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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다 추락했는데…"119 신고 말리고 50분 방치"

<앵커>

60대 아버지를 잃은 아들이 저희에게 제보를 해주셨습니다. 아버지가 3m가 넘는 사다리에 올라가서 일을 하다가 아래로 떨어졌는데 현장에 있던 누구도 아버지를 가까운 곳에 있던 병원으로 옮기지 않았고, 1시간 가까이 그대로 현장에 놔뒀다는 것입니다.

제보 내용, 김상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안전장비 하나 갖추지 않은 한 남성이 사다리 꼭대기로 올라가더니 3m 높이에서 추락합니다.

칠곡 60대 용접공 추락사

동료 1명이 뛰어와 상태를 확인합니다.

사고가 난 65살 김 모 씨는 공장 상판 설치를 위한 용접 작업을 하던 중이었습니다.

김 씨는 사고 9일 뒤인 지난 10일 결국 뇌출혈로 사망했습니다.

김 씨 아들은 한동안 아버지가 1m 높이에서 떨어진 줄만 알고 있었습니다.

일을 도급받아 아버지를 고용한 정 모 씨가 전해준 말만 믿었던 것입니다.

[김동인/숨진 노동자 아들 : (정 씨가) 1m 정도에서 떨어졌고 많이 컸네, 오랜만에 몇십 년 만에 봤는데 자기 기억 안 나느냐(라고만 얘기했습니다.)]

하지만 사고에 대한 의문이 들어 CCTV 영상을 확인했더니 완전히 다른 진실이 있었습니다.

칠곡 60대 용접공 추락사

아버지는 사고 직후 한동안 방치됐습니다.

CCTV를 계속 지켜봤는데, 119 구조대는 오지 않았고 누구도 아버지를 바로 병원으로 데려가지 않았습니다.

[김동인/숨진 노동자 아들 : 병원을 안 데리고 가더라고요, 병원을. (사고 직후부터 CCTV 영상을) 처음에 10분, 20분, 30분 계속 봤는데 계속 안 데리고 가요.]

정 씨는 뒤늦게 김 씨를 등에 업고 병원으로 갔습니다.

[숨진 노동자 동료 : (정 씨가) '조금 있으면 깨어난다'고 하더라고. 너무 간단하게 생각했나 그걸 이해 못 하겠어, 내 생각에.]

김 씨가 사고를 당한 공장과 이곳 119 안전센터는 약 1.5km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차로 4분이면 도착할 거리이지만 김 씨는 사고 50분쯤 뒤에야 병원으로 출발했습니다.

공창 측은 사고에 책임이 없다고 말했고 정 씨가 119 신고조차 말렸다고 주장합니다.

[공장 관계자 : (저희 공장 직원이) 신고하니까 '괜찮다'고, '지켜보고 여기서 우리가 데려갈 거니까'(라고 말했습니다.)]

김 씨를 고용했던 정 씨는 현재 잠적한 상태입니다.

[사건 담당 근로감독관 : 직접적인 사인과 연관되는 안전규칙, 안전법을 위반했다고 볼 수 있는 거죠. 거기에 대한 법적 책임을 누가 질 것이냐 하는 부분은 (잠적한) 정 씨 진술이나 아니면 연락을 통해서….]

김 씨 사망과 관련된 증거 자료를 확보한 경찰은 정확한 사고 경위를 파악할 예정입니다.

(영상취재 : 김세경·최대웅, 영상편집 : 하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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