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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억 쏟아부은' 그 많던 선거 현수막, 다 어디로 갔을까

<앵커>

4월 7일 재보궐 선거가 치러지고, 이제 2주가 지났습니다. 서울과 부산에서, 동네마다 내걸렸던 선거 현수막은 지금은 다 사라졌습니다. 대부분 땅에 묻거나 불에 태웠는데 문제는 그 과정에서 환경 오염 물질이 나온다는 겁니다. 때문에, 이렇게 재활용도 거의 되지 않는 현수막을 앞으로 선거 때 쓰지 말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임상범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가 끝난 지 2주, 거리에는 당선·낙선 인사가 적힌 현수막들이 보입니다.

후보자당 각 동에 1장씩 답례 현수막을 걸 수 있지만, 공직선거법상 선거 종료 뒤 13일 동안만 허용됩니다.

오늘(21일)부터는 다 불법 게시물이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선거 기간 중 서울시장 후보자 15명이 법대로 각 동에 2개씩 걸었다면 모두 1만 2천720개.

여기에 답례 현수막과 선관위의 선거 독려 현수막까지 합치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만 1만 8천 개가 넘는 현수막이 걸렸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한 줄로 이으면 180km, 서울서 대전보다 먼 거리입니다.

1개당 제작비용이 10만 원 정도니까 현수막에만 18억 원을 쓴 것입니다.

그 많던 선거 현수막은 어디로 갔을까요.

서울시 관내 25개 구청에 물었더니 5개 구만 재활용 계획이 있을 뿐 나머지 20개 구는 전량 폐기한다고 밝혔습니다.

[고물상 주인 : 저는 취급을 안 합니다. 아예 안 합니다. (취급 안 하는 이유는 뭔가) 우선 돈이 안 되는 거죠.]

폐기물 업체들도 외면하는 현수막은 환경 오염의 주범이기도 합니다.

선거 현수막 제작에 많이 쓰이는 원단입니다.

플라스틱 합성수지 재질이다 보니 처리 과정에서 다양한 환경오염 물질을 발생시킵니다.

소각할 경우 이산화탄소는 물론 1급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이 나오고, 땅에 매립하면 화학 염료가 흘러나와 토양이 오염됩니다.

그렇다고 친환경 현수막을 강제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제작 단가가 3~4배 비싼 데다 원단이 약해 비바람에도 쉽게 손상됩니다.

그래서 매번 선관위와 정부, 지자체가 입버릇처럼 업사이클링을 하겠다고 다짐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는 곳은 많지 않습니다.

13만 개가 넘는 현수막이 걸렸던 2018년 지방선거, 1천700여 톤의 현수막 쓰레기가 나왔던 2020년 21대 총선.

폐현수막 재활용률은 각각 33.5%와 23.4%에 그쳤습니다.

대표적인 재활용법으로 에코백 제작이 알려져 있지만, 이것마저도 한계가 있습니다.

[윤보연/티니타이거 대표/재활용 에코백 제작 : 깨끗한 부분을 선별해서 잘라야 되고 그걸 코팅을 해야 되는, 하나하나 손봐야 되는, 기계로 할 수 없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제작 비용이 좀 많이 듭니다.]

그래서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는 이미 사라졌습니다.

[허예선/서울 고척동 : 인터넷이나 이런 부분에서 TV나 어디서든 다 보이고 있는 부분이고 우편물로도 받고 있는데, 현수막은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백기열/택시기사 : 방해될 수밖에 없는 게 시야를 빼앗기잖아요. 0.01초라도 잘못해서 사고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선거 때마다 현수막을 고집하는 건 정치권의 욕심이라는 지적입니다.

[김미화/자원순환사회연대 이사장 : 국민한테 불편을 초래하면서 또 쓰레기를 치우는데 국민의 세금을 사용하는 건 이젠 안 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저는 선관위에 법을 바꿔달라 현수막 사용을 금지하는..]

바뀌지 않으면, 대선과 지방선거가 차례로 치러질 내년에도 현수막 대란은 불 보듯 뻔합니다.

[홍종호/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 정치권에서 한번 현수막 총량제, 하다못해 전국 대선이라면 몇 개 이상은 걸지 않겠다, 이런 자발적 합의라든지 노력을 좀 보여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영상취재 : 김태훈, 영상편집 : 전민규, VJ : 정영삼·정한욱·김초아, 작가 : 이미선, CG : 홍성용·최재영·이예정·성재은·정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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