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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중국 "미국은 인권 침해국…화려한 옷 속에 이 들끓어"

3월 24일 중국이 '2020년 미국 인권 침해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중국은 지난 1999년부터 매년 미국 인권 침해 보고서를 발표하는데, 그동안은 미국 국무부의 '인권 보고서'에 대한 맞대응 차원에서 발표해왔습니다. 미국이 먼저 발표하고 중국이 뒤이어 발표하는 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중국이 미국보다 앞서 발표했습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갈수록 복잡해지는 지정학적 환경에서 중국 정부가 주도적으로 먼저 발표했다"고 전했습니다. 서방 국가들로부터 인권 침해국으로 지적받고 있는 중국이 먼저 미국의 인권 침해를 지적하는 '낯선' 광경이 벌어진 것입니다.

3월 24일 중국 정부가 발표한 '2020년 미국 인권침해 보고서'

중국 "미국은 트러블 메이커…화려한 외투 속에 이 들끓어"

중국 정부가 발간한 1만 5천 자 분량의 이번 보고서는 "숨 쉴 수 없다"는 말로 시작합니다. 지난해 5월 미국 경찰의 가혹행위로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했던 말입니다. 보고서는 코로나 통제 불능, 정치적 혼란, 인종·소수 민족 차별, 사회 불안, 빈부 격차, 국제 질서 유린 등 6개 항목으로 나눠 미국의 인권 실태를 조목조목 비판했습니다.

먼저, "미국의 인구는 전 세계 인구의 5% 미만이지만,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전 세계 확진자 수의 25%를, 사망자 수는 전 세계 사망자 수의 20%를 차지한다"고 적었습니다. 미국의 방역 실패를 꼬집은 것입니다. "미국의 소수 인종과 소수 민족은 차별을 받고 있는데, 아시아계 청년 중 25%가 인종 차별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흑인은 미국 인구의 13%에 불과하지만 경찰 총격으로 숨진 사람 중에서는 28%를 차지한다"며 "경찰에 의한 흑인의 사망률은 백인의 3배에 달한다"고 했습니다.

중국 인민일보가 '2020년 미국 인권침해 보고서' 내용을 전하면서 함께 게재한 사진

보고서는 또 "미국의 민주주의 체제의 무질서가 정치적 혼란과 사회 분열을 야기했고 선거는 부자들의 '1인극'이 됐다"고 했습니다. "지난해 미국의 총기 구입이 전년 대비 64% 급증했으며, 하루 평균 110명이 총격으로 사망한다"고 했습니다. "빈부 격차가 심해지면서 미국인의 6분의 1, 미국 어린이의 4분의 1이 굶주림에 직면했다"고 했고, "미국이 세계보건기구(WHO)와 파리 기후변화협정을 탈퇴하는 등 고립주의와 일방주의를 추구하며 제재의 몽둥이까지 휘둘러 전 세계 안정에 '트러블 메이커'가 됐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미국 정부는 반성은커녕 다른 나라 인권 상황에 대해 왈가왈부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화려한 외투 속에 이가 들끓는다"는 표현을 썼습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의 '미국 인권 침해 실태' 보도. '화려한 외투 속에 이가 들끓는다'고 했다.

미국, 중국을 3등급 국가로 분류…북한과 동급

올해 중국이 미국보다 먼저 보고서를 발표한 데에는 최근 국제 정세와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미국은 영국과 EU 등 동맹국들을 총동원해 중국 신장-위구르 인권 문제에 대해 제재를 가하는 등 중국이 '레드라인'으로 설정한 신장·홍콩·타이완 문제 등을 놓고 연일 맹공격하고 있습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3월 25일 진행된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직접 거론하며 "민주주의적인 구석은 하나도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그럼 중국 인권에 대한 미국의 평가는 어떨까요. 미국 국무부는 지난해 3월 발표한 '2019년 국가별 인권 보고서'에서 "중국 정부는 위구르인 등 무슬림 100만 명 이상을 수용소에 임의 구금한 것으로 보고됐다"고 밝혔습니다. "정부에 의한 자의적·불법적 살인, 실종, 고문, 사생활 침해 등이 벌어졌다"고 했습니다. "언론인과 변호사, 반체제 인사 등에 대한 물리적 공격과 형사 기소, 검열이 있었다"고도 했습니다. "불임 시술과 낙태 등 강제 출산 제한 정책이 이뤄졌고 티베트인과 위구르인 등 소수 민족에 대한 탄압이 자행됐다"고 했습니다.

지난해 3월 미국 국무부가 발표한 '중국 인권 보고서'

이어 지난해 6월 '인신매매 실태 보고서'에선 중국을 최하위인 3등급 국가로 분류했습니다. 북한과 같은 등급입니다. 미국은 인신매매 감시와 단속 수준에 따라 국가들을 1~3등급으로 나누는데, 3등급은 인신매매 방지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 최소한의 기준과 규정을 갖추지 못한 나라를 의미합니다. 중국은 지난해까지 4년 연속 3등급 국가로 분류됐습니다. 지난해 3등급 국가에는 중국과 북한을 비롯해 이란, 쿠바, 시리아 등 모두 19개 나라가 포함됐습니다. 당시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중국은 공산당과 국영기업들이 '일대일로' 사업을 추진하면서 국민이 끔찍한 조건에서 일하도록 강요했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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