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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인사이트] 워싱턴 '백신 담판' 막전막후…모더나 CEO가 한국과 손잡은 이유는? ②

[워싱턴 인사이트] 워싱턴 '백신 담판' 막전막후…모더나 CEO가 한국과 손잡은 이유는? ②

코로나가 만든 억만장자 모더나 CEO 스테판 방셀 직접 보니


(1편에서 이어짐 ▶바로 가기) 이런 점에서 모더나 CEO가 뭐라고 하는지는 이 시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큽니다. 두 정상이 백신 생산에 의기투합했다는 게 정상회담에서 공표된 이후, 다음 날 아침 모더나 CEO는 예정대로 백신 파트너십 행사에 참석했습니다. 모더나가 막판까지 행사 불참 투쟁을 하며 버틴 무엇인가가 해결됐다는 뜻으로 이해했습니다. 행사 당일 잠을 거의 못 자고 새벽 8 뉴스 라이브 연결을 하고 사무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다행히 행사가 끝나고 인터뷰를 하겠다는 답이 왔습니다. 물론 빨리 비행기 타고 돌아가야 한다고 인터뷰는 아주 짧게 마쳐달라는 임원진의 부탁이 있었습니다. 한국 언론과 처음 하는 인터뷰였지만 어떤 걸 물어볼지 묻지도 않았고, 뭘 물어봐달라고 얘기도 없이 그냥 시간제한만 지켜달라는 요청이었습니다.

스테판 방셀 모더나 CEO는 코로나 이후 미국 제약 분야에서 최고 벼락부자가 된 인물입니다. 모더나는 생긴 지 10년밖에 안된 신생 제약사로서 그동안 신약 승인을 한 개도 못 받았지만, 이번에 코로나 mRNA 코로나 백신으로 단방에 회사를 글로벌 기업으로 만들었습니다. 방셀의 평가 재산은 5조 원 정도라고 최근 보도된 바 있습니다. 외신에 난 그의 모습은 '속도전의 귀재' 정도로 평가할 수 있을 듯합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백신을 처음 내놓는 목표를 60일로 잡았는데, 42일 만에 백신을 만들어내고 임상 시험 준비를 마쳤다고 합니다. 방셀 CEO는 실제 걸음도 빠르고 말도 빨랐습니다. 인터뷰로 리포트를 만들고 나니 기사 작성기에 나오는 시간보다 10초 이상 시간이 줄어 있을 정도였습니다. (이런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그는 백신 접종 완료했냐고 물어보고는 다 맞았다고 하니까 마스크 벗고 시작하자고 말했습니다. 행사장에 가져갔던 약병과 상자까지 들고 와서 인터뷰했는데, 투자자를 상대로도 이런 식으로 설명하지 않았을까 생각 들기도 했습니다. 영업 마인드도 상당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김수형 취재파일용-모더나 ceo

"삼바에 기술 이전할 것"…구체적인 기술이 무엇인지는 말 안 해


방셀 CEO는 자신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상당히 솔직하게 얘기했습니다. 모더나 팀과 스위스 기업 론자가 백신 원료를 큰 팩에 넣어서 생산을 하는데 이걸 백신 병에 넣어야 다양한 지역으로 운송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 부분에 정말로 심각한 병목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모더나는 생산 시설이 없기 때문에 다른 기업의 도움이 절실한데 세계 최고 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손을 잡게 돼서 정말 기쁘다고 말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백신 허브 국가가 되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는데, 모더나는 구체적으로 어떤 지원을 원하는 거냐고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모더나는 삼성에 기술을 이전할 것이라며, 다만 정부가 이런 과정을 원활하게 하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또 문재인 대통령과 담당 부서가 그런 일을 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이 얘기는 기술 이전을 하겠지만, 그 수위는 정부의 역할에 달려 있다는 우회적인 표현으로 들렸습니다. 기술 이전 관련 얘기가 나와서 최근 인터뷰했던 톰 프리든 전 CDC 국장의 논리를 그대로 따서 다시 물어봤습니다. 백신 생산을 늘리기 위해서는 적절한 수준의 로열티를 받고 생산 기술까지 허브 국가에 이전해야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고 프리든이 지적했는데, 모더나는 얼마나 기술을 이전할 거냐고 질문했습니다. 그랬더니 자신들은 이미 기술 이전을 많이 하고 있다며, 협력사인 론자, 카탈렌트, 로비 등 회사 이름을 나열했습니다. 이 회사들에 이전된 기술 수준은 실제로는 다 다르지만 일단 큰 틀에서 자신들이 기술 이전을 하고 있다는 걸 강조한 듯 했습니다. 그러면서 예외 없이 한국에 대해서도 기술 이전을 많이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기술 이전이 맞냐고 한 번 더 물어봤는데, "그렇다"(correct)고 다시 강조했습니다. 예민한 문제여서 더 그랬겠지만, 기술 이전의 수위와 내용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습니다. 방셀 CEO는 위탁 생산을 넘어 한국에 직접 백신 공장을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공개했습니다.

