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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식 기자와 평양 함께 걷기] 남한 검사와 북한 검사, 같은 점과 다른 점

우리는 통일에 준비돼있는가

정부와 검찰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중대범죄수사청에 반대하며 사퇴하기도 했습니다. 국가가 공권력을 행사한다고 할 때 공권력을 구성하는 중요한 한 축이 검찰인데, 정부와 검찰의 갈등은 이례적입니다. 북한에서도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물론 가능하지 않은 일입니다.

북한 최고재판소 외경

● 북한 검사도 수사와 기소 권한

북한에서 모든 조직은 조선노동당의 영도하에 활동합니다. 삼권분립이나 재판 독립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검사가 정권의 비리를 수사한다는 것도 가능하지 않은 얘기입니다. 북한의 검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남한에서는 여권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를 추진하고 있는데, 북한 검사들은 현재의 남한 검사들처럼 수사와 기소 권한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형사사건 처리에 있어 수사기관 및 예심기관의 활동을 지휘감독하고, 경우에 따라 직접수사나 예심 업무를 수행하기도 하며, 수사원과 예심원이 행하는 구속, 압수 등 모든 강제처분의 승인권도 가지고 있습니다. 수사와 예심 결과에 따라 기소를 하는 유일한 권한을 가지며(기소독점주의), 판단에 따라 기소를 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기소편의주의).

예심이란 우리에게는 없는 제도인데 수사와 기소 단계 사이에서 범죄의 유무를 본격적으로 밝혀내는 절차를 말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말하는 본격적인 수사 단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수사와 예심을 구분하는데, 수사는 범죄의 단서에 따라 범죄자를 적발하고 범죄자를 예심에 넘기기까지의 과정이고, 예심은 넘겨받은 범죄자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활동과 강제처분을 통해 범죄의 유무 등 모든 사실을 밝혀내 기소에 이르도록 하는 절차입니다.

예심원은 피심자(피의자) 신문과 증인 신문, 심리 실험, 압수 등을 통해 피심자가 범한 죄의 성격 등 모든 사정들을 남김없이 밝혀야 합니다. 예심원은 피심자를 재판에 넘길 만한 충분한 증거를 얻었다고 판단하면, 예심 과정을 기록한 조서를 작성한 뒤 검사의 참가하에 예심을 종결합니다. 검사는 예심원이 제출한 사건기록을 검토한 뒤 사건을 재판에 넘길 정도로 예심이 충분히 진행되었다고 판단되면 10일 안으로 기소합니다.

북한 최고재판소 현판

● 북한 사회에 대한 광범위한 감시 권한 행사

북한의 검사는 이런 수사 권한뿐 아니라 북한 사회에 대한 광범위한 감시 권한을 행사합니다. 이른바 '준법성 감시'를 주된 업무로 하고 있는데 기관, 기업소, 단체와 공민들이 국가의 법을 정확히 지키는지 감시하고 국가 기관의 결정 등이 헌법 등에 어긋나지 않는가를 감시하는 역할을 합니다. 북한에서는 검찰의 위상이 재판소보다 높습니다. 삼권분립이 존재하지 않고 재판은 형식적 절차에 불과하다 보니, 주민 감시 권한을 행사하는 검찰의 위상이 높은 것입니다.

북한의 검찰 조직은 중앙검찰소 – 도·직할시 검찰소 – 시·군·구역 검찰소 3단계로 구성돼 있습니다. 또, 이와는 별도로 군사검찰소, 철도검찰소 같은 특별검찰소도 존재합니다. 중앙검찰소장은 최고인민회의에서, 각급 검사는 중앙검찰소에 의해 임명 또는 해임됩니다.

검사가 되기 위해 사법시험이나 로스쿨을 거쳐야 하는 남한과는 달리, 북한에서는 검찰소 구성에 대해 별도의 법률이 없고 검사 임명 자격에 대해서도 아무런 규정이 없습니다. 검사가 북한 사회 전반에 대한 광범위한 감시 권한을 행사하는 자리인 만큼 당성이 강한 사람이 검사로 임명될 것으로 보이는데, 보통 검찰소 예심원이나 서기 중에서 검사로 임명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합니다. 검사도 거의 모두 노동당원입니다. 북한의 검사는 1천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 북한 검사, 재임용 절차 불가피

자유민주주의로의 통일을 전제로 할 때 북한 검사들의 자격을 통일 뒤에도 인정할 것이냐의 문제가 제기됩니다. 타당성 있는 법 적용을 위해서는 지역 사정이나 주민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데, 이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사람들은 북한 출신 법조인이라는 점을 감안한 문제 제기입니다. 북한 주민들이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기존 북한 체제의 기득권은 대체로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한 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검사와 같이 체제 유지의 근간 역할을 하는 직업에 대해서는 무조건적인 자격 인정은 어려워 보입니다. 공권력의 핵심 역할을 하는 검찰 조직에 체제에 부정적인 사람이 있을 경우 자칫 국가의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검사의 경우 재임용 절차를 통해 적격자를 선별하는 작업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또, 북한 검사들의 경우 사회에 대한 광범위한 감시 권한을 행사했던 만큼, 극악한 인권 침해 행위를 했던 사람들은 걸러내야 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통일독일의 경우 검사선임위원회를 구성해 동독 검사들의 재임용 여부를 심사했습니다.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한 신념, 과거 전력과 관련된 도덕성, 법률 지식과 재교육 의사 등이 심사기준이었습니다. 재임용된 검사는 3~5년 간 수습기간을 거쳐 정식 검사로 임용됐고, 정식 검사로 임용되기 전에는 단독으로 수사나 기소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했습니다.

통일 당시 동독 검사 1천403명 가운데 765명이 재임용을 신청해 1993년 기준으로 51%인 393명이 재임용됐습니다. 1993년 당시 구동독 지역에서 근무한 검사가 940여 명이었던 만큼 재임용된 검사는 구동독 지역 전체 검사 수의 1/2 미만이었고, 나머지는 신규 채용자나 구서독 지역 파견자로 채워졌습니다. 통일독일의 검찰 시스템은 새로운 법질서에 맞게 주로 서독 출신 검사나 신규 채용자에 의해 구성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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