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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2035년 세계 최강국' 로드맵에 담긴 중국의 속내

"2035년까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중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

지난해 10월 중국 지도부가 발표한 장기 경제 목표입니다. 전체 GDP 규모로 보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 되겠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현재 중국의 GDP는 지난해 기준 14조 7천억 달러로 미국 GDP 20조 9천억 달러의 70% 수준입니다. 추월 시점이 2035년까지 가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습니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미국과 중국의 경제성장 속도를 감안했을 때 2028년쯤에 경제 규모에서 미국을 제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송욱 취파용

"흔들림 없이 갈 길 가겠다"…핵심은 '기술 자립·제조 강국'

중국 지도부는 연례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올해 GDP 성장률을 '6% 이상'으로 정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앞서 국내외 기관들이 8% 성장도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것보다 낮은 수치입니다. 리커창 총리는 "6% 이상으로 잡은 이유는 경제 회복 상황을 고려하고 각 분야의 개혁과 혁신 그리고 질적 성장을 추진하는데 유리한 환경이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코로나 사태 등 여러 불확실성을 고려해 보수적으로 설정했다는 분석과 함께, 정책을 정상화하고 경기 과열을 억제하겠다는 의지, 미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미 등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6% 이상이란 숫자에 대해 질적 성장과 불확실성을 고려해 목표치를 제시하지 말자는 의견과 목표치가 없으면 지방 정부 등의 혼란이 가중될 수 있어 안된다는 주장을 절충한 것이라며 수십 년 만에 가장 '야망이 적은 수준'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리커창 중국 총리

그렇지만 중국은 발전 로드맵에서 '우리가 갈 길을 흔들림 없이 가 중국몽(中國夢)을 실현하겠다'는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중국은 전인대 개막과 함께 '14차 5개년 계획 및 2035년 장기 목표 강요(요점)' 초안을 공개했습니다. 142페이지, 총 19편으로 작성된 초안에는 '사회주의 현대와 국가' 건설을 위한 경제와 사회, 환경, 교육, 국방 등 다양한 분야의 목표와 추진 방향이 담겼습니다.

서론 개념인 1편 다음에 가장 먼저 등장한 목표는 과학기술의 자립(自立)과 자강(自强)입니다. 중국은 기술자립을 국가 전략 기반으로 확정하고, ▲인공지능(AI) ▲양자통신 ▲집적회로(반도체) ▲뇌 과학 ▲유전자 및 바이오 기술 ▲임상의학 및 헬스케어 ▲우주·심해·극지 탐사 등 7대 첨단 과학기술 연구에 역량을 기울이기로 했습니다. 양자 통신은 이미 세계에서 가장 앞서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AI도 광대한 데이터라는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머지 대부분은 미국이 앞서고 있는 영역인데, 대규모 투자와 연구를 통해 기술 자립과 미국과의 경쟁을 해내겠다는 절박함과 자신감이 함께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송욱 취파용

이에 대해 김종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중과기협력센터장은 "기술 자립 계획을 보면, 중국은 기초 연구부터 첨단 기술 발전 계획까지 체계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국가 중심으로 강력하게 끌고 나가겠다는 의지가 분명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중국은 첨단 과학기술 연구를 위한 '국가 실험실'을 세우고, 베이징과 상하이 등 여러 곳에 국제과학기술혁신센터 등을 설립해 첨단 기술과 기초 연구를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리커창 총리는 정부 업무보고에서 "10년 동안 단 하나의 칼을 가는 심정으로 핵심 영역에서 중대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며 "과학기술 종사자들이 한 가지 일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부담을 확실하게 덜어주겠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중국의 올해 예산안을 보면, 중앙정부의 과학 분야 기초연구 지원액을 지난해보다 10.6% 늘어났습니다.

송욱 취파용

중국은 미국 트럼프 정부가 견제했던 '중국제조 2025'란 말은 쓰지 않았지만, '제조 강국', '품질 강국' 건설 목표를 분명히 했습니다. 그러면서 2025년까지 제조업 핵심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8대 산업을 집중 육성하기로 했습니다. 8대 산업에는 ▲희토류 등 신소재 ▲고속철, 대형 LNG 운반선, 대형 여객기 등 중대 기술 장비 ▲스마트 제조 및 로봇 기술 ▲항공기 엔진 ▲베이더우 위성 위치 확인 시스템 응용 ▲신에너지 차량 및 스마트카 ▲첨단 의료 장비 및 신약 ▲농업 기계가 포함됐습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이 선진 제조업에 다시 초점을 맞춘 것은 중국 정부가 해당 분야의 하이테크 전환을 추구하겠다는 결심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중국은 세계 공급 망에서 자국의 지위를 높이고 외국 기술 의존도를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시진핑 장기 집권 가시화…내부 단속 방안은?

