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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정진웅의 한동훈 '독직폭행' 그날의 진실 ④ : 가해자의 최후 진술

검찰, 정진웅 차장검사에 징역 1년 구형…다음달 12일 1심 선고

[취재파일] 정진웅의 한동훈 '독직폭행' 그날의 진실 ④ : 가해자의 최후 진술
휴대전화 유심칩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한동훈 검사장을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정진웅 울산지검 차장검사의 결심 공판이 오늘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렸습니다. 오늘 재판에서는 검찰 측이 정 차장검사에게 어느 정도의 형량을 구형할지가 관심을 모았습니다.

공무원이 지위나 직무를 남용해 저지른 폭행을 일컫는 '독직폭행'은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죄에 해당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폭행죄보다 형량이 더 무겁습니다. 혐의가 인정될 경우 형법 제125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과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검찰은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독직폭행 혐의로 기소된 정 차장검사를 징역 1년형에 처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지난해 11월 첫 공판 준비기일이 열린지 8개월 만의 구형입니다.

검찰 측 "부정확한 기억일 수 있다고 진술했나"…정진웅은 진술 거부

'독직폭행 혐의' 정진웅 차장검사 1심 결심 공판 출석 (사진=연합뉴스)
울산지방검찰청 차장검사를 맡고 있는 정진웅 차장검사는 남색 양복 차림으로 법원에 도착했습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검사로 재직 중에 한 검사장을 독직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정 차장검사는 이후 광주지검 차장검사로 승진했다가 최근 검찰 인사에서 울산지검으로 발령을 받아 근무지를 옮긴 상태입니다.

지난 공판에 증인으로 나왔던 한 검사장이 피해자이자 고소인으로서 당시 상황을 적극적으로 증언했기 때문에 오늘 재판에서 정 차장검사가 어떤 태도로 재판에 임할지 관심을 모았습니다. 그러나 정 차장검사는 결심 공판에서 피고인에게 주어지는 최후 진술 순서에만 짧은 입장을 밝혔을 뿐 자신의 입으로 말을 하는 것을 삼갔습니다. 검찰 측은 지난 5월 21일 공판에서 정 차장검사의 진술이 불명확하고 일관되지 않다며 피고인 신문을 요청했고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임으로써 오늘 피고인 신문에 나섰는데 정 차장검사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이 역시 제대로 진행되진 않았습니다. 가독성을 위해 대화 내용을 옮긴 부분의 직함 및 직위는 생략합니다.
검사 : "피고인 신문하겠습니다. 피고인은 채널A 기자 강요 미수 사건, 이하 채널A 사건의 주임 검사였죠?"

정진웅 : "제가 첫 질문부터 미리 할 이야기가 있습니다. 검찰 조사를 받을 때부터 입장을 충분히 말씀드렸고 물으시는 것에 대해서 나름대로 충분히 설명 드렸던 것으로 보입니다. 재판 과정에서 제 의견을 충분히 설명한 것으로 생각해 진술하지 않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검찰 측은 이에 대해 '피고인 신문의 필요성이 충분히 인정된다'며 신문을 진행해야 한다는 뜻을 재판부에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인 정 차장검사에게 의견을 물었고 정 차장검사는 의견을 하나 제시하겠다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정진웅 : "의견 한 말씀만 드리겠습니다. 이 (피고인) 신문을 하겠다는 취지는 저에게 물으려는 의도보다는 (검찰 측이) 주장하고 싶은 것은 재판부에 드러내고 싶어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재판부가 정 차장검사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2~30개의 질문 가운데 3~4개만 검찰 측이 질문하는 것으로 짧은 피고인 신문 절차가 진행됐습니다. 이후 정 차장검사는 "피고인의 진술이 부정확한 기억일 수 있다고 진술했나" 등을 묻는 검찰 측의 질문에 일관되게 답변을 거부했습니다.

검찰 측 "정진웅, 증거인멸 상황 설명한 진술 전부 거짓이라고 자인"

정윤식 취재파일용
검찰 측은 오늘 재판에서 "피고인이 적극적 의지로 피해자를 누른 것인데, 유체이탈 화법으로 범행을 회피하고 정당화한다"고 정 차장검사를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조금 전 진술을 거부한 관계로 구체적으로 드러내지 못한 부분을 이 자리를 빌려 말하겠다'며 이런 말을 했습니다.
검사 : "피고인은 공판 전까지 입장문과 진술서 및 검찰 피의자 조서에서 일관되게 자신이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 화면을 직접 봤고 6자리의 입력창이 있는데 5자리를 (한 검사장이) 입력해 마지막 숫자만 입력하면 (증거 인멸이) 되는 상황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공판에 이르러서는 변호사 의견서를 통해 '한 검사장이 왼손으로 휴대전화를 잡고 오른손으로 인증번호를 눌렀고, 텔레그램이나 카톡의 증거 훼손을 위해서 1~2자리 더 입력하면 증거가 인멸될 급박한 상황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5월 21일 변론요지서를 보면 피고인이 '한동훈의 휴대전화 화면을 보니 방금 전 그림과 같이 되어 있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부정확한 기억일 수 있고 객관적·실체적 진실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기존 진술을 번복하고 일부를 허위로 진술했음을 자인한 겁니다. 피고인 자신이 직접 목격했다는 (휴대전화) 화면 상황의 객관적 사실에 대해 범행 동기가 된 증거인멸 상황을 설명한 피고인의 입장문과 진술서가 전부 거짓이라는 것을 스스로 자인한 겁니다."

