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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거장의 '인종차별'…집단행동 나선 한인 음악가들

<앵커>

세계적인 바이올린 연주가가 대학 수업에서 한국인을 비하하는 말을 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한국인 음악가들은 이런 인종 차별이 음악계에 오래된 문제라며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습니다.

뉴욕 김종원 특파원입니다.

<기자>

줄리어드 음대는 지난달 바이올린 거장인 주커만을 초청해 온라인 특별 수업을 개최했습니다.

그런데 주커만은 일본계 미국인 자매를 지도하던 중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로리 나일스/바이올리니스트·음악 기자 (당시 수업 참관) : 주커만이 '바이올린을 어떻게 연주해야 할지 궁금할 때는 노래를 불러봐야 한단다. 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노래를 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지'라면서 정말 이상한 소리를 하더라고요.]

자매가 우린 한국인이 아니라 어머니가 일본계라고 밝히자, 주커만은 일본인도 노래하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라며 오히려 발언 수위를 높였습니다.

[로리 나일스/바이올리니스트·음악 기자 (당시 수업 참관) : 주커만이 '한국 사람들은 노래를 하지 않아요. 한국인 DNA에 노래하는 능력이 없어요'라고 하더라고요. 정말 충격적인 발언이었습니다.]

당시 이 수업을 참관한 바이올리니스트 겸 음악 기자 나일스 씨는 이런 내용을 기사화했고, 주커만의 과거 발언까지 도마에 오르고 있습니다.

주커만은 2년 전에도 중국계 바이올리니스트를 지도하던 중 비슷한 발언을 했습니다.

[주커만/중국계 바이올리니스트 지도 영상 (2년 전) : 영어는 중국어하고 아주 많이 달라요. '아힝탕항힝'(중국어를 우스꽝스럽게 흉내는 소리), 이건(중국어는) 바이올린 소리가 아니에요.]

그런가 하면 한국계 연주자를 지도하면서는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를 비하하기도 했습니다.

[주커만/한국계 바이올리니스트 지도 영상 (2016년) : 네가 사라 장(장영주)이야? (몸 흔드는 것) 하지 마. 여기 있는 사람들 누구든 이렇게 연주하는 모습을 내가 보게 되면 이렇게 할 거야. (발로 걷어차는 행동)]

한국계 음악가들은 음악계에 뿌리 깊은 동양인 차별을 공론화해야 한다며 행동에 나섰습니다.

[이윤아/미 애리조나주립대 성악과 교수 : (많은 음악가를 배출한 한국에) 그런 모욕을 한 건 상당히 큰 실수이고 자신이 잘못한 거에 대한 대가를 받아야 본보기가 될 거고….]

[사프론 정/오페라 코치 : (이번 사태에 대해) 이렇게 열심히 얘길 하는 이유 중 하나가 제게도 그런 일이 있었으니까요. 만약 흑인 남자아이들이 연주했는데 그런 비슷한 소리를 했잖아요? 그러면 난리가 납니다.]

문제가 불거지자 주커만은 뒤늦게 사과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줄리어드는 논란이 된 특강 영상을 인터넷에 올리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런 줄리어드의 조치가 오히려 주커만을 보호해 주는 셈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영상출처 : New World Symphony Orchestra, National Arts Centre 유튜브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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