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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도 없고 귀찮네" 참혹한 살인 후 그가 남긴 말

"재미도 없고 귀찮네" 참혹한 살인 후 그가 남긴 말
'살인했는데 흥분이나 재미, 죄책감이 안 느껴져', '그냥 귀찮을 뿐이야.', '내가 왜 이딴 걸 위해 지금까지 시간을 낭비했는지 원', '의미도 없고, 재미도 없고, 귀찮기만 하네. 아예 시작을 안 했어야 하나'

강원도 인제에서 일면식 없는 50대 여성 등산객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20대에게 1심에 이어 2심 법원도 무기징역형을 내렸습니다.

재판부가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무자비한 수법으로 피해자를 살해했다"고 밝힐 정도로 참혹한 범행을 저질렀음에도 범행 직후 죄책감을 느끼기는커녕 '귀찮을 일' 정도로 치부한 피고인은 결국 '사회로부터 무기한 격리'라는 중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녹색 수의를 입고 흰색 마스크를 쓴 채 법정에 선 피고인은 선고가 이뤄지는 약 10분 동안 어떠한 움직임이나 감정 변화 없이 선고 내용을 듣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박재우 부장판사)는 오늘(12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이 모(23) 씨에게 원심과 같은 무기징역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미리 준비한 흉기로 목 부위를 여러 차례 찌르고 피해자가 범행 이유를 물으며 저항했음에도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무자비한 수법으로 피해자를 살해했다"며 "목 부위만 49회 찔렀다"고 지적했습니다.

참혹한 범행을 저지르고도 '살인했는데 흥분이나 재미, 죄책감이 안 느껴져'라는 등 내용을 일기장에 적으며 죄책감과 같은 감정을 느끼지 않고, 냉정한 태도를 유지한 점에는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재판부는 "범행 직후 아무런 충격이나 고통, 죄책감을 느끼지 않은 채 계속해서 살인 범행을 결심하는 등 믿기 힘들 정도로 냉혹한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씨 측의 심신장애 주장에는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사람을 죽이는 일이 세상 어떤 일보다 쉬워 보이고, 이를 직업으로 갖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다"며 "이와 같은 살해 욕구는 단순한 내면의 심리 상태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형태로 발전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성인에 이르기까지 살인 욕구와 충동을 느끼면서도 실천에 옮기지 않고 외부에 드러나는 자신의 행동을 철저히 통제했고, 범행 직후에도 냉정한 태도를 유지했으며, 정신감정 결과 특정할만한 정신과적 진단도 없었다"며 심신장애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 씨가 항소심에 이르러서야 "피해자분과 피해자 가족분들께 죄송합니다"라며 사죄의 뜻을 밝힌 점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그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재판부는 "뒤늦게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사죄의 뜻을 표시했으나 진정으로 속죄하고 참회한 데 따른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피해자의 아들과 합의해서 아들이 처벌불원 의사를 표시하긴 했으나 이 씨가 진실로 반성한다고 보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점, 엄벌을 탄원하는 피해자의 동생과는 합의에 이르지 못한 점을 들어 "양형에 고려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피고인이 수감기간 교화되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만에 하나 살인 욕구와 충동을 유지하거나 강화한 채 사회로 복귀했을 때 어떤 결과가 발생할지 예상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회로부터 격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씨는 지난해 7월 11일 인제군 북면 한 등산로 입구에서 한 모(56) 씨를 흉기로 수십 차례 찔러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수사 결과 이 씨는 '연쇄살인'과 '연속살인'을 꾀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내면에 온통 불특정 다수에 대한 적개심으로 가득했던 이 씨는 "한 번의 거만함이나 무례함으로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상기시켜야 한다"며 이른바 '한강 몸통시신 사건'으로 불린 '장대호 사건'을 획기적인 표본이라고 칭하기도 했습니다.

살인 계획과 방법을 일기장에 상세히 기록하고, 살인 도구로 쓸 총기를 사고자 수렵면허 시험 공부를 하고, 샌드백을 대상으로 공격 연습을 하는 등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였습니다.

1심의 무기징역형에 불복한 이 씨는 심신장애 주장과 함께 '형이 무겁다'며 항소했고 검찰도 '형이 가볍다'며 항소했습니다.

검찰은 이 씨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의 형은 무겁거나 가볍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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