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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 하나 있었으면"…공원 3곳 중 1곳은 없어

<앵커>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공원이나 산책길에서는 CCTV를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주로 이용객들의 안전과 범죄 예방을 위해서 설치해둔 것인데 이것이 어디에, 또 얼마나 많이 있어야 한다는 명확한 기준은 없어서 지역마다, 시설마다 CCTV의 숫자가 다릅니다.

그 실태를 박현석 기자, 배여운 기자, 임상범 기자가 함께 전해드립니다.

<박현석 기자>

서울 보라매공원 CCTV 관제센터.

출입구와 주요 통로, 광장과 놀이터처럼 시민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CCTV가 설치돼 있습니다.

녹화된 영상은 30일간 보관하고, 경찰 요청이 있을 때 열람 가능합니다.

[김정미/서울시 보라매공원 관리팀장 : 이용자들이 많이 이용하시는 공간, 그게 가장 중요하죠. 그런 공간에서 사건·사고가 많이 발생하거든요.]

그러나 대학생 손정민 군이 숨진 한강공원은 달랐습니다.

실종되기 전까지 적어도 서너 시간 머물렀지만, 한강공원이 관리하는 CCTV에 정민 군이 찍힌 것은 이곳이 유일합니다.

반포한강공원에는 172대의 CCTV가 있지만, 편의점이나 세빛둥둥섬 같은 개별 시설의 것들, 또 동작대교 승강기나 잠수교 수위 관찰을 위한 CCTV를 빼고 나면 고작 7대에 불과합니다.

그나마도 나들목 세 곳에 6대가 설치돼, 사실상 공원 내부에 이용객들의 안전과 범죄 예방을 위해 설치된 CCTV는 1대뿐입니다.

반포한강공원이 보라매공원에 비해 얼마나 CCTV가 적게 설치돼 있는지 분석해보겠습니다.

먼저 이용객 숫자와 CCTV 비율을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이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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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여운 기자>

지난달, 한강공원 새벽 0시 기준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공원에 와 있는지, 서울시 생활인구 데이터를 토대로 집계 봤습니다.

반포한강공원 642명, 그 옆의 잠원한강공원은 659명이었습니다.

반면 앞서 살펴봤던 보라매공원은 265명 수준이었습니다.

결론적으로 한강공원은 면적도 보라매공원보다 더 넓고 유동인구도 2배 이상 많지만, CCTV 대수는 턱없이 모자란 상황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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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석 기자>

그럼 이런 차이는 왜 생기는 것일까요.

일단 관리 주체가 다릅니다.

대당 1천만 원이 넘는 CCTV 예산부터 따로따로 책정되기 때문에 차이가 생기는 것입니다.

그래도 법이나 조례로 정해놓은 기준 같은 것이 있을 거 아니냐 싶으실 텐데, 우리 법이나 서울시 조례에는 CCTV를 어디에 얼마나 세워야 하는지 정해놓지 않았습니다.

법이든 조례든 "개인정보를 보호해야 한다", "무분별한 설치를 해서는 안 된다"는 쪽에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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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범 기자>

부산 서구 시약산 산책로.

약수터와 체육공원이 있어 수시로 사람들이 다니는 길입니다.

그런데 지난달 3일 새벽 살인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이곳이 7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된 현장입니다.

산책로 한가운데지만 주변에 CCTV가 한 대도 없다 보니, 경찰은 사건 발생 한 달이 지났지만 용의자를 추적하는 데 애를 먹고 있습니다.

[현장 목격자 : 피가 흥건하더라고. 여기 탑 바로 옆에. CCTV 하나 있었으면 딱 보면 잡았지.]

산책로 입구부터 10개나 되는 산불 감시초소들까지 꼼꼼히 살폈지만, CCTV는 전혀 없습니다.

[주민 : 혼자는 못 오지. 둘이도 못 옵니다. 오늘도 셋이라서 올까 말까 하다가 왔는데.]

산책로나 등산로에서 발생하는 '산야 범죄'는 매년 늘어 1만 건에 육박합니다.

살인, 강도, 강간 같은 강력범죄도 한해 100건 가까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부산 서구청 : CCTV 설치하려면 KT나 LGT 임대망 가능 여부도 검토해야 되고, 넉넉한 구가 아니다 보니 예산 집행을 못 하는 과정이고..]

도시공원도 빈틈이 많습니다.

아파트단지를 끼고 나란히 있는 두 공원은 아이들과 부녀자의 출입이 잦은데, 한 곳에서는 지난해 초등생 성추행사건이, 다른 곳에서는 지난 2017년 30대 여성 살인사건이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축구장 7개 넓이의 이 공원에는 그때나 지금이나 CCTV 2대가 전부입니다.

[강지현/대구 북구 : 깜짝 놀랐어요. 2개밖에 없다고 해서. 곳곳에 있는 줄 알았어요.]

이런 도시공원이 전국에 1만 5천여 개가 있는데, CCTV가 단 1대도 없는 곳이 36%나 됩니다.

[이수정 :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 지역은 굉장히 방대한데 사람들의 밀도는 떨어지고 이런 지역에는 CCTV가 많지 않거든요.]

최근 일부 지자체에서는 첨단 지능형 CCTV 관제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이상행동을 감지한 CCTV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상황을 연출해 봤습니다.

폭력, 쓰러짐, 배회 같은 범죄 의심 경고가 자동으로 표출되고, 용의자 동선 추적과 함께 경찰 출동까지 연계할 수 있습니다.

인권 침해 논란은 피하면서도 범죄는 막을 수 있는 최적의 활용 방안을 찾는 것은 과제입니다.

(영상취재 : 김세경·김태훈·양현철, 영상편집 : 김준희, VJ : 정한욱, 음악 : 최대성, 작가 : 이미선·김채현·김효진·양보원·김정연, CG : 홍성용·최재영·이예정·성재은·정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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