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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사과하더니…"시효 지나 처벌도, 배상도 못 해"

끝까지판다③

<앵커>

유족들은 30년 전 시신이 발견된 걸 알고도 숨겼었던 경찰관들을 처벌해달라고 했지만, 공소시효가 끝났다는 답만 돌아왔습니다. 그 이후에는 국가를 상대로도 손해배상 소송을 냈는데, 정부는 계속 시간만 끌고 있습니다.

국가가 저지른 범죄에 정부가 어떤 태도를 보이고 있는지, 이 내용은 권지윤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진실이 드러나자 경찰청장은 사과했고 유족을 위해 모든 조치를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민갑룡/당시 경찰청장 (2019년 10월 4일) : 심심한 사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한이 풀릴 수 있는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해 (나가겠습니다.)]

그러나 그때 뿐이었습니다.

유족 측은 위법 상태가 계속되는 한 범죄가 끝난 게 아니라는 판례를 근거로 공소시효가 살아 있다며 경찰관 처벌을 요구했지만, 고발 1년 만인 지난 1월 검찰은 '공소시효 만료'라고만 적힌 불기소 결정문을 유족에게 보냈습니다.

[한상희/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국가가 저지른 범죄를) 국가의 이름으로 덮어주는 것이 되어버리는 거죠. 그러다 보면 법이 추구하는 정의라든지 국가 공권력에 대한 국민적인 신뢰라든지 이런 것들이 공소시효라는 이름으로 여지없이 무너지는 불합리한 상태에 (빠지게 되는 것이죠.)]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정부는 시간 끌기로 대응했고, 그 사이 현정 양 어머니는 숨졌습니다.

김현정 양

소 제기 1년이 지난 지난 3월 첫 재판 직전, 정부는 '유족 청구를 기각해달라'는 답변서를 법원에 내더니, 나흘 전에는 "1989년 정부의 위법행위가 있었다고 가정해도 소멸시효 5년이 완성됐다"는 서면을 제출하며 책임을 회피했습니다.

김현정양 아버지/경찰·국가 상대 소송

[이정도 변호사/현정 양 유족 측 대리인 : 국가가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고 소멸시효를 주장하는 것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는 그런 법리도 대법원 판례로 확정되고 있는 마당에 소송이 형식적으로 오래 진행된다고 해서 그게 과연 누구에게 이득이 될 것인가(하는 의구심이 큽니다.)]

과거사 처리에 있어 절차를 지연하고 책임을 회피한 역대 정부와 다르다고 강조해온 현 정부, 신속한 피해회복을 홍보하는 보도자료까지 냈지만, 정작 30년간 국가폭력에 시달려온 현정 양 유족을 외면한 겁니다.

[김용복/현정 양 아버지 : (정부가) 왜 책임이 없느냐고, 은폐시키고 다 했는데 왜 책임이 없느냐고. 경찰들이 은폐했으면 국민들은 아무리 찾으려 해도 못 찾아….]

(영상취재 : 배문산, 영상편집 : 이홍명, CG : 홍성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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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현정 양 아버지는 경찰이 진실을 숨긴 것도 모른 채 언젠가는 딸이 연락해올 거라고 믿고 30년 동안 집 전화번호도 바꾸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 내용 취재한 끝까지 판다팀 권지윤 기자와 좀 더 이야기해보겠습니다.

Q. 국가폭력 사건 공소시효는?

[권지윤 기자 : 네, 맞습니다. 가해자는 있지만 처벌을 못 하는 현실입니다. 이 사건처럼 공권력을 이용한 범죄는 진실이 드러나는 것도 힘들고 진실이 드러나도 시간이 한참 흐른 뒤라서 공소시효라는 벽에 바로 막히게 됩니다. 공소시효가 사회 정의에 반하고 국가폭력에 면죄부로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인데요, 참여정부 시절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가 범죄의 시효를 없애자고 밝혔고 관련 법안도 발의됐지만, 법적 안전성 논란 등으로 흐지부지됐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서 2012년에는 13세 미만 성폭력 범죄의 공소시효가 폐지됐습니다. 그리고 2015년에는 살인죄의 공소시효도 폐지됐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개정된 5·18 특별법에서는 최초 발포자 처벌 등을 위해 시효 정지 규정이 신설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니 이제 국가폭력 사건에서도 전향적인 검토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Q. 국가배상 소송에서 정부 태도는?

[권지윤 기자 : 앞서 보신 대로 이번 정부는 이미 답을 알고 있습니다. 바로 빠른 권리구제입니다. 국가 책임을 뻔히 알면서도 소송을 끌면서 시효 완성을 주장한다거나 입증 책임이 원고, 그러니까 피해자에게 있다는 식으로 항변을 하게 되면 이거는 2차 가해일 뿐입니다. 그러니 기계적이고 형식적인 정부 답변이나 절차는 과감하게 줄이고 실질적인 배상 등 신속한 구제에 나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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