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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스夜] '그것이 알고싶다' 엑소→소녀시대, K팝 히트곡의 '유령 작사가' 정체 추적

[스브스夜] '그것이 알고싶다' 엑소→소녀시대, K팝 히트곡의 '유령 작사가' 정체 추적
혜성처럼 나타난 유명 작사가의 정체는?

8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K팝의 유령들 - 그 '히트송은 누가 만들었는가'라는 K팝 업계의 부조리한 관행들을 조명했다.

지난 4월 힙합 그룹 45RPM 멤버인 이현배가 사망했다. DJ DOC 이하늘의 동생이기도 한 그의 죽음에 형 이하늘은 깊은 슬픔에 빠졌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DJ DOC 4집 이후의 수많은 곡들을 작업한 것은 멤버 김창렬과 정재용이 아닌 자신의 친동생 이현배라고 폭로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리고 이하늘의 폭로가 있기 얼마 전인 지난 3월에는 K팝 작사업계의 부조리함을 고발하는 글이 SNS에 게재돼 관심을 모았다. 고발에 따르면 신인 작사가들의 등용문으로 여겨지는 유명 작사 학원의 원장이 원생들의 작품에 공동 작사가로 이름을 올리고 저작권 지분도 빼앗고 있다는 것.

또한 유명 기획사에 의뢰받은 곡의 제작을 위해 수강생들의 가사를 허락 없이 채택해 조립 및 수정했으며, 이들에 대한 기획사 측에서 제공한 작사비도 지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글로 인해 몇몇 작사 학원은 자신들은 관계가 없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그러던 중 일부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한다는 학원이 등장했다. 사과한 것은 400여 곡이 넘는 K팝 곡의 작사를 한 유명 작사가 김 원장이었다.

그에게 피해를 입었다는 신인 작사가들은 100% 본인만의 아이디어로 작사한 곡에도 김 원장이 자신의 이름을 크레디트에 올리고 저작권 지분도 실제 작사가와 똑같이 나누었다고 했다. 그러나 김 원장은 "참여하지 않은 곡에 이름을 올린 적은 없다"라며 이를 부인했다. 그리고 "한 명이라도 입봉 시켜드리고 싶어서 사전 허락 없이 여러분들의 시안을 발췌해 작업한 것은 인정한다"라며 일부 의혹만 인정했다.

각각 10곡에서 15곡 정도를 참여했고, 김 원장에 권리를 빼앗겼다 밝힌 제보자들은 평균 작사 참여율은 77%에 달하지만 그들이 갖는 저작권 지분은 단 4.5%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공동 작업의 경우 공동 작업자의 사인이 필수인 지분 확인서가 필요하지만 제보자들은 김 원장으로부터 지분에 대한 설명이나 동의를 받은 적이 없다며 지분 확인서를 본 적도 없다고 밝혔다.

이에 한 제보자는 "내 덕분에 너희가 가사를 쓰고 작사가 활동을 하게 되는 것, 이건 기회비용이고 내가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비즈니스를 했으니 비용을 제공한다고 생각해라 라고 하더라"라며 김 원장이 한 행동의 이유를 추측했다. 불필요한 다툼을 막기 위해 N분의 1로 지분을 나눴다는 김 원장의 논리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일반적이지 않은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부조리한 대우에도 신인 작사가들은 왜 침묵했을까? 이에 제보자들은 "모든 것이 합의도 없고 통보였다. 문제 제기를 할 수 없는 구조다. 학원장 눈에 안 들면 가사가 나올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문제 제기를 하면 학원을 나가야 하고 작사를 할 수 있는 권리 자체를 잃게 되는 것이다"라며 "일부 원생은 그런 것을 못 견디고 학원을 나갔는데 그런 사람들에게 김 원장이 '죽여버리겠다. 업계에서 다신 일을 못하게 하겠다' 식의 으름장을 놓았다"라고 설명했다.

