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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오토바이 보험료 1,200만 원"…보험 사각지대

<앵커>

다 그런 것은 아닙니다만, 거리에서는 위험하게 다니는 배달 오토바이 모습을 여전히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오토바이 대부분이 배달기사용 보험을 들지 않은 채 도로를 달리고 있습니다.

보험료가 워낙 비싸기 때문이라는데 왜 그런 것인지, 또 대책은 없을지, 박찬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경기 안산시에서 오토바이 배달 일을 하고 있는 45살 A 씨.

6년 전 음식을 배달하다 사고가 났습니다.

[A 씨/배달대행기사 : 할머니가 갑자기 툭 쓰러지시더니 다리를 잡고…]

다친 할머니 치료비만 3천만 원 넘게 나왔는데 당시 비싼 보험료 때문에 보험에 들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A 씨/배달대행기사 : 돈이 없어서 빌려서 냈죠. 갚다 보면 휴대전화 요금도 연체되고 예를 들면 집 사는 월세도 연체되고.]

배달대행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코로나19가 확산한 이후 급증한 배달대행기사 수는 1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되는데, 이중 배달대행기사용 보험에 가입한 사람은 3만 6천 명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도대체 보험료가 얼마나 비싸길래 가입률이 이렇게 저조할까요.

경기 고양시에서 배달대행을 하고 있는 20대 B 씨와 함께 직접 보험 가입을 해봤습니다.

[얼마인지 일단 알아보려고 해서.]

가입에 필요한 사항들을 얘기해주자 1천만 원이 넘는 보험료를 제시합니다.

[보험료가 1년에 1천254만 6천40원이에요. (1천254만 6천40원이요? 1천200만 원 돈이에요?)]

나이, 사고 이력 등에 따라 보험료가 조금 다르기는 한데 오토바이 배달대행의 경우, 보험사에서 제시 받는 보험료가 보통 연 500만 원에서 최고 1천300~1천400만 원을 넘기도 합니다.

[B 씨/배달대행기사 : 보험료가 너무 비싸다 보니까 들지를 못하고…]

[C 씨/배달대행 보험 가입자 : 만만치 않죠. (보험료) 벌려면 한 달 반 정도는 시간을 그냥 날리는 거니까요.]

보험업계는 오토바이가 사고율이 높아 지급되는 보험금이 많기 때문에 보험료도 비싼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그럴까.

오토바이 보험

저희가 지난해 보험개발원 자료를 입수해 따져봤더니 배달기사용 보험 가입자 한 명당 1년에 200만 원의 보험금을 지불했습니다.

여기에 보험사의 각종 비용을 감안해도 오토바이 배달기사들에게 비싼 보험료를 제시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에 가입자가 적고, 사고율이 높아 적자를 보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높은 보험료를 불러 가입을 피하려는 속내도 있습니다.

[정흥준/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 : 높은 금액을 책정해 놓고 배달기사들에게 가입을 하려면 하고 말려면 말아라, 우리는 여기까지는 받아야 된다, 이런 식의 보험료 정책을 가지고 있어서….]

이에 대해 손해보험협회는 "지금도 적자를 보며 상품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보험료를 낮출 방법을 찾고 있다"라고 알려왔습니다.

오토바이 보험 가입 대책이 제자리를 맴도는 가운데 거리에서는 매일 아찔한 순간들이 연출됩니다.

대안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배달의민족 같은 배달플랫폼업체가 보험료 일부를 지원해 가입률을 높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김창기/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 라이더들이 내는 수수료, 플랫폼 수수료의 일정 부분을 보험료로 책정해서 그거를 쌓아가지고 라이더들에게 지원을 해주는 방법이 있겠습니다.]

아예 기존 보험사를 이용하지 않고 배달기사들끼리 조합에 돈을 내고 이 돈으로 보상 비용을 마련하는 공제조합을 결성해서 상호부조하려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김진욱/한국 이륜차 배달대행업 협동조합장 : (조합은) 영리 목적의 법인단체가 아니거든요. 운영비는 자체적으로 많이 줄일 수 있는 거고….]

배달대행기사뿐 아니라 보행자, 차량 운전자들을 위해 오토바이 보험 가입률을 높이기 위한 획기적이고, 다양한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영상취재 : 김태훈, 영상편집 : 원형희, VJ : 정한욱, 작가 : 이미선, CG : 홍성용·최재영·이예정·성재은·정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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