기술 이전과 관련해서는 미국 내부에서도 코로나 백신 업체들이 생산 능력이 되는 나라에 기술까지 이전해서 백신 생산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진보 성향의 민주당 의원들을 비롯해 시민단체에서도 지속적으로 이런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프리든 전 CDC 국장처럼 미국 보건 행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도 '적절한 수준의 로열티'를 전제로 기술 이전을 해야 한다고 모더나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목적은 모두 사람을 살리자는 것이어서 미국에서도 충분한 호소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이미 지식재산권 면제를 선언한 상황이기 때문에 모더나도 기술 이전에 대한 부담감을 갖고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또 모더나는 가장 핵심인 mRNA 기술 유출에 대해 대단히 조심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이 때문에 삼바라는 파트너 기업이 백신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기술 이전을 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직접 공장을 짓고 백신을 생산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으로 이해했습니다.

사실 갑을이 바뀌었지만, 모더나라는 기업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비하면 사실 아주 작은 기업이었다는 것도 생각해볼 부분입니다. 방셀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칭찬을 많이 했는데, 빈말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모더나도 거대기업 삼바를 상대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미국에서도 기술 이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은 만큼 앞으로 정부는 모더나와, 한국 백신 기업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면서 서로 도움이 되는 방안을 잘 찾아야 하는 게 과제로 남게 됐습니다.

모더나

"배송 물량 늘리기 위해 모든 것 할 것"…"삼바의 한국 물량은 아직 미정"


당장 백신 물량이 급한 우리나라에 모더나 백신이 언제 들어가고, 삼바의 위탁 생산 분에서 얼마나 한국에 배정되는지도 큰 관심사입니다. 이 질문이 나오자 방셀 CEO는 기다렸다는 듯이 어제(미국 21일) 결정된 좋은 소식이라며 이번 주 초에 한국에 첫 번째 모더나 물량을 발송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물량은 유럽에서 생산된 거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배송 물량을 늘리기 위해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방송 직후 우리 보건 당국에서도 모더나 백신 5만 5천 회 분이 31일 도착할 예정이라고 확인했습니다. 이 초도 물량은 국가출하승인 절차를 거쳐 6월 중순 이후 실제 접종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방셀 CEO는 물량 확보에 어려움이 컸지만 지금은 생산이 궤도에 오르고 있다며, 추가 생산 분이 전부 사용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이 계약한 4천만 회 물량은 몇 달에 걸쳐 한국에 들어가게 될 거라고 확인했습니다. 방셀 CEO는 자신들이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내년에는 30억 회 분량의 코로나 백신을 만들어낼 거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자기들도 백신을 열심히 생산하고 있고, 되는대로 빨리 보내주겠다는 답변으로 들렸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한국 배정 물량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직 삼바가 생산한 물량 가운데 얼마나 한국에서 소비할 수 있을지 정확한 수치를 정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뜻으로 해석됐는데, 이제 막 MOU가 체결된 만큼 앞으로 구체적인 숫자가 정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코로나는 지구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모더나 2.0 백신 개발"


모더나 백신은 미국에서 화이자와 함께 가장 많은 사람들이 실제 접종하는 mRNA 백신입니다. 효능은 화이자와 비슷한 수준으로 수치가 집계되고 있는데 큰 문제가 된 부작용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습니다. 주변에서 모더나를 맞고 가벼운 오한 등을 겪었다는 경험담은 들을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화이자를 맞았지만 2차 접종 이후 꽤나 심한 두통을 경험한 바 있습니다. 아마 이 백신도 비슷한 수준의 부작용이 아닐까 예상합니다) 다만 모더나 백신은 화이자처럼 초저온 냉동이 필요 없다는 점에서 더 나은 백신이라고 모더나는 홍보해왔습니다.