대형 기획사에서 곡을 의뢰하고 작사를 할 때마다 지급하는 작사비에 대해 김 원장은 "원래 작사비를 받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언론 취재가 시작되자 그는 작사비 존재를 인정하며 작사비를 지급했다. 이에 김 원장은 "제가 지난 5년 동안 SM에서 받은 작사비를 저희 팀 학생 및 작가들한테 지급하지 않고 제가 가졌다. 뭔가 이거는 진짜 아니다. 잘못된 걸 바로 잡아야겠다 생각이 들었다"라며 입장을 번복한 이유를 설명했다.

취재 도중 대형 기획사의 유명 아이돌 그룹 곡에 수차례 가사가 채택된 S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됐다. S에 대해 제보자들은 "이름은 존재하지만 실체가 불분명한 작사가다. 유령 작사가다"라고 입을 모았다.

S와 김수희라는 두 개의 이름을 가진 유령 작사가. 그는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해 인기 아이돌 엑소의 곡 위주로 작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그가 작업한 곡에는 모두 김 원장이 공동 작사가로 이름을 함께 올리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김 원장은 S에 대해 "초창기부터 함께 작업하던 사람, 외국에 사는 친구, 초콜릿 공방을 하는 친구" 등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했다. 이에 S에 대해 비밀 작사가라느니 A&R팀(가수의 콘셉트에 맞춰 앨범의 전반을 기획하는 부서)과 관련 있는 사람이다는 의혹 등이 나오고 있었다.

이에 관계자들, 해당 기획사의 경우 이전에는 사내 직원들이 가사를 쓰는 경우도 있었으나 최근에는 완전히 배제하며 그것에 있어 철저하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그러나 취재팀은 김 원장과 누군가가 나눈 대화가 담긴 수집 장의 사진을 입수했다. 이는 바로 김 원장과 S가 곡을 작사한 그룹의 기획사 A&R 팀장 최 씨의 대화였다. 그리고 이들의 대화 속에서 유령 작사가 S의 이름이 등장했다.

업계 관계자들에 이들의 대화를 보여주자 "두 사람이 유령 작사가를 만든 것 같다. 최 씨의 부인인 것이 탄로 날 거 같아 예명을 사용한 것 같아 보인다"라고 추측했다. 또한 "최 씨 본인이 가사를 썼다는 내용도 있다. A&R 팀장이 직접 작사를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라고 부연했다.

유령 작사가 S와 김 원장이 작사한 곡은 총 15곡. 기획사 관계자가 작사에 참여하는 것은 왜 문제일까? 이에 관계자들은 "공정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JYP 대표 박진영도 블라인드 테스트와 투표를 통해 곡이 채택된다"라며 공평하지 않은 상황에서 가사가 채택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과 대화를 나눈 최 씨는 엑소와 보아, 강타를 담당하는 A&R 팀장이었다. 이는 S가 작사한 곡의 아티스트를 담당하는 A&R 팀장이라는 것. 관계자는 최 씨에 대해 "해당 기획사에서 거의 손꼽히는 리더다. 유닛장으로 위에 상사가 딱 한 분 있다"라며 "수록곡과 관련해 모든 곡을 채택하고 이런 부분에 중축이 되는 인물로 그의 손을 거치지 않고는 위로 올라갈 수 없는 구조다"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관계자들은 김 원장과 최 씨의 대화를 통해 "내 가사가 이거니까 선택해달라고 미리 말한 거 아닌가"라며 최 씨가 공정한 경쟁을 거치지 않고 자신이 쓴 가사를 스스로 선택하거나 김 원장이 보낸 가사를 미리 보고 최종 선택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목했다.

이에 신인 작사가들은 "저희도 다 작업한 곡이다. 아마 다른 학원 수백 명에게도 의뢰가 들어갔을 거다"라며 "이미 합격자가 정해진 자리에 서류를 넣고 면접을 본 기분이다"라고 상실감에 괴로워했다.

