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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벽 강도 외면한 해체 순서…성토제 주저앉고 지하층까지 붕괴

외벽 강도 외면한 해체 순서…성토제 주저앉고 지하층까지 붕괴
뼈대를 무너뜨린 철거 공사로 인해 구조가 불안정해진 건물은 옆에서 밀어내는 힘을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내렸습니다.

17명의 사상자를 낸 철거건물 붕괴참사는 안전불감증과 부실 공사가 빚어낸 사회적 재난이었음이 드러났습니다.

광주경찰청은 오늘(28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를 토대로 붕괴 원인을 규명한 수사 상황을 발표했습니다.

국과수는 해체계획서를 무시하고 적절한 구조검토 없이 진행한 공사, 철거 과정에서 옆으로 작용한 무게 때문에 건물이 넘어지듯 무너졌다고 분석했습니다.

철거 공사는 시작부터 해체계획서를 따르지 않았습니다.

건물 사면을 기준으로 외벽 강도를 고려한 '좌→후→전→우'인 순서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철거 진행 순서를 표시한 건물 평면도

최상층부터 아래쪽으로 뜯어내는 철거 과정도 무시됐습니다.

건물을 상공에서 내려다봤을 때 'ㄷ'자 형태로 후면부에서 파고 들어가는 공사가 진행됐습니다.

작업을 맡은 중장비는 건물과 일정 거리를 두고 쌓은 흙더미(성토제) 위에 올리는 특수 장비 '롱 붐 암' 대신 임차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일반 굴착기가 투입됐습니다.

철거 공사는 참사 발생 13일 전인 올해 5월 27일 시작됐습니다.

건물 후면부에 별관처럼 딸린 부속 건물을 먼저 철거했습니다.

이틀 만에 부속 건물 철거가 마무리돼 콘크리트 파편 등 잔해가 성토제 재료로 쓰였습니다.

건물 3층 내부까지 성토제가 채워졌습니다.

올해 5월 29일 건물 후면 별관을 철거한 뒤 성토제를 쌓는 모습

그 과정에서 하층부 일부가 뜯기고 후면부 주요 기둥은 걷어치워졌습니다.

내부에 채운 성토제가 지하층 천장인 1층 바닥의 하중도 증가시켰는데 보강작업 등 후속 조치는 없었습니다.

건물이 도끼에 밑동 찍힌 나무처럼 안전 구조를 상실했습니다.

지상 5층에 지하 1층 규모인 본 건물의 철거는 참사 일주일 전인 지난달 2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ㄷ'자 형태로 파고 들어간 철거는 건물이 옆으로 작용하는 무게인 횡 하중에 취약하게 만들었습니다.

중장비 작업 지지대인 지상 3층 높이의 성토제 또한 불안정했습니다.

먼지 날림을 줄이기 위해 과도하게 살포한 물이 성토제를 불안정하게 만든 요인으로 지목됐습니다.

악재에 악재가 겹치면서 건물 붕괴는 참사로 귀결됐습니다.

중장비가 오른 외부 성토제가 주저앉았습니다.

지하층 천장의 판상 구조물도 건물 내부 성토제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졌습니다.

외부 성토제와 지하층 가운데 어느 쪽이 먼저 주저앉고 무너졌느냐의 순서는 규명되지 않았습니다.

핵심은 건물을 옆으로 밀어내는 무게가 일시적으로 증가하면서 'ㄷ'자 형태로 남은 건물이 버텨내던 임계점을 넘어섰습니다.

건물은 주저앉은 성토제가 힘을 작용한 도로 방향으로 쓰러졌습니다.

운전기사와 승객 등 17명이 탄 시내버스가 막 정차한 참이었습니다.

경찰은 "안전불감증에 기반한 무리한 철거 방법과 안전 관리자들의 주의의무 위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건물이 붕괴에 이르렀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진=광주경찰청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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