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체조 영웅의 돌발 기권…격려 쏟아진 이유

2020 도쿄올림픽 남녀 기계체조 결선은 취재하기 어려운 종목으로 꼽힙니다.

개·폐회식, 육상 100ｍ 결승처럼 주요 종목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할당해 출입 티켓을 배분하는 '하이 디맨드'(high-demand) 종목이기 때문입니다.

수요가 많아서 취재 인원을 제한하는 셈입니다.

취재진이라도 이 티켓을 구하지 못하면 경기장에 갈 수가 없습니다.

27일부터 8월 3일까지 열리는 체조 남녀 개인종합, 10개 남녀 종목별 결선은 모두 하이 디맨드 종목입니다.

세계를 호령하는 일본 남자 체조의 높은 인기, 협소한 아리아케체조경기장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과 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 등 여러 사안을 고려해 하이 디맨드 종목으로 묶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무엇보다도 여자 기계체조에 걸린 금메달 6개 석권에 도전한 '체조 여왕' 시몬 바일스(24·미국) 취재 열기 때문에 인원을 제한한 것이라는 설이 가장 합리적으로 들립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의 최고 스타가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미국)였다면 이번 대회의 특급 스타는 단연 바일스입니다.

바일스가 심리적 압박감을 호소하며 27일 단체전 경기 중 기권하고, 29일 열리는 개인종합 결선마저 기권하겠다고 하루 전날 밝히자 전 세계 언론이 관련 사실을 속보로 긴급 타전한 건 당연한 결과입니다.

바일스는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에서 자신의 어깨에 "전 세계의 무게"가 얹어진 것 같다고 표현했습니다.

가장 자신 있는 도마에서 평소 받는 점수보다 2점 가까이 낮은 13점대에 그치자 바일스의 멘털이 완전히 무너진 것으로 보입니다.


바일스는 지금껏 이룬 성과만으로도 체조계에서 'GOAT'(Greatest Of All Time·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 반열에 올랐습니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통산 금메달 19개, 은메달 3개, 동메달 3개를 수집한 바일스는 리우올림픽에서 수확한 금메달 4개, 동메달 1개를 합쳐 2개의 메이저대회에서 모두 30개의 메달을 획득했습니다.

여기에 전날 단체전에서 기권했지만, 은메달은 받아 메이저대회 전체 메달 수는 31개로 늘었습니다.

그는 이 부문 순위에서 러시아의 라리라 라티니나(32개)에게 1개 차로 다가섰고, 역대 올림픽·세계선수권대회 최다 메달리스트인 벨라루스의 비탈리 셰르보(33개)와도 격차를 좁혔습니다.


신기록이 눈앞으로 다가왔지만, 새 역사가 열릴지는 알 수 없습니다.

바일스의 정확한 멘털 상태를 알 수 없어서입니다.

미국 체조대표팀도 날마다 그의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고만 밝혔습니다.

바일스는 도마, 이단 평행봉, 평균대, 마루운동 4개 종목별 결선에 모두 올랐습니다.

특히 도마와 마루운동, 평균대 종목에선 자신의 이름을 딴 기술을 국제체조연맹(FIG) 채접규정집에 등록했을 정도로 독보적인 금메달 후보입니다.

지금 중요한 건 금메달이 아니라 바일스가 경기에 뛸 수 있느냐입니다.

개인 종목별 결선은 8월 1∼3일 열려 바일스가 짓눌린 압박감에서 벗어날 여유는 있습니다.

바일스가 남은 기간 컨디션을 회복해 염소(goat·역사상 위대한 선수라는 GOAT와 같은 영어 철자)를 새긴 리오타드(체조복)를 입고 포듐에 선다면 흥행 참패로 고전 중인 도쿄올림픽은 한숨을 돌립니다.

또 바일스가 금메달을 목에 걸면 감동 스토리가 더해져 훗날에도 회자하는 올림픽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 번 멘털이 붕괴한 이래 바일스가 집중하지 못하고 추가 기권 또는 저조한 기량으로 대회를 마치면 도쿄올림픽은 스타도 인기도 모두 잃는 최악의 상황을 겪습니다.

현역으로 뛰는 마지막 올림픽에서 화려한 은퇴를 준비하던 바일스 역시 심각한 스트레스를 토로해 전 세계 팬들을 안타깝게 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