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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항 컨테이너 사고 이선호 씨 장례…두 달 만에 눈물 속 엄수

평택항 컨테이너 사고 이선호 씨 장례…두 달 만에 눈물 속 엄수
청년 노동자 23살 이선호 씨가 경기 평택항에서 개방형 컨테이너 벽체에 깔려 숨진 지 59일째인 오늘(19일) 오전 평택 안중백병원 장례식장, 두 달 가까이 만에 치러지는 장례에 이 씨의 아버지 이재훈 씨는 영정 앞에 국화꽃을 올리며 "잘 가라. 고작 그만큼밖에 못 살고… 이젠 잘 가라"라고 되뇌었습니다.

함께 헌화하던 이씨의 어머니는 기력이 쇠한 듯 눈물만 연신 훔쳤습니다.

이선호 씨의 사망 이후 진상 규명을 위해 미뤄졌던 장례가 오늘 오전 시민장으로 진행됐습니다.

장례식에는 여영국 대표를 비롯한 정의당 심상정, 배진교, 강은미, 장혜영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 국민의힘 유의동 의원 등 정치권 인사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사단법인 김용균재단 김미숙 대표 등 노동계 관계자, 유족 등 20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추모사에서 "우리는 구의역 김 군, 김용균 씨, 김한빛 씨 이후 각 분야 노동자들이 죽음에 내몰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이선호 님을 잃고 나서야 우리는 항만의 노동자들도 절대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양 위원장은 "우리가 더 빨리 깨닫고 관심을 가졌다면 그들은 우리와 함께 있었을 것"이라며 "우리는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이후 숨진 355명의 영정을 들고 청와대로 행진하겠다. 더는 희생되는 노동자가 없게 해달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여영국 정의당 대표는 "300㎏ 쇳덩이는 23살 청춘을 덮치고 삶의 희망을 산산조각 내며 제2, 제3의 김용균만은 막아보자던 우리 심정을 산산조각 냈다"며 "사람 목숨 앗아가도 기업주는 멀쩡하고 함께 일하던 노동자만 처벌받는 세상의 비극"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씨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 공방이 이어지는 동안 이 씨의 빈소를 계속 지켰던 친구들도 추모사를 통해 친구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습니다.

한 친구는 "추운 것 정말 싫어하던 선호가 이승을 떠나지 못하고 차가운 안치실에서 오래 머물게 해 정말 미안하다"며 "선호가 행복하고 좋은 꿈만 안고 기다리고 있었으면 좋겠고 이 땅에 더는 이런 비극이 없었으면 한다"고 울먹였습니다.

아버지 이재훈 씨는 "선호가 떠나고 모든 걸 포기하려는 순간도 있었지만, 2개월 동안 이름도 알지 못하던 분들이 내 일처럼 나서서 도와주시고 약해져 가는 제 마음을 추슬러주셨다"며 "오늘 이 자리에 모여주신 여러분들과 국민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이어 "제 아이는 비록 23년 살다 갔지만 이 사회와 세상에 많은 숙제를 주고 떠난 것 같아 대견하다는 생각도 든다"며 "마냥 슬퍼하는 것보다 아이의 죽음이 잘못된 법령을 다시 고치는 초석이 됐다는 자부심으로 다시 살아가려 한다"고 말했습니다.

유족들은 이번 사고의 원청업체인 '동방' 평택지사 앞에서 노제를 지낸 뒤 이 씨의 유해를 서호추모공원에 안치할 예정입니다.

이 씨는 지난 4월 22일 오후 평택항 내 'FR(Flat Rack) 컨테이너'(천장 없이 앞·뒷면만 고정한 개방형 컨테이너)에서 화물 고정용 나무 제거 작업을 하던 중 지게차가 갑자기 왼쪽 벽체를 접은 탓에 발생한 충격으로 오른쪽 벽체가 넘어지면서 그 밑에 깔려 숨졌습니다.

현행법상 일정 규모 이상의 컨테이너 작업을 할 때는 사전에 계획을 세우고 필요한 안전조치 방안 등을 마련한 뒤에 작업을 시작해야 하고, 지게차가 동원되는 작업은 반드시 신호수를 배치해야 하지만, 이 씨가 투입됐을 때는 이러한 안전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지난 15일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동방 관계자 등 5명을 형사 입건했고, 이 중 지게차 기사 A씨를 구속해 조사하고 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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