를 대표해서 올림픽에 온 거라고 생각합니다. 여건은 많이 힘들지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고 돌아가겠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