중국 지도부가 5개년 경제 개발 계획을 발표하면서 장기간의 발전 목표를 구체적으로 함께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장기집권을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기본적으로 공산당이 흔들림 없이 계속 집권할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이를 위협하는 불안 요소는 외부의 위협 그리고 내부 민심의 동요입니다.

지난해 7월 열린 시진핑 외교 사상 연구센터 설립식

중국은 문화와 관련된 발전 목표인 초안 10편에서 '중국 사회주의 선진문화 발전'을 제시했습니다. 구체적 내용을 보면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 학습 교육을 심도 있게 전개하고, 공산당 역사와 신중국사, 개혁개방사, 사회주의 발전사 교육과 함께 애국주의와 집단주의, 사회주의 교육도 강화한다고 적시했습니다. 또 중국 특색 철학과 사회과학 발전 목표에서 '시진핑 특색 사회주의 사상 연구센터(원)', '중국 특색 사회주의 이론 체계 연구센터' 등의 건설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미국의 강력한 견제 속에 인도와 동남아 국가들과의 영토 분쟁도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공산당과 시진핑 주석과 관련된 사상 교육 강화로 내부 단속을 도모하면서 공산당과 현 지도부의 통치를 정당화하고 애국심과 애당심(愛黨心)을 키우겠다는 의도로 분석됩니다. 앞서 중국의 초·중·고등학교가 개학한 지난 1일 베이징과 상하이 등의 일부 학교에서는 1교시에 모두 '당의 역사를 배우고 사상을 깨닫자'는 사상 교육 수업이 실시됐습니다. 중국 인민일보는 이 수업에 대해 "당의 고난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학생들에게 홍색 유전자를 심는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송욱 취파용

민심 동요의 큰 요인인 빈부 격차와 관련해 중국은 중산층을 확대하고 부의 재분배 시스템을 보완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고소득자에 대해 개인소득세 세율을 조정하고, 부동산세 도입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부동산은 부의 양극화 문제의 큰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도입을 여러 번 추진했지만 경제 성장에 큰 영향을 주는 데다 기득권들의 반발도 거세 실현되지 못했습니다. 올해도 혼란 야기와 내수 확대를 이유로 부동산세 도입은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지도부 입장에서는 인민들의 불만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해결해야 하는 중요한 과제입니다.

홍콩 문제에 대해서는 "특별 행정구에 대한 중앙의 전면적인 통치권을 실행해 외부 세력이 개입하는 것을 단호히 막겠다"고 명시했고, 타이완에 대해서도 독립 세력과 분열 활동을 억제해 조국 통일 이루겠다고 밝혔습니다. 중국 공산당은 지난해 양회에서 홍콩 국가보안법을 통과시킨 데 이어 올해 양회에서는 '애국자가 홍콩을 다스려야 한다(愛國者治港)'는 논리를 내세워 홍콩 선거제를 개편할 계획입니다. 행정장관 선거인단과 입법회에서 친중 세력을 늘리고, 범민주 진영의 선거 출마를 어렵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과 유럽에서 우려와 비난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중국은 외부에 휘둘리는 빌미가 됐던 홍콩 문제라는 불안 요소를 이번에 확실히 차단하겠다며 정면 돌파할 태세입니다.

송욱 취파용

올해부터 시작되는 14차 5개년 계획은 시진핑 주석의 장기집권과 맞물려 있습니다. 중국 공산당은 내년 가을 20차 당 대회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 여부를 결정합니다. 이번에 2035년 장기 목표를 함께 발표한 것은 '중국몽을 실현하기 위한 마스터플랜을 견고하게 추진하기 위해 통일된 리더십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당 중앙인 시진핑 주석을 중심으로 한 지도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구상이 깔려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구상이 7월 공산당 창당 100주년,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거치면서 어떤 방식으로 구체화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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