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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사망사건인데 '사망사건 수사' 안 한다…결론 정해놓고 수사하나

공군 성추행 사망사건의 전체 수사를 맡고 있는 국방부 검찰단

국방부 검찰단이 공군 성추행 피해 부사관 사망사건을 맡아 수사한 지 3주째입니다. 압수수색도 총 8일에 걸쳐 요란하게 실시했고, 강제추행과 2차 가해 혐의자 3명을 구속했습니다. 국방부 검찰단이 뭔가 분주하게 하는 것 같은데, 정작 A 중사 사망사건에는 손을 놓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사망사건인데 가장 본질적인 사망사건 수사는 하지 않고 있습니다.

A 중사가 지난달 21일 극단적 선택을 했으면 어렵겠지만 바로 그 지점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사망에 이르게 된 원인을 추적하는 것이 수사의 한 방법일 것입니다. 또 편의적으로 강제추행과 2차 가해로 사망에 이르게 됐다는 결론을 정해놓고 수사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국방부 검찰단은 후자를 택했습니다.

수사의 목적이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 것이라면 사건의 결론은 열려 있어야 합니다. 수사를 통해 합리적 결론을 찾고 숨겨진 실체를 밝혀야 합니다. 반대로, 결론이 이미 굳어졌다면 사건의 실체는 밝히고 말고 할 것도 없습니다. 그려진 결론에 따라 사건을 구성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사망사건 수사에 손을 뗀 국방부 검찰단은 정해진 결론에 맞게 혐의를 짜맞추는 수사를 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습니다. 수사를 총지휘한다는 국방장관 역시 책임이 있습니다.
 

사망사건인데 사망사건 수사 안 한다

국방부는 이번 사건을 '성추행 피해 공군 부사관 사망사건' 또는 '공군 부사관 사망사건'이라고 부릅니다. 이번 사건의 공식 명칭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분명히 사망사건입니다. 그런데 사건 전체를 이관받은 국방부 검찰단은 사망사건을 수사하지 않고 있습니다. 강제추행과 2차 가해 사건 등만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공군 중사 성추행 사망 사건

국방부 검찰단으로 사건이 이관된 것은 지난 1일입니다. 첫 압수수색은 지난 4일 15특수임무비행단 군사경찰대대에 대해 이뤄졌습니다. 15비행단은 A 중사가 숨질 당시 근무했던 부대이고, 15비행단 군사경찰대대는 그때까지만 해도 A 중사 사망사건을 수사하고 있었습니다. 국방부 검찰단은 4일 압수수색으로 15비행단 군사경찰대대의 사망 사건 수사 자료 일체를 압수했습니다.

군 수사 관계자는 "국방부 검찰단이 15비행단 군사경찰대대에 사망사건에서 손을 떼라고 통보했다"고 전합니다. 15비행단 군사경찰은 수사 자료를 뺏겼으니 수사를 할래야 할 수가 없습니다. 이로써 15비행단 군사경찰은 사망사건 수사에서 배제됐습니다.

국방부 검찰단이 수사 전체를 맡았고 당연히 국방부 검찰단은 사망사건을 수사해야 맞습니다. 하지만 국방부 검찰단은 사망사건을 수사하지 않고 있다고 여러 국방부 관계자들은 확인했습니다.
 

국방부 말 바꾸지만, 결론은 "사망사건 수사 않는다"

"사망사건 수사를 어디서 하고 있느냐"는 기자 질의에 국방부는 지난 20일 "15비행단 A 중사 사망사건 수사본부에서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공식 답변인데 황당합니다. 수사 자료를 압수당해서 빈손인 15비행단 군사경찰이 어떻게 수사하며, 사건 전체를 가져간 국방부 검찰단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다음날 또 질의했더니 말을 바꿨습니다. 국방부는 "15비행단에서 기본적인 기록 제조 등 행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1일) 사건의 관할이 국방부 검찰단으로 변경됨에 따라 사건 처리 주체는 국방부 검찰단이다", "향후 국방부 검찰단에서 변사사건 전체를 이송받아 처리할 예정이다"라고 밝혔습니다.

국방부 답변에서 확실한 팩트는 국방부 검찰단이 A 중사 사망사건 전체를 이첩받았는데 정작 사망사건에는 손을 안 대고 있다는 것입니다. 뜨끔했는지 현재 15비행단 군사경찰에서 기록 제조 등 행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지만 이는 수사가 아닙니다. 도대체 기록 제조 등 행정 절차가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국방부는 입을 다물었습니다.
 

국방부 왜 이러나

국방부는 이번 사건을 공군 부사관 사망사건이라고 명명하면서도 정작 사망사건을 수사하지 않는 이해 못 할 행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필설로 풀어내기 어려운 의문점들이 많은데도 눈길 한번 안 주고, 사건을 강제추행-2차 가해-부실 수사-사망으로 단순 도식화했습니다. 사망 사건을 해결할 능력이 안돼 포기했거나, 수사 방향을 단단히 잘못 잡은 것 같습니다.

국방부

결론은 이미 정해졌으니 사건 주변인과 관련자들의 혐의도 이에 준해 정해져야 합니다. 혐의 짜맞추기 수사, 부실수사 사건에 대한 부실 수사, 보여주기식 수사라는 반발이 아니 나올 수 없습니다. 국민적 관심이 지대하니 성과를 내야 하고 이에 기소도 많이 해야 하는 처지입니다. 무리한 기소로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우려가 큰데 벌써 현실이 될 조짐이 보입니다.

구체적 개별 사건에도 수사지휘권이 있다고 주장하는 서욱 국방장관과 실질적으로 수사하는 국방부 검찰단이 사망사건 수사를 기피한 직무유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이에 대해 물었더니 서욱 장관은 답이 없고, 국방부 대변인실은 "나중에 설명하겠다"며 피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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