검찰 측이 '당시 증거 인멸과 관련된 정황에 대한 정 차장검사의 진술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일치하지 않아 신뢰할 수 없다'고 지적한 걸로 보입니다. 검찰 측은 그러면서 "피해자의 비명 소리와 수사팀 검사가 다친다고 경고했음에도 폭행을 멈추지 않은 것은 설명되지 않는다"고 꼬집기도 했습니다. 또, "피고인이 인권을 수호하고 적법 절차를 따라야 하는 검사로서 오히려 수사 대상을 폭행한 이번 사건은 영장 집행과정에서 발생한 폭행 사건으로 향후 인권 보호와 관련해 중요한 선례가 될 것"이라고도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정 차장검사가 "자신의 행위의 정당성만 주장하고 피해자에 대한 사과나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면서 "엄한 처벌이 불가피해 징역 1년을 구형한다"고 밝혔습니다.

정진웅 측 "객관적인 수사인지 의문…법정을 정치의 장으로 활용하는 건 부적절"

한동훈 검사장 (사진=연합뉴스)
정 차장검사 측 변호인은 이에 대해 '한 검사장이 충돌 상황의 원인을 제공한 것이며 따라서 이번 사건은 수사 과정의 정당한 행위에서 일어난 사고였다'는 기존 논리를 내세워 반박했습니다. 정 차장검사가 한 검사장을 위에서 눌러 소파 아래로 쓰러트린 게 아니라 한 검사장이 휴대전화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하자 두 사람의 몸이 겹치면서 함께 쓰러진 것이라는 기존 입장도 재차 밝혔습니다.

변호인은 그러면서 다소 공격적인 발언을 이어가기도 했습니다. "이 사건 수사가 객관적인 입장에서 진행된 것인지 의문스럽다"면서 정 차장검사의 독직폭행 혐의 수사에 수사 외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듯한 말을 한 겁니다. 변호인은 그러면서 "수사팀이 한 검사장과 채널A 기자의 통화 사실을 확인해 수사를 진행한 것인데 법정을 정치의 장으로 활용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독직폭행이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무리한 수사 과정에서 일어났고 그 배경에는 '검언유착'이라는 프레임을 통해 검찰을 공격하려는 특정 정치세력의 목적이 작용했다'는 일각의 주장을 정 차장검사 측이 정 반대로 뒤집어 반격을 시도한 걸로 보입니다. 변호인은 그러면서 당시 상황이 '피해자가 휴대전화를 뺏기지 않으려고 증거인멸을 시도한다는 의심을 확신으로 전환하기에 충분했다'며 충돌 상황을 야기한 건 한 검사장이라며 책임을 돌렸습니다. 변호인은 말을 맺으면서 "독직폭행 구성 요건에 해당하지도 않고, 해당한다 해도 증거인멸의 방지를 위해 필요했던 점, 한동훈 검사장이 상황을 야기한 점 등을 들어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징역 1년 구형받은 정진웅의 최후 진술 "나도 검사…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했다"

한동훈 정진웅
변호인의 발언이 끝난 뒤 재판장은 정 차장검사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정진웅 차장검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이번 1심 재판에서는 마지막 발언이 될 최후 진술을 했습니다. 정 차장검사의 발언 전문을 옮깁니다.
정진웅 : "다른 검사들과 마찬가지로 저도 검사로 일 해왔고 마찬가지로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했다고 자부합니다. 이 사건에 있어서도 주어진 상황에서 판단을 해야 했고 그에 따라 행동했습니다. 제가 생각할 때는 그것이 압수수색 현장에 나간 검사로서 의무라고 생각했습니다. 결코 직권을 남용해서 피압수자를 폭행하려는 생각이 없었고 그럴 이유도 없었습니다. 공판 과정에서 나타난 증거와 사정을 잘 살펴주셔서 헤아리셔서 진실이 무엇인지 판단해 주십시오."

정진웅 차장검사의 최후 진술을 끝으로 결심 공판은 약 1시간 만에 마무리됐습니다. 검찰이 구형한 징역 1년에 대해 재판부가 어떤 판단을 할지 정 차장검사의 독직폭행 혐의에 어떤 법적 판단이 내려질지, 결론은 다음 달 12일로 예정된 선고 공판에서 드러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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