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밟고, 꺾고, 캐고…탐방객 탐욕에 '동강 할미꽃' 수난

<앵커>

이맘때면 강원도 정선 동강 변에는 '동강 할미꽃'이 활짝 핍니다. 그런데 이 꽃을 보려고 몰려드는 사람들 때문에 동강할미꽃은 매년 몸살을 앓고 있는데요. 우리나라에서만 자라는 소중한 꽃인 만큼 보호가 필요해 보입니다.

조재근 기자입니다.

<기자>

강물이 굽이굽이 산을 휘돌아 비경을 빚어낸 정선의 동강 변, 가파른 절벽과 바위틈에서 보라색 꽃들이 화사하게 피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만, 그것도 동강 일대에서 주로 자라는 동강할미꽃입니다.

고개를 숙이는 할미꽃과 달리 고개를 세우고 보라색과 자주색 또는 흰색 꽃을 피웁니다.

이맘때면 특유의 자태를 사진에 담으려는 발길이 이어지는데 곳곳에서 수난이 시작됩니다.

절벽과 바위를 오르내리며 꽃을 밟아 버리기도 하고, 일부는 꽃을 캐 가기도 합니다.

동강할미꽃

[서덕웅/마을 주민 : 멀리서 꽃만 보고 진행하다가 발밑에 있는 이걸 못 본 거예요. 그래서 밟아서 지금 이렇게.]

절벽 바위틈에 핀 꽃은 사진을 찍고서는 꽃대를 꺾어버렸고, 강물을 배경으로 핀 꽃은 뿌리까지 완전히 없애 버렸습니다.

[서덕웅/마을 주민 : 좋은 배경에서 작품을 담았잖아요. 다른 사람이 그걸 또 찍으면 내 것의 가치가 없어지잖아요. 그래서.]

지난해 꽃을 피웠다가 꽃대 2개가 잘린 이 개체는 1년이 지난 올해는 마른 잎만 간직한 채 꽃을 피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 번 훼손된 개체는 그다음 해 꽃을 못 피우거나 죽어버립니다.

[서덕웅/마을 주민 : 2009년에 상류 쪽에 개체 조사를 해 보니까 한 8백여 포기가 됐었는데 금년에 하니까 1백여 포기 정도밖에 확인할 수 없었어요.]

절벽 좁은 바위틈에서도 강인하게 꽃망울을 터트렸지만, 인간의 탐욕 탓에 수난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허 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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