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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통일 방안, '남북연합'을 다시 보다 ② [안정식 기자와 평양 함께 걷기]

우리는 통일에 준비돼있는가

한반도 통일 방안, '남북연합'을 다시 보다 ② [안정식 기자와 평양 함께 걷기]
지난 글 ▶ [안정식 기자와 평양 함께 걷기] 한반도 통일 방안, '남북연합'을 다시 보다 ①에서 우리 통일방안에 등장하는 남북연합 개념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남북연합은 기본적으로 국가연합에서 비롯된 개념인데, 실제로 작동한 적이 없는 머릿속의 개념이기 때문에 다소 모호한 부분이 있습니다. 통일론과 관련해 현실세계에서 존재하는 국가결합 방식으로는 국가연합과 연방제가 있습니다. 국가연합의 대표 사례는 유럽연합, 연방제의 대표 사례는 미국입니다.

결합력의 정도로 보면 남북연합보다는 국가연합이 결합력이 높은 체제로 볼 수 있는데, 남북연합과 국가연합 단계를 거쳐 형성되는 통일국가는 연방제 국가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개별 구성국의 자율성이 최대한 보장되는 연합체제에서 하나의 국가로 이행한다면 중앙집권국가보다는 연방제 국가로 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흐름은 구성국들이 결합력을 높여가는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국가연합이나 연방제 국가로 발전하는 과정이 반드시 순조롭게 진행된다는 보장은 없기 때문입니다. 독자성이 강한 개별 구성국들의 결합인 만큼, 갈등이 잘 관리되지 않으면 국가연합이든 연방국가이든 언제라도 위기에 처할 수 있습니다. 역사는 국가연합이 반드시 하나의 국가로 이행되는 것도 아니며, 연방국가가 되었다고 해서 국가의 안정성이 절대적으로 보장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실증하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그 실례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국가연합과 연방의 불안정한 사례들

스웨덴과 노르웨이가 1814년 결성했던 연합국가 체제는 90년 만인 1905년 해체됐습니다. 스웨덴-노르웨이 연합 체제는 스웨덴이 나폴레옹 전쟁의 승전국으로서 덴마크로부터 노르웨이를 양도받으며 생겨난 것이었습니다. 다만 노르웨이는 자체의 헌법과 의회를 가지고 자치를 실행하는 등 상당한 자율권을 행사했는데, 스웨덴 측에서는 일방적 병합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노르웨이 측에서는 독립국가 간 자발적이고 대등한 연합임을 강조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구체적인 운영 형태를 보면, 두 나라 연합왕국의 왕은 스웨덴 왕이었고, 스웨덴 왕이 노르웨이 내각에 대한 임명권을 가지고 있었으며, 두 나라의 공동 안보와 외교 정책에 대한 권한도 스웨덴이 가지고 있었습니다. 국가연합이라기보다는 스웨덴 우위의 연방국가적 형태에 가깝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90년 동안 지속된 연합 체제가 해체된 것은 노르웨이에서 민주주의가 발전하고 경제 사회적 발전과 개혁적 자유주의 세력의 등장으로 독립에 대한 민족주의적 열망이 높아졌기 때문이었습니다. 스웨덴에게 박탈당한 외교권 문제로 갈등을 겪던 노르웨이는 1905년 의회가 만장일치로 연합 해체를 의결했는데, 스웨덴은 이러한 노르웨이의 평화적 반란을 막지 못했습니다. 90년 동안이나 계속된 한 나라로의 통합 시도가 실패한 것입니다.

미국은 연방국가로 출발한 뒤 내전으로 인해 두 개의 나라로 분리될 뻔했습니다. 노예 제도 문제로 갈등을 겪던 중 남부 7개 주가 분리 독립을 선언했기 때문입니다. 1861∽1865년 동안 치러진 남북전쟁에서 북군이 승리함으로써 노예 제도가 완전히 폐지되고 미국 연방은 분리되지 않은 채 존속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연방국가 존속을 위해 남북전쟁에서 사망한 사람은 60만에 달했고, 이는 미국이 치른 전쟁 가운데 가장 많은 사망자에 해당하는 것이었습니다.

안정식 취파, 미국 전쟁 추모, 미국 현충원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20세기 들어 국가 간 통합 시도가 실패한 사례는 아랍 세계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집트와 시리아는 1958년 통일아랍공화국 설립을 선언하고 나세르 이집트 대통령을 초대 대통령으로 선출했습니다. 두 나라 모두 아랍어를 사용하고 대부분이 이슬람교 신자들이며 아랍민족주의를 지향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통일아랍공화국은 단일 민주공화국으로 단일 국기를 사용하고 단일 군대를 보유했으며 자체의 입법, 행정, 사법기관을 가지고 있었고, 국민들은 통일아랍공화국에 대해 납세와 병역의 의무를 졌습니다. 통일아랍공화국이 이집트와 시리아 두 지역으로 구성되고 두 지역에 각각 집행위원회가 설치됐지만, 국가연합으로 보기는 어렵고 연방국가적 형태의 단일국가로 보는 것이 적절할 것입니다. 하지만 통일아랍공화국은 1961년 시리아에서 반나세르파가 쿠데타에 성공해 통일아랍공화국 탈퇴를 선언하면서 와해됐습니다.

1971년 4월 이집트, 리비아, 시리아 3개국이 창설을 선언한 아랍공화국연합은 국가연합적 성격이 강한 형태였습니다. 3개국은 각자 주권을 보유하며, 연합에 이양하지 않은 모든 사항에 대해 독자적으로 행동하고, 각자 자국의 병력을 보유할 수 있었습니다. 이집트와 리비아는 이를 발전시켜 1973년 9월까지 전면통합을 이룩하기로 합의했으나, 이집트의 대이스라엘 평화협정 추진을 반대해 시리아가 전면통합에 동참하지 않음으로써 이 구상은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아랍 세계의 통합 시도와 실패는 아랍민족주의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었지만, 국가연합이나 연방 형태의 통합 시도가 만만치 않은 문제임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20세기 말 세계를 놀라게 한 연방 해체 사례는 구소련입니다. 사회주의의 몰락을 알린 구소련 연방 와해는 1991년 이뤄졌는데, 구소련 연방에서 독립한 나라들 중 일부가 독립국가연합이라는 국가연합을 결성했으나 통합노력은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21세기 들어 국가연합의 불안정성을 보여준 가장 최근 사례는 유럽연합에서 탈퇴한 영국입니다. 영국은 1973년 유럽연합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에 가입한 뒤 유럽연합의 주요 구성국 역할을 해 왔으나,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Brexit)를 선언한 뒤 2020년 유럽연합을 탈퇴했습니다.

안정식 취파용

통합은 반드시 순방향으로만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국가연합이나 연방국가로의 통합이 반드시 순방향으로만 진행되는 것은 아닙니다. 국가연합이나 연방국가는 독자성이 강한 개별구성국들이 결합하는 형태인 만큼, 갈등이 잘 조정되지 않으면 언제라도 통합이 무산될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남북연합이나 국가연합을 구성해 남북이 교류와 협력을 증진시키다 보면 자연스럽게 통일의 길로 가지 않겠느냐는 것은 극히 피상적인 생각일 뿐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남북 간의 국가연합이 한반도 현실에서 잘 작동할 수 있을 지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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