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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얀센 6명분' 과용량 접종자 "의료사고 아니냐 물으니…"

얀센 백신 '과용량 접종', 왜 발생했을까?

[취재파일] '얀센 6명분' 과용량 접종자 "의료사고 아니냐 물으니…"
※ 본 취재파일은 지난 10일 전북 부안에서 얀센 백신을 접종받은 30대 A 씨와 전화 인터뷰한 내용과, 지역 방역당국(전라북도, 부안보건소) 취재를 바탕으로 정리했습니다 ※

30대 A 씨는 지난 10일 오전, 전북 부안의 한 의원에서 얀센 백신을 맞았습니다. 주사를 맞은 팔 뻐근했던 것을 빼고는 접종 당시엔 별다른 증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당일 저녁 9시부터 호흡 곤란 증상과 40도 넘는 고열에 시달렸습니다. A 씨는 바로 인근 병원 응급실로 갔습니다. 의료진의 긴급 조치로 열은 39도까지 떨어졌다고 합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백신을 맞아서 나타날 수 있는 증상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다음 날 오후 5시, 백신을 접종해준 의사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의사는 통화에서 A 씨를 찾아오겠다고 했습니다. '굳이 그럴 필요 없다', '시간이 늦었으니 내일 오시라'고 했지만 의사는 그날 자정이 다 된 시간 A 씨를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백신을 정해진 용량보다 많이 주사했다는 사실을 털어놨습니다. A 씨는 기자와 전화 인터뷰에서 당시 의사와의 대화를 이렇게 기억했습니다.

얀센 백신 6명분 과다 투여한 전북 부안의 한 의원
"0.5㎖를 투여해야 하는데 6명분 양이 들어갔다고, 3㎖가 들어갔다고 하시는 거예요. 그러면서 자기는 몰랐다는 거예요. 배송 과정에 무슨 문제가 생겼다고 하면서, 잘 몰랐다고 하더라고요."

방역당국이 권고하는 얀센 백신 1회 접종 용량은 0.5㎖입니다. 얀센 백신은 1바이알(1병)을 5명 분 접종에 쓰도록 하고 있는데, 최소잔여형주사기를 사용하면 6명까지 맞출 수 있습니다. "6명 분 량"은 1바이알을 통째로 한 사람에게 다 접종했다는 뜻입니다.
 
"그러면서 의사가 '백신을 많이 맞으면 항체가 더 많이 생겨서 좋을 거다' 이러는 거예요. 너무 어이가 없더라고요. 의료사고가 아니냐고 물었더니 '아직은 의료사고 아니다'라고 했어요. '아직은'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요."

A 씨 말고도 같은 의원에서 10일과 11일 얀센 백신을 맞은 4명에게도 과용량 접종이 이뤄졌습니다. A 씨의 말에 따르면, 의사는 11일 오후에 과용량 접종 사실을 인지하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얀센 백신 접종 보건당국 지침
"의사가 처음에 전화하셨을 땐 그 이야기를 안했거든요. 그래서 물어봤어요. 왜 전화했을 땐 이야기 안 했냐고. 그랬더니 '이미 그 전에 보건소와 전북대병원와 이 사안을 어떻게 할지 논의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A 씨는 전북대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보건소장이 A 씨에게 직접 전화해 전북대병원으로 이송하는 것이 좋겠다고 설득했다고 합니다. 현재 A 씨를 포함한 피해자 5명은 전북대병원과 예수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해 예후를 관찰 중입니다.

상태가 심각해서 중환자실에 입원한 것은 아니라는 게 방역당국 설명입니다. 전라북도와 부안보건소 측은 5명의 상태가 양호하다고 밝혔습니다. 중환자실 입원 조치는 격리 후 혹시 모를 이상반응 발생을 관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A 씨는 기자와 통화에서 "현재는 미열만 있는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부안보건소장은 어제(12일) 기자와 통화에서 해당 의원과의 위탁의료기관 계약을 해지하고 남은 백신을 모두 회수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의원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도 접종하는 곳인데, 이곳에서 1차 접종을 받은 접종자들은 다른 기관에서 2차 접종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전라북도 측도 오늘 해당 의원의 위탁의료기관 계약을 취소한다고 밝혔습니다.

과용량 접종을 한 의사는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JTV 전주방송 취재진이 어제(12일) 해당 의원을 찾아갔지만 의사는 만나지 못했고, 직원은 자세한 이야기를 해주진 않았습니다. 다만, 지난 10일과 11일 얀센 백신을 맞은 5명이 과용량 접종이 됐다는 사실은 확인해주었습니다.

대신 부안보건소장을 통해 의사의 입장을 전해들을 수 있었습니다. 부안보건소장은 기자와 통화에서 "(해당 의원) 원장님 본인도 많이 놀란 상태다. 딱히 드릴 말씀은 없다고 하셨고 모든 것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고 하셨다"고 말했습니다.

얀센 백신

다행히 질병관리청이 미국 CDC 지침을 근거로 만든 예방 접종지침을 보면, 권고 용량보다 과용량 접종해도 심각한 부작용은 없는 걸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다만, 접종 팔 부위 통증 보고가 빈도가 높다는 내용은 담겨 있습니다. 해외에서도 의료진의 실수로 과용량 접종된 사례가 왕왕 있었지만, 중증 부작용이나 사망 등으로 이어졌다고 알려진 건 아직 없습니다.

전문가들에게도 자문을 구해본 결과, 3㎖정도의 백신이 투여된 이번 사례에 대해선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예후를 면밀히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과용량의 범위에 따라 달라질 순 있지만, 권고 용량보다 많이 들어가면 부작용이 더 나타날 우려는 있을 수 있다"며 "충분한 시간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정해진 양보다 적은 용량을 투입한 일도 있었습니다. 인천 남동구에선 의료진이 '이상반응을 줄일 수 있다'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권고량의 절반만 투여하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1회 접종 권고량은 0.5㎖입니다. 방역당국은 권고량에 못미쳐도 절반 이상 투여하면 재접종은 필요없다는 입장이지만, 피접종자는 자신이 정량의 백신을 맞는지 여부를 알 수 없는 상황이기에 이런 '자의적 접종'은 경우에 따라서 위험할 수 있습니다.

백신 접종 보건당국 지침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백신은 연구나 임상의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던 만큼 접종 과정에서 의료진의 자의적 판단이 개입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합니다. 방역당국의 권고 지침을 준수하는 것이 현재로선 가장 안전하다는 뜻입니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지금은 과학적 증거가 다 불충분한 상황에서 현재까지 알려진 사실에 근거해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환자의 건강을 보호하고, 항체 형성 효과도 기대하면서 의료행위의 피해를 예방하는 모든 측면에서 볼 때 권고된 지침을 따르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말합니다.

때문에 의도가 있든 없든, 의료기관의 오접종 사례는 백신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을 키울 수 있습니다. 방역당국이 의료기관에 예방 접종 업무를 '위탁'한 만큼 이런 오접종을 예방하지 못한 책임도 분명히 있습니다. 예방 접종 시행지침을 그저 공문으로 보내는 것만으로는 관리의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걸 명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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