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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윤고은 "나는 이질적 세계를 연결하는 중매인"

[주영진의 뉴스브리핑]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을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SBS에 있습니다.

■ 방송 :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 월~금 (14:00~16:00)
■ 진행 : 주영진 앵커
■ 대담 : 윤고은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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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작가로는 처음으로 세계 양대 추리 문학상 '대거상' 수상"
"수상작 '밤의 여행자들', SF·판타지 등 다양한 문학상에서 후보로 올라"
"추리 소설 규정하고 쓴 작품 아냐…작품 쓸 때 장르 구분 짓지 않아" 
"수상작은 전쟁과 여행이라는 이질적 두 세계를 연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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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영진/앵커: 나는 소설을 쓸 때마다 중매인이 된다. 재난과 여행이라는 따로 떨어져 있는 두 세계를 연결하는 것이다. 소설가 윤고은 씨와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윤고은/소설가: 안녕하세요.
 
▷ 주영진/앵커: 영상 보다 보니까 말이죠. 상을 받았다. 본인이 본인 입으로 어떤 상을 받았습니다 얘기하시는 게 쑥스러울 수 있는데 어떤 상을 받으신 거죠?
 
▶ 윤고은/소설가: 저는 영국추리작가협회에서 주는 '대거상'의 번역서 부문 상을 받았습니다.
 
▷ 주영진/앵커: 그러면 추리소설을 쓰신 거겠네요?
 
▶ 윤고은/소설가: 아니요, 그런 건 아니고요. 후보에 올라온 작품들을 보니까 꼭 이게 우리가 추리소설이라고 딱 규정하기에 애매하다고 느낄 만한 작품들도 올라가 있는 것 같고요. 쓸 때는 어떤 장르를 생각하고 쓰는 편은 아니었거든요. 저는 이 장르는 그냥 포장 상자 같은 거라고 생각을 해서 쓸 때는 그냥 그 안에 담을 내용을 제작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이게 뭐 추리소설인지 뭔지 전혀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 주영진/앵커: 저희가 흔히 추리소설 하면 '셜록홈즈'라든가 아가사 크리스티 원작의 '오리엔트 특급살인사건' 이런 것들 있지 않습니까? 그런 작품들을 떠올리는데 우리 윤고은 작가님의 작품 '밤의 여행자들'은 조금은 다른 장르다 이런 생각을 갖고 계신 건가요?
 
▶ 윤고은/소설가: 그렇죠. 이제 추리소설을 제가 많이 읽거나 추리소설의 트릭이라거나 이런 것들을 많이 알고 있는 편도 아니어서 어떻게 비교를 해야 될지는 모르겠지만 기본적으로 추리소설이 가지고 있는 어떤 범인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제가 딱 명확히 얘기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지금 얘기하신 작품들은 저는 사실 무서워서 잘 못 읽는 편인데 이번에 '대거상'을 받게 돼서 기분이 좀 얼떨떨합니다.
 
▷ 주영진/앵커: '대거상'이 어떤 상입니까?
 
▶ 윤고은/소설가: 이제 저도 상을 받으면서 좀 알게 된 건데요. 미국의 '에드거상'이라고 하는 에드거 앨런 포를 기리는 '에드거상'이라는 게 있고 이제 영국의 60년 이상 된 '대거상'이라는 게 있는 거죠. 쌍벽을 이루는 어떤 영미권의 추리 문학. 그런데 추리 문학이라고 규정할 수 없을 정도로 그 폭을 넓혀가고 있는 것 같기는 해요.
 
▷ 주영진/앵커: 그런데 그중에서 이게 '번역상'이란 말이죠. 영어로 번역된 작품. 그러면 누군가가 이걸 번역한 것 아닙니까?
 
▶ 윤고은/소설가: 그렇죠.
 
윤고은 소설가

▷ 주영진/앵커: 그 번역을 윤고은 작가님이 직접 의뢰를 한 겁니까? 아니면 어떤 우리 국내의 어떤 문인 단체라든가 이런 데의 조력을 받아서 번역을 맡기게 된 건가요?
 