관계자는 S라는 가명을 쓰고 김 원장과 공동 작사로 이름을 올린 것에 대해 "본인이 결정권자이기 때문에 본인이 참여했다는 게 들통나면 꺼려지는 부분이 있을 거다. 그래서 학원장을 공동 작사가로 이름을 올리고 진행한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이런 비슷한 일은 이전에도 있었다. 앞서 걸그룹 아이즈원의 기획사 대표는 곡에 참여하지 않은 자신의 부인의 이름을 저작권자에 올려 논란이 일어났다. 이에 대표는 곡 작업에 직접 참여했으나 프로듀서의 품위를 지키지 못하고 욕심을 부렸다며 아내 명의로 등록한 8곡의 저작권을 모두 포기하며 논란을 일단락시킨 일도 있었다.

그리고 제작진은 유령 작사가의 수익이 어느 정도 될지 추정하자 최소 수천만 원에서 최대 수억 원의 보너스가 생긴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이에 제작진은 최 씨와 김 원장을 만나 입장을 들어보려 했다. 연락이 닿지 않는 최 씨와 달리 김 원장은 반론의 기회를 줘서 고맙다며 서면으로 답하겠다고 입장을 전했다. 유령 작사가와 신인 작사가의 지분 분배와 관련한 질의에 김 원장은 "유령 작사가 S는 대형 기획사 A&R팀을 이끄는 최 씨의 아내가 맞다. 그녀가 작사에 참여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단 한 번도 그녀를 통해 최 씨에게 가사 청탁한 적은 없다"라고 주장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부인이 그렇게 하고 싶었으면 공정한 과정을 거쳤어야 한다. 일단 엑소 아니냐. 남편이 담당자 그룹의 곡인데 이거는 좀 다른 얘기지 않나"라며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그리고 취재 과정 중 과거 해당 기획사의 직원이 소녀시대, 태연의 곡에 참여했고 해당 직원은 바로 이들의 담당 A&R 직원이었던 것이 드러났다. 특히 그는 자신의 이름 대신 본인의 어머니 이름으로 저작권 협회에 등록했고, 2개의 이름으로 저작권 등록을 해 곡의 수익이 발생하면 여전히 두 개의 저작권자가 모두 수익을 얻고 있다고 밝혀졌다.

제작진은 해당 기획사에도 S에 대한 사실 확인을 요청했다. 이에 해당 기획사는 최근 최 씨의 부인이라는 것 알게 됐다며 "최 씨의 유닛장 직책을 박탈하고 중징계를 결정했다"라고 입장을 전했다. 또한 6년 전 사건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채 당사자가 퇴직하며 마무리된 것으로 부연했다.

이날 방송에서 제보자들은 "해당 아티스트도 팬들도 피해자다. 앨범 제작에 있어 부정적인 일에 관련돼서 아티스트가 언급되기 때문에 팬들이 많이 속상할 거 같다. 죄송하다"라며 "그런데 참여한 작사가로서 우리의 권리를 찾기 위해서는 이 방법밖에 없었다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라고 제보자로 나설 수밖에 없던 이유를 밝혔다.

지난 목요일 김 원장은 내용 증명으로 다시 한번 입장을 밝혔다. 그는 "유령 작사가 S는 단 한 번도 곡에 참여하지 않은 채 크레디트를 올리거나 지분을 가져간 적 없다. A&R 직원의 가족이기 때문에 비공개로 작업한 것뿐이다"라며 "S의 배우자가 근무하는 기획사에서 의뢰한 곡 중 S가 참여한 곡은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불법적인 거래나 부당한 일은 전혀 없었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방송은 김원장과 기획사 직원의 일은 법적인 책임은 묻기 힘들겠으나 수많은 지망생들에 공평한 기회를 빼앗고 사익을 취했기에 명백히 비윤리적인 일이라며 자성이 필요하다 힘주어 말했다.

