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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화산 폭발 후 태풍 감소…태풍, 인공적으로 조절 가능할까

[취재파일] 화산 폭발 후 태풍 감소…태풍, 인공적으로 조절 가능할까
지난주 기상청이 올여름 전망을 발표했다. 흔히 기상청에서 사용하는 '예보'라는 단어가 아닌 '전망'이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 세부적인 내용이 담겨 있진 않았다. 기온은 평년보다 덥고, 강수량은 비슷할 것으로 전망했다. 얼마나 더울지, 이상기상이 얼마나 있을지에 대한 자료는 없었다. 다만 올여름이 최악의 폭염이 찾아왔던 지난 2018년처럼 라니냐가 종료되는 시기라 강한 폭염의 가능성은 언급했다(그림 참조). 현대 과학에서 몇 개월 뒤 날씨를 정확히 전망하는 건 불가능하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기상 선진국인 유럽도 미국도, 세계 어디든 마찬가지다. 특히 여름철은 겨울철보다 예측 인자가 적어 더욱 힘들다. 국지성 호우 등 예측하기 힘든 현상이 많기 때문이다. 기상청은 이번 전망에 대해 참조하되 앞으로 나오는 1개월 전망과 중기예보(10일 예보) 등을 적극 활용해줄 것을 당부했다.

(자료=기상청)

태풍은 어떨까? 기상청은 올여름 태풍은 평년과 비슷한 2~3개, 많으면 4개까지 한반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그간 많은 연구들이 분석했던 것처럼 태풍의 빈도보단 점점 강해지는 세기에 주목했다. 강해지는 태풍의 세기를 방재 기술이 쫓아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우리가 겪을 타격은 점점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 방재가 아닌 과학 기술로 태풍 활동 자체를 억제할 순 없을까?
 

화산 활동, 태풍 세기 줄여

태풍은 여름철 강수량에 영향을 주는데, 최근 국·내외 연구팀이 과거 화산 활동과 여름철 강수량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연구팀은 한반도를 배경으로 설악산과 한라산 등에서 나무를 조사해 지난 350년간의 고(古)기후 데이터를 얻어냈는데, 과거 기상 상황은 나무의 나이테 세포를 통해 분석했다. 세포에서 추출한 18산소동위원소(18O)*와 16산소동위원소의 비율을 분석한 결과다.** 해당 비율은 강수량과 음의 상관관계에 있는데, 연구팀은 과거 화산 활동이 있던 이듬해부터 1~2년 정도는 산소동위원소 비율이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 즉 화산 활동 후 강수량이 줄어든 것이다. 이런 경향성을 장기적으로 분석한 것은 이번 연구가 처음이다.

파란색이 태풍의 영향이 강했던 해인데, 18산소동위원소비율이 음의 값을 보이고 있음. 오른쪽 실선은 태풍이 있었던 해, 점선은 화산폭발이 있었던 해인데 폭발 직후 1~2년은 태풍이 강하지 않음을 알 수 있음

화산이 폭발하면 화산재가 성층권까지 올라가 태양빛을 반사시키게 되는데, 이런 효과 때문에 폭발 후 일정 기간 동안 지구 온도가 감소하게 된다. 실제 1991년에 피나투보 화산이 폭발한 뒤 지구 온도가 2~3년 만에 0.2℃나 떨어졌다. 온도가 감소하면 대기 중 수증기가 감소하고, 구름을 만드는 상승기류도 억제된다. 이런 효과 때문에 화산 폭발 후 강수량이 줄어드는 것이다. 지구 온난화와 정반대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연구팀은 강수량에 영향을 주는 요소 중 태풍에 집중했는데, 강수량이 적어진 것으로 보아 화산 폭발이 태풍의 세기와 발생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했다.

*산소동위원소 : 산소 원자의 중성자 개수에 따라서 질량수가 16인 산소, 17인 산소, 18인 산소로 나뉜다. 자연 상태에선 16산소가 대부분.
**산소동위원소가 강수량과 음의 상관관계에 있는 이유 : 증발 조건에 좋으면 자연 상태에서 대부분 16산소만 증발하게 된다. 따라서 이 당시에 내리는 비에서 18산소 함유량이 극히 적고 이런 관계를 통해 산소동위원소비율로 강수량을 추정할 수 있다.

 

태풍 멈출 수 있을까?

그럼 여름철 태풍과 집중 호우 등을 피하기 위해 화산 폭발을 기다려야 할까? 화산 폭발로 기대할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보단 부정적인 효과가 더 크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 지난 22일 콩고민주공화국 동부에서 분화한 니라공고 화산의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용암에 가옥 500채가 파괴되고 32명 이상이 숨졌다.

긍정적인 효과만 얻을 수 있게 화산재를 인공적으로 만들어 올리면 어떨까? 이런 이유로 과거 인공화산 등 관련 아이디어들이 나왔지만, 인위적으로 태양빛을 반사시킬 경우 지구 시스템이 무너지면서 부작용이 심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인공화산의 부작용에 대해선 앞선 취재파일에서 한 번 소개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강수량의 감소가 단지 재난급 호우를 피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라 적도 근처 등 특정 지역에선 심각한 가뭄으로까지 초래될 가능성을 경고했다.

▶ [취재파일] 인공화산으로 지구온난화 막을 수 있을까?…가뭄 등 부작용이 더 심해
 

지구공학으로 기후 조절?

인공화산처럼 공학적인 기술로 기후를 조절하겠다는 것이 지구공학의 개념이다. 올 초 하버드와 MIT 공동연구팀이 스웨덴 상공에서 작은 입자들을 띄워 태양빛 차단 효과를 직접 실험하려고 했다. 극소량이었지만, 입자가 기류를 타고 다른 나라 상공으로 가게 될 여지가 있고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작용 등의 우려로 실험은 전면 취소됐다. 공동연구팀도 마찬가지였겠지만, 지구공학을 연구하는 다른 학자들도 역시 이런 기술이 온난화의 해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현재 추세대로라면 우리 세운 마지막 선(파리협정 목표치)을 넘어설 게 분명하기 때문에 마냥 넋 놓고 지켜볼 수만은 없다는 입장인 것이다.

기술의 긍정적인 효과가 뛰어나고, 부작용도 예측 가능한 범위에서 수용 가능한 수준이라면 어떨까? 1950년대 태풍의 진로를 바꾸려는 연구가 있었다. 지금의 지구공학과 같은 개념으로 우리에게 주는 타격을 줄이고자 시행된 연구였다. 하지만, 한편에선 해당 기술을 무기화하려는 연구도 비밀리에 진행됐다. 기술력이 뒷받침되더라도 전문가나 학계의 의견 수렴만이 아닌 전 국민적 차원의 합의도 필요한 이유다. 현재 해당 분야를 연구하는 학자들조차 지구공학이 실제 사용될 수 있을 지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다만 지금의 노력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결국 선을 넘어 지구가 망가져버리기 전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여러 수단의 한 가지 가능성으로 연구는 계속 진행되어야 한다.

<참고문헌>
Jan Altman*, Matthias Saurer, Jiri Dolezal, Nela Maredova, Jong-Suk Song, Chang-Hoi Ho, Kerstin Treydte, "Large volcanic eruptions reduce landfalling tropical cyclone activity: Evidence from tree rings", 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2021) 775, 145899, doi.org/10.1016/j.scitotenv.2021.1458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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