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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취재파일] 경찰이 '이광철-윤규근 메신저' 형광펜으로 강조해 검찰에 보낸 이유는

[단독][취재파일] 경찰이 '이광철-윤규근 메신저' 형광펜으로 강조해 검찰에 보낸 이유는
지난 2019년 버닝썬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이 '김학의 사건'과 관련해 이광철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선임행정관과 이른바 '경찰총장' 윤규근 총경이 나눈 메신저 대화 내용을 형광펜으로 강조 처리한 뒤 수사 지휘 서류에 포함시켜 검찰에 보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두 사람이 나눈 메신저 내용이 SBS 보도로 ( ▶ [단독] 윤 총경, 경찰 소환 전날 靑 행정관과 '은밀한 대화') 처음 알려진 뒤 경찰 수뇌부는 사적 대화에 불과하다고 대응한 바 있다. 하지만 경찰 수뇌부의 설명과 달리 왜 수사팀이 두 사람의 메신저 내용을 형광펜으로 강조해 검찰로 보낸 것인지에 대해 의문이 커지고 있다.
 

'이광철- 윤규근 대화' 형광펜 강조

스마트폰 과다사용·중독, 핸드폰

경찰과 검찰 등에 대한 SBS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019년 3월 버닝썬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은 사건 관련자 구속영장 지휘와 관련한 서류에 이광철 선임행정관과 윤규근 총경의 메신저 내용을 첨부해 검찰에 보냈다. 이에 앞서 2019년 3월 14일 민갑룡 경찰청장은 국회에 출석해 "별장 동영상에 나온 남성이 김학의 전 차관이라는 것이 육안으로 봐도 식별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경찰은 다음날(15일) 윤규근 총경을 소환해 휴대전화 2대를 임의제출 형식으로 제출받아 포렌식 작업을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관련 대화 내용을 복원했다.

윤 총경의 휴대전화에서 발견된 이 비서관과 윤 총경 대화 가운데에는 윤 총경이 민 청장의 14일 발언이 담긴 뉴스 링크를 이 비서관에게 보내면서 "민 청장이 발언 잘하지 않았냐"는 취지로 물었고, 이 비서관은 "만시지탄" 이라며 "더 세게 발언을 했어야 했다. 검경이 대립하는 구도를 진작에 만들었어야 했다"는 취지로 답한 부분이 포함됐다. 경찰은 이 부분을 형광펜으로 강조 처리한 뒤 수사기록에 첨부해 검찰에 보낸 것이다.
 

경찰은 왜?…검찰 자체 회의도

검경 간 신경전

당시 자료를 받은 검찰은 메신저 내용과 관련해 자체 회의까지 진행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이 왜 보내온 사건 내용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이 행정관과 윤 총경의 대화 내용을 수사기록에 포함했고, 특정 부분을 형광펜으로 강조한 의도가 무엇인지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관련 내용을 보낸 경찰의 의도에 대해서는 여러 해석이 제기된다. 민 청장의 국회 발언에 대해 윤 총경이 이 행정관에게 반응을 물어본 부분은 민 청장 발언이 사전에 조율된 정황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때문에 경찰 입장에서는 직접 수사 대상도 아니고 경찰 조직의 총수가 관련된 부분을 스스로 확인해 보기 어려우니 검찰이 확인해 보라는 의도로 관련 대화를 강조했을 수 있다. 하지만 검경 수사권 국면에서 극한 대립하던 검찰과 경찰의 관계를 감안하면 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또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 경찰로서는 청와대 인사와 경찰 간부의 민감한 대화가 경찰 수사 단계에서 외부로 알려진다면 매우 곤혹스러운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때문에 사건 중간 지휘 단계에서 검찰로 관련 내용을 미리 보내 혹시 메신저 내용이 외부로 알려지더라도 경찰로서는 이미 검찰도 알고 있는 부분이라며 유출 대상을 검찰까지 확대시켜 자신들의 부담을 덜기 위한 방법을 택했을 가능성도 있다.

결국 검찰은, 경찰이 두 사람의 메신저 내용을 왜 보냈고 수사팀 가운데 누가 형광펜 강조를 했는지 파악이 쉽지 않았던 점, 버닝썬 수사가 종결되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해 더 이상의 논의를 진척시키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적 대화 불과하다더니

버닝썬 윤 총경, 靑행정관 만남 정황

SBS는 이광철 당시 선임행정관과 윤규근 총경의 메신저 대화에 대해 지난 2019년 5월 20일과 21일 이틀에 걸쳐 보도했다.

▶ [단독] 윤 총경, 경찰 소환 전날 靑 행정관과 '은밀한 대화'
▶ [단독] 버닝썬 의혹 후 '경찰청장-靑 모임' 주선한 윤 총경
▶ [단독] 버닝썬 수사 커지자…윤 총경, 靑 행정관에 "만나자"

민갑룡 경찰청장은 SBS 보도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수사와 관련 없는 내용이 공론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당시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사적 대화에 불과하다"는 반응을 내놨다. 하지만 경찰은 왜 수사와 관련도 없는 내용을 지휘 기록에 첨부했으며 그것도 형광펜으로 강조까지 해서 보냈는지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민 청장의 말대로라면 해당 수사팀이 경찰 지휘부 몰래 벌인 일이라고 해석될 수밖에 없는데, 그렇다면 수사팀은 왜 그런 행동을 한 것인지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당시 경찰 수사팀 관계자는 "이 행정관과 윤 총경 메신저 내용을 형광펜으로 강조해 검찰에 보냈다는 부분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직의 명운을 걸고 수사하겠다"던 경찰은 지난 2019년 6월, 4개월 동안 진행해 온 버닝썬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윤 총경에 대해 직권남용 혐의만 적용하고 뇌물 혐의는 무혐의 처리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한 달 가까이 검찰에 사건 송치를 하지 않았다. 수사를 마무리하면서 언론에 발표를 하고 검찰에 송치하는 것이 경찰 수사의 통상적인 프로세스인 점을 봐도 이례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당시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경찰이 버닝썬 부실 수사를 했다는 국민적 의혹을 검찰이 파헤칠 것이 우려되었거나, 이광철-윤규근 메신저 내용이 사전에 공개된 것 때문에 일부러 시간을 끄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검찰은 지난달 서울중앙지검을 압수수색해 윤총경 관련 수사기록을 확보한 바 있다. 김학의 전 차관 재수사가 버닝썬 수사를 덮기 위한 ‘기획 수사’가 아니냐는 의혹을 수사한다는 것인데, 결국 버닝썬 사건은 여러 국민적 의혹은 해소하지 못한채 새로운 의혹만들을 불러일으킨 채 마무리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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