그리고 이러한 부당한 일을 겪는 것은 작사가뿐만 아니었다. 드라마 음악 감독 박성일은 "제자뻘 되는 후배들에게 실제로 제안이 왔다. 모 유명 감독님하고 연결시켜줄게, 대신 공동 작곡이 조건이라고 하더라. 1년에 600곡씩 공동 작곡 발표를 하는 분이 있는데 기계도 그렇게 못할 거다"라고 했다. 이어 그는 "그 친구들은 당장의 생계고 힘이 없다. 그런 부분 때문에 알면서도 끌려갈 수밖에 없는 기이한 구조다"라고 안타까워했다.

또 다른 음악 감독 김준석은 "작곡가들에게 곡을 써오라고 해서 곡을 써서 갔는데 10곡을 써오면 컴퓨터에 올려놓고 들어 보면서 바로바로 혹평을 하면서 휴지통에 집어넣었다더라. 그래서 뛰쳐나왔는데 1년 뒤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는데 휴지통에 들어간 자기 곡이 나왔다더라. 자신의 라이브러리를 만들기 위해 일부러 한 일이었다"라고 업계의 부조리한 관행을 언급했다.

제보자들은 소속사 간부, 전공 교수, 소속사 대표 등에게 곡에 대한 권리를 빼앗기고 제대로 된 사례도 받지 못했다고 폭로했다. 그리고 이러한 피해를 주장하는 작곡가들은 쉰 명이 넘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특히 이들은 똑같이 한 가지 사실을 우선적으로 언급했다. 그리고 이들은 제보로 자신이 특정될 수 있어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 어떤 곡을 만들었는지 밝히지 말아 달라고 부탁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드라마 OST 제작사 운영 중인 대표는 "드라마 OST 곡에 참여하게 해 주면 저작권의 절반을 주겠다고 작곡가들이 직접 제안을 해오기도 한다. 그게 무슨 일이냐 묻자 많은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한다면서 그걸 비즈니스라고 하더라"라며 저작권을 가지고 거래를 제안해오는 일이 빈번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표는 "이렇게까지 해야 되나 하는 씁쓸함이 들었다. 그런데 그런 제안을 하는 작곡가들은 본인이 잘못됐다는 생각을 못 할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작곡가 김인영 씨는 6년 전 2천 곡이 넘는 곡의 저작권을 회사가 가져갔다고 소송을 진행했다. 그는 5년 동안 곡을 찍어내는 기계 같은 삶을 살았고 모든 음악의 크레디트는 소속사 대표인 음악감독의 이름이 올라갔다고 했다. 그는 "우리를 코스트 라이터처럼 숨겼다. 5년 동안 하루에 10시간 이상 일했고 임금은 월 80만 원으로 5년 동안 동결이었다"라고 설명했다.

당시 소속사에 소속된 30명의 작곡가들에게 회사는 저작권협회에 등록된 이름을 회사 이름으로 교체하자고 했고 그들이 만든 곡은 영구히 회사에 귀속된 것. 이에 김인영 등 소속 작곡가들은 저작 인격권 침해로 회사 대표를 고소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저작권은 돌려받을 수 있었지만 저작권 침해 혐의에 대해서는 증거 불충분으로 회사 대표이자 음감은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법 관계자들은 "법적 기준으로만 판단하다 보니 창작에 관해서는 애매한 부분이 생긴다. 실제 권리자가 누군지 확인하려면 증거가 제시되어야 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증거 제시가 어렵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이들의 권리를 지킬 방법은 없을까? 저작권협회는 최근 저작권 분쟁 위원회를 신설했다며 부당한 일을 겪은 이들에게 도움이 되길 빌었다. 또한 저작권법 일부개정법률안 발의로 조금은 달라질 미래를 기대케 했다.

마지막으로 제보자들은 자신들과 비슷한 일을 겪는 이들에게 "겁먹지 마세요. 그 사람들은 절대 당신을 해칠 수 없다. 업계에 발도 못 붙이게 해 주겠네 하는데 말도 안 된다. 본인의 능력을 조금 더 믿으라"라고 당부해 눈길을 끌었다.

(SBS연예뉴스 김효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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