▶ 윤고은/소설가: 번역을 맡기거나 한 거는 아니고요. 처음에는 리지 뷸러라고 하는 번역가가 이제 제 단편 소설을 대학 때 논문으로 번역하는 작업을 했어요.
 
▷ 주영진/앵커: 리지 뷸러라고 하는 번역가가 한글을 잘 읽고 독해 능력 뛰어나시고?
 
▶ 윤고은/소설가: 그렇죠. 비교 문학을 전공한 분이어서 한국어와 이제 모국어인 영어를 다 잘하시는 분이고요. 그분이 제 단편 소설을 이제 몇 개를 번역하셨고 거기서 장편 소설로 이제 '밤의 여행자들'을 선택해서 이걸 가지고 번역 출간을 하게 된 거죠.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한국문학번역원의 지원도 받게 됐고요.
 
▷ 주영진/앵커: 그러면 윤고은 작가님의 작품이 본인 입으로도 좀 추리소설, 전통적인 추리소설의 영역에 과연 들어가는지도 본인도 잘 모르겠다고 아까 말씀하신 거죠?
 
▶ 윤고은/소설가: 저에게는 그렇죠. 그러니까 그게 그렇게 궁금한 사안은 아니에요, 저에게는. 왜냐하면 점점 이제 전통적인 어떤 구조나 플롯이나 어떤 방식이나 이런 것들을 우리가 알아가는 것도 재미있기는 하지만 점점 해를 거듭할수록 어떤 장르라든지 이런 것들의 경계를 허무는 것들에 대한 별 부담이 없는 느낌이고요. 사실 저 같은 경우는 뭘 허물겠다고 마음을 먹고 쓴 것도 아니니까 이제 와서 여기서 추리소설적인 어떤 것을 막 찾기가 좀 이렇게 자연스럽지는 않은 느낌이에요.
 
▷ 주영진/앵커: 그러면 작가는 이제 작품을 쓰고 나면 그 작품은 작가의 열정과 생각, 의지가 다 배어난 그야말로 그 작가를 대신할 수 있는 작가의 대변체라고 할까요, 대언체라고 할까요? 그런 작품인데 이거를 읽는 독자들은 작가의 생각과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는 거 아니에요.
 
▶ 윤고은/소설가: 그렇죠.
 
▷ 주영진/앵커: 그러니까 독자들이나 이번에 '대거상'을 시상한 그 단체에서는 이건 추리소설이다 이렇게 본 것 아니겠습니까?
 
▶ 윤고은/소설가: 그럴 수도 있는 거죠. 그러니까 사실 작가의 손을 떠나는 순간 제가 원고를 요즘에는 메일로 보내니까요. 메일로 이렇게 클릭해서 보내는 순간 그다음부터는 사실 이 소설이 어떻게 여행을 하고 어디서 어떤 이름으로 불리고 어떤 형태로 흘러갈지는 작가는 전혀 모르고 이제 그냥 그 안부를 궁금해할 뿐인데 이 '밤의 여행자들'이라는 책은 굉장히 흥미로운 안부를 많이 저에게 전해 주고 있는 거죠.
 
▷ 주영진/앵커: 흥미로운 안부. 작품의 내용을 간략하게 설명해 주실 수 있으시겠어요?
 
▶ 윤고은/소설가: 이 '밤의 여행자들'이라는 작품에는 여행사가 등장해요. 여행사가 재난 여행 전문 여행사라서 150개가 넘는 재난 여행 상품을 꾸리고 있어요. 이런 여행사는 없겠죠, 실제로는 이렇게 많은 규모를 가지고 있는 여행사는. 그런데 거기서 이제 여행 프로그램을 만드는, 기획하는 고요나라고 하는 주인공이 아무래도 재난 여행 상품을 만들다 보니까 재난을 저울질하는 거에 너무나 익숙한 거예요. 조금 더 자극적이고 조금 더 반응이 있을 만한 것들을 찾아서 여행을 꾸리는 거죠, 실제 재난이 벌어진 장소로 가서. 그렇게 하다가 어느 날 이제 그곳에 직접 가서 굉장히 유혹적인 제안을 받게 되죠, 재난을 한번 꾸며보는 건 어떠냐. 여기에 이제 이 주인공이 응하느냐 아니냐는 소설 안에 있습니다.
 