방셀 CEO도 모더나의 효능에 대해서 자부심이 대단했습니다. 코로나에 95% 예방 효과를 보이고 있고, 일단 백신을 접종하면, 대부분 코로나에 걸리지 않지만, 증세가 생겨도 병원에 절대 입원하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실제 접종을 하면서 미국, 유럽, 캐나다에서 실제 접종한 1억 명의 접종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안정성 문제가 매우 중요하고, 모더나 백신은 그런 점에서 강점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방셀 CEO는 변이 바이러스 문제에 대해서는 대단히 심각하게 보고 있었음. 아직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수십억 명의 사람들이 있고, 이 때문에 변이가 무서운 속도로 생겨나 전파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지구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며, 코로나 백신은 독감 주사처럼 해마다 추가 접종을 해야 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미 모더나는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한 모더나 2.0을 개발하고 있으며, 이 부스터를 접종하면 브라질, 남아공, 인도 변이에 대해 또 95% 예방 효과를 가지게 될 거라고 설명했습니다.

mRNA 기술을 활용한 미래 분야에 대해서도 전망했는데, 지금 독감 백신은 나쁜 경우 예방 효과는 25%에서 40%, 좋은 경우는 60% 정도에 불과하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mRNA 기술을 활용하면 예방 효과가 99%에 달하는 독감 백신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또한 장애 신생아 출산의 원인이 되는 거대 세포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해주는 백신도 이 기술을 활용해서 만들 수 있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인류의 건강을 지켜주는 다양한 백신을 계획하고 있기 때문에 전 세계에 걸쳐 백신 생산 시설이 필요한 거라고 강조한 겁니다.

문재인 대통령, 바이든 미 대통령/한미정상회담

백신 매개로 한국을 끌어당긴 미국…백신 파트너십은 앞으로가 중요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미 동맹이 백신 동맹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해외여행, 출장조차 쉽지 않은 코로나 팬데믹은 세계대전에 준하는 글로벌 비상상황임에 분명합니다. 이런 지구적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아시아 백신 허브 역할을 제안한 것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이 흔쾌히 그 손을 잡았다는 것은 한미 동맹의 한 단계 확장을 의미합니다. 미국이 이런 역할을 믿고 맡길 수 있는 건 동맹국밖에 없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미국은 한국을 더 미국 쪽으로 다가오게 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중국 견제가 외교 정책의 최우선에 있는 바이든 정부는 이런 움직임이 반가울 수밖에 없습니다. 세계 대전 이후 국제 질서 개편이 있었던 것처럼, 팬데믹 극복을 위해 임무와 역할을 맡게 된 우리나라는 이 시기를 잘 넘기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발언권은 과거와 확연히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됩니다.

물론 정상회담 한 번으로 과도한 장밋빛 전망을 가지는 것도 경계해야 합니다. 제약사들은 기본적으로 이윤추구 욕구를 가지고 있고, 우리도 그들의 의도와 속성을 경계해가며 협상에 임해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핵심 기술을 가져오지 못했다고 과도한 비난을 하는 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지금은 세계 최고의 반도체 기술을 갖게 됐지만, 시작 단계부터 그러지는 않았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방셀 CEO는 자신들보다 거대 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상대하는데 상당한 부담감을 갖고 있다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 백신 기업의 생산 역량은 세계 최고라는 걸 이번 기회에 다시 확인한 만큼 장기적인 R&D 전략까지 다시 한 번 정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정부 차원에서 백신 파트너십을 꽃피우기 위한 후속 조치를 단단히 챙겨야 할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코로나가 우리 예상보다 훨씬 더 길어질 가능성까지 대비하고 철저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만약 내년에 기존 백신을 무력화시키는 무시무시한 변이가 출연했을 때 백신 생산 거점이 있는 국가와 아닌 국가는 대응하는 것 자체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코로나 상황을 겪으면서 공중 보건에 대한 투자는 곧 경제 활동과 직결되는 일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정권에 대한 정치적인 호불호를 가지고 무조건적인 비판, 무조건적인 찬양이 난무하는 상황은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사람의 목숨이 달려 있는 이 문제는 칭찬과 비판 모두 최대한 국민들의 생명을 보호하는데 도움이 되는 쪽으로 전개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시작인 한미 백신 파트너십은 결실을 맺으려면 지금부터 정부나 기업들 모두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내년 이맘때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시작한 한미 백신 파트너십으로 수많은 국민들의 목숨을 살렸다는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워싱턴 인사이트] 워싱턴 '백신 담판' 막전막후…모더나 CEO가 한국과 손잡은 이유는?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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