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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목이 부른 산사태…폭우 탓만 하는 산림청

<앵커>

산에 나무를 많이 베어 내면 또 하나 걱정되는 것이 바로 산사태입니다. 산에 나무가 적으면 집중호우 때 산사태 위험이 커진다, 이것은 어릴 때부터 누구나 배우는 내용인데도 산림청은 벌목이 산사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구체적으로 살피지 않고 있습니다.

그 이유를, 송인호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기자>

청주시의 한 시골 마을입니다.

2017년 7월 이 일대에 시간당 최고 90mm가 넘는 폭우가 내렸는데, 민가 바로 위 야산에서 토사가 흘러내려 50대 여성 1명이 매몰돼 숨졌습니다.

산사태가 발생한 야산은 개인 소유로, 산 주인이 나무를 모두 베어내고 어린 묘목들만 듬성듬성 심어 놓은 상태였습니다.

[마을 주민 : 벌목하고 한 3년, 벌목이 원인이에요. (나무가) 어렸어요. 나무 뽑힌 것 보니까 이 정도밖에 안 됐어요.]

취재진이 입수한 국제 학술논문을 보면 벌목 가능성이 강하게 제기됐습니다.

산사태 발생지가 골짜기 같은 위험지역이 아닌 산 아래 경사면으로, 벌목과 어린 나무 심기로 토사가 약해져 폭우에 쉽게 무너져 내렸다는 것입니다.

[이수곤/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논문 공동저자) : 벌목해서 굴착기에 의해 교란된 흙에다가 비가 많이 오니까 (흙이) 약해져서 빗물이 많이 들어가서 붕괴될 수밖에 없어요. 산사태 난 데 보면 벌목한 곳만 집중돼 있거든요.]

산사태 이후 산림청이 작성한 산사태 조사 보고서입니다.

이 보고서에는 벌목과 어린 나무 심기가 산사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자세히 나와 있지 않습니다.

기록적 폭우와 얇은 토층 등 지질 구조가 산사태의 주된 요인이라고 결론 냈습니다.

충북 제천과 충주의 벌목지에서도 지난해 산사태가 발생해 여러 명의 인명 피해를 냈지만, 산림청과 해당 지자체는 기록적 폭우 탓으로 돌렸습니다.

불가항력적인 자연재해로 결론 나면 산림청이나 해당 지자체가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됩니다.

산사태 조사 항목에 벌채와 산림 도로 개설 등 인위적인 요인들을 추가하고, 범부처 차원의 합동조사와 대응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영상편집 : 김선탁, VJ : 오세관, 화면제공 :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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