윤고은 소설가

▷ 주영진/앵커: 이 작품이 다른 시상하는 곳의 많은 부문에 후보로도 올랐는데. 그 분야가 또 다르다면서요? SF 분야에도 올라가 있고. 그러니까 이 작품을 바라보는 전 세계의 시선이라고 할까요, 문단의 시선이 좀 다른 것 같아요.
 
▶ 윤고은/소설가: 그러니까 그게 좀 재미있는 것 같아요. 'SFF 로제타상'이라고 그러니까 그거는 이제 SF 판타지로 이 작품을 보고 있는 거고요. 그거랑 또 약간 코미디로 이렇게 접근하는 좀 위트 있는 작품? 이렇게 접근하는 상에도 후보로 올라가 있는 상태예요. 아직 그건 결과가 나온 상태는 아니지만 이런 어떤 반응들이 저에게는 아까 말씀드렸듯이 굉장히 흥미로운 기분인 거죠. 마치 저는 떡볶이를 만들었는데 갑자기 파스타 페스티벌에서 후보가 됐다 연락이 오기도 하고. 그러면 "파스타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해 볼 수도 있는 재미있는 어떤 것 같아요.
 
▷ 주영진/앵커: 이런 글을 쓰신 지가 얼마나 되셨습니까?
 
▶ 윤고은/소설가: 제가 소설을 쓴 지는 좀 본격적으로 쓴 거는 한 12~13년 된 것 같고요. 그러니까 등단한 지는 18년째.
 
▷ 주영진/앵커: 그러면 쓰시면서 독자들이 내 작품을 어떻게 읽어줬으면 좋겠다. 나는 소설을 쓸 때 어떤 마음가짐과 어떤 생각, 열정으로 쓴다 이런 게 분명히 있을 것 같아요.
 
▶ 윤고은/소설가: 자연스럽게 제가 완전히 떨어져 있는 좀 이질적인 두 개를 연결하는 것에 좀 흥미를 갖고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예를 들면 재난과 여행은 우리가 보통 떨어뜨려놓고 싶은 어떤 그런 세계인데 이 둘을 결합해서 재난 여행사를 만든다거나. 제 소설 중에서 혼자 밥 먹는 법을 알려주는 학원 같은 것도 있거든요. 그러니까 고독한 식사를 원하는데 학원에 등록해서 집단으로 수업을 듣는다는 거 이런 것들 좀 재미있는 발상이지만 잘 어울리는 출발점에 두 개가 있는 채로 시작된 건 아니죠.
 
▷ 주영진/앵커: 꼭 시작점부터 뭔가 잘 어울려야 한다고 하는 것에서는 별로 관심이 안 가시는 것 같습니다.
 
▶ 윤고은/소설가: 그런가 봐요.
 
▷ 주영진/앵커: 약간의 불균형? 세상의 어떤 이런 불균형에 대한 관심.
 
▶ 윤고은/소설가: 뭔가 좀 이질적인 게 두 개가 교묘하게 붙어 있는 걸 보면 궁금하고 그걸 가지고 제가 할 수 있는 말들을 더 신선한 방식으로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 주영진/앵커: 글만 잘 쓰시는 게 아니라 말씀도 정말 조리 있게 잘하신다는 느낌 오늘 받았습니다.
 
▶ 윤고은/소설가: 아닙니다.
 
▷ 주영진/앵커: 앞으로 윤고은 작가님의 작품을 비롯해서 많은 작가님들. 올여름이 특히 2018년 못지않게 덥다고 하는데 이런 작품들 많이 읽으시는. 그래서 더위를 이기시는 그런 여름 보내셨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들어서 오늘 윤고은 작가님과의 인터뷰 마련했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 윤고은/소설가: 감사합니다.
 
▷ 주영진/앵커: 주영진의 뉴스브리핑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시청해 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 자세한 내용은 동영상으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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