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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지나도 악몽"…평생 고통받는 '학폭' 피해자

<앵커>

지금은 유명해진 연예인이나 운동선수가 예전에 학교 다닐 때 폭력을 휘둘렀다는 주장이 한동안 꼬리를 물고 이어졌습니다. 가해자들은 다 지난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피해자들은 그때의 기억 때문에 평생을 고통스럽게 지낸다고 합니다. 30년이 더 지난 지금도 꿈에 나오는 경우가 있다고 하는데 오늘(9일) 이 문제 집중 취재했습니다.

김민표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최근 울산에서 1년 선배들로부터 집단 폭행당한 여중생입니다. 

[폭행 피해 중학생 : 몸 전체를 다 주먹으로 때리고, 손바닥으로 때리고, 다리로 배 때리고, 코피 터지기도 하고….]

담뱃불에 손등 살갗을 덴 자국이 선명합니다

가해자들의 사과는 없었습니다.

오히려 폭행할 때 빼앗은 옷을 입고 춤을 추는 동영상을 올리는가 하면 추가 폭행을 암시하는 듯한 글을 소셜 미디어에 남긴 가해 학생도 있습니다. 

피해 학생은 몸과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고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습니다. 

[피해 학생 아버지 : 상황을 보면 제 딸만 힘든 거예요. 제가 보니까 이 환경 자체가 피해자를 보호하는 환경이 없어요.]

3년 전 같은 반 학생들로부터 사이버폭력을 당한 고등학생도 아무런 사과를 받지 못하고 학교를 떠나야 했습니다.

[노윤호/학교폭력 전문 변호사 : (피해 학생이) 학교를 갔더니 친구들이 완전 투명인간 취급을 하는 거예요. 전학을 가면 전학 간 학생들한테 '얘 여기서 왕따당해서 그 학교 간 거다'라는 식으로 퍼지니까 아예 그냥 해외로 가자(고 결정했어요.)]

당시 학교폭력위원회 회의록을 입수해 살펴봤더니 교사가 수차례 화해를 요구했다며 피해 학생 부모가 문제를 제기한 내용이 나옵니다. 

학교에서 학교폭력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알 수 있는 단적인 사례입니다.

[김혜민/학교폭력 예방교육 강사 : 학폭위를 열기 전에 이미 선생님들이 거의 강제 사과를 시켜요. 화해시키고 교실로 돌아가면 가해 학생들은 '야, 너 왜 고자질했냐? 왜 일렀냐?' 이렇게 태도 돌변하거든요.]

학교의 미온적 대응 탓에 수십 년간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피해자들이 적잖습니다.

[임권배/대입 컨설턴트 : 30년 넘게 지났는데도 지금도 꿈에 나타나는 경우가 있어요. 꿈에서 그 친구들이 보고 있는 거예요. 그렇게 식은땀을 흘리다 깼어요.]

10년 전 학교 폭력의 심각성을 알리며 세상을 떠난 권승민 군의 어머니는 여전히 그날의 고통과 싸우며 살고 있습니다.

[임지영/고 권승민 군 어머니 : 완전히 아기였어요. 저한테 승민이는 늘 중학교 2학년, 14살짜리 아이로 있는 거죠.]

유럽에서는 학교폭력 사후처리에 4가지 원칙을 적용하는 곳이 많습니다.

투명하게 공개하고, 피해자가 충분히 표현하게 하고, 구성원들이 공감하게 하고, 가해자가 철저하게 사과하는 겁니다. 

이 가운데 진정한 사과는 피해자 중심 관점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김붕년/서울대병원 소아정신과 교수 : 네가 나한테 사과해. 그러면 내가 용서도 되고 자기 존엄성이 회복되는 거예요. 아이들 사이에서 있을 수 있는 다툼이다 이렇게 얘기하는데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최근 학교폭력 미투도 일회성 사건으로 끝나서는 안 됩니다.

피해자만 평생 고통받는 잘못된 현실에 주목해야 한다는 걸 학교폭력 미투 현상이 새삼 일깨우고 있습니다.

[김혜민/학교폭력 예방교육 강사 : 꿈에서라도 가해자가 나한테 사과를 한다면 언젠가 이 악몽이 끝나지 않을까.]

(영상취재 : 이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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