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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비뚤게 짓고 현판은 엉뚱…엉터리 복원 어쩌나

<앵커>

얼마 전 문화재청은 국보 1호, 2호처럼 이렇게 국보나 보물에 붙는 지정번호를 아예 없애기로 했습니다. 여러 이유가 나왔지만, 국보 1호였던 숭례문을 복원한 게 부실하다는 논란이 있었던 것도 그런 결정을 내린 배경 가운데 하나로 꼽힙니다. 이뿐 아니라 광화문 현판 역시 복원 사업에서 이런저런 지적이 나오면서 현판을 떼었다가 다시 달기도 했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문화재는 어떨지, 저희가 취재해봤더니 경복궁 복원에도 문제가 많았습니다.

임상범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엄격한 대칭과 비례에 따라 조선의 유교 정치 이념을 구현했다는 경복궁.

근정전을 중심으로 동문인 건춘문과 서문인 영추문이 좌우 대칭을 이뤘습니다.

[혜문/문화재 제자리찾기 대표 :  상하, 좌우, 동서남북의 정확한 방형 대칭 구조를 가지고 궁궐이 만들어지는 것이 궁궐 건축의 대원칙입니다.]

그런데 이 문들부터 복원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영추문은 1926년 일제에 의해 철거된 지 50년 가까이 지난 1975년 복원됐지만, 원형인 목조가 아닌 콘크리트 건물로 복원됐습니다.

게다가 동·서, 두 문은 균형도 깨진 채 틀어져 있습니다.

근정전을 드나드는 양쪽 통로도 비뚤게 나 있습니다.

서쪽 영추문을 복원하면서 제자리보다 50m 북쪽에 지었기 때문인데, 복원 당시 경복궁에 주둔하던 군부대를 피해 지으면서 생긴 일입니다.

[혜문/문화재 제자리찾기 대표 : 수경사가 없어진 지 30년이 다 돼 가는데 지금까지도 원형 복원하지 않고 균형이 깨진 상태로 방치돼 있다는 것은 문화재청 복원에 있어 대단히 큰 오류이자 잘못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궁궐의 명패인 현판에도 오류가 심각합니다.

흰 바탕에 검은 글씨, 검은 바탕에 흰 글씨, 어떤 건 금색, 또 어떤 건 청색, 뒤죽박죽에 서체도 일관성을 찾기 어렵습니다.

뭐가 맞는지 고증이 어렵다는 게 문화재청의 해명인데, 명성황후가 시해된 건청궁과 곤령합의 현판은 박물관에 버젓이 원판이 있는데도 엉뚱하게 복원했습니다.

[학예사 : 검정 바탕에 금칠을 했던 걸로 보이는데요. (흰색은 적어도 아닌 걸로 (보이죠)?) 네]

잡귀를 쫓기 위해 추녀마루에 세워 놓는 잡상도 엉망입니다.

개수도 제각각, 홀수, 짝수 같은 원칙도 없고 군데군데 불량품까지 섞여 있습니다.

세자의 처소였던 자선당은 일본으로 반출됐다 기단만 돌아와 복원됐는데 예전 사진과 비교하니 좀 다릅니다.

[이성희/문화재청 복원정비과장 : 궁궐 내 현판이 다양한 건 저희도 놀랐습니다. 잡상 같은 경우에는 세부적이고 디테일한 장식요소이다 보니까 고증자료를 발견하기도 어렵고.]

고종의 서재였던 집옥재 기둥에 걸려 있는 글씨인 '주련'은 2개씩 대구를 이뤄야 하지만, 순서가 뒤바뀌어 있습니다.

전문가들이 요청에도 10년 넘게 그대로입니다.

[김영봉/연세대 국문과 객원교수 : 알아보는 사람이 있건 없건 제 모습을 갖추어야 하고, 문화재라는 건 원래 모습이 가장 중요한 거니까요.]

경복궁, 굳이 따져본다면 가치가 얼마나 될까?

[필리포스/독일인 관광객 : 20억 유로(약 2조 6천5백억 원)는 되지 않을까요? 귀한 골동품인 데다 석재도 오래됐고]

[김유빈/대학생 :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문화재청이 보는 가치는 훨씬 낮습니다.

조선 시대 국왕의 즉위식이나 대례가 거행됐던 이 근정전은 국보로 지정돼 있습니다.

그런데 문화재청이 문화재의 값어치를 매긴 '국유재산 가액'에 따르면 이 근정전의 재산 가치는 33억 원에 불과했습니다.

왕의 집무실인 사정전은 18억여 원 대비가 머물던 자경전은 12억여 원, 집현전이 있던 수정전은 8억 7천만 원이었습니다.

산정 가격이 너무 낮을 경우, 2008년 숭례문 소실 당시 복원 비용 225억 원 가운데 겨우 9천5백만 원만 보험금으로 충당했던 것 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SBS 취재에 대해 문화재청은 지적한 복원 오류들은 순차적으로 고쳐나갈 계획이며 근정전 등 주요 문화재의 보험가액도 현실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김태훈, 영상편집 : 이소영, VJ : 정한욱·김초아, 작가 : 이미선, CG : 홍성용·최재영·이예정·성재은·정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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