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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EYE] '검수완박' 반대…다시 전장으로 나온 윤석열 검찰총장

[깊은EYE] '검수완박' 반대…다시 전장으로 나온 윤석열 검찰총장
삼일절 연휴가 끝나자마자 윤석열 검찰총장의 인터뷰 기사가 대서특필됐습니다. 여권이 추진 중인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신설 법안을 막기 위해 검찰총장이 직접 나선 겁니다. 검찰총장이 정국 현안에 대한 의견을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밝힌다는 것 자체가 대단히 이례적입니다.

중수청 법안의 핵심은 검찰에 남은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수사권도 중수청으로 넘기라는 것입니다. 검찰은 수사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공소 유지만 하라는 거지요. 그래서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이라고 불립니다.

윤 총장은 "검찰 수사권의 완전한 박탈은 정치·경제·사회 분야의 힘 있는 세력들에게 치외법권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규정하면서 "민주주의의 퇴보이자 헌법정신의 파괴"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하게 밝혔습니다.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과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등 현 정권을 겨냥한 수사에 대한 보복이라는 검찰 내부의 인식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나는 어떤 일을 맡든 늘 직을 걸고 해왔지, 직을 위해 타협한 적은 없다. 직을 걸고 막을 수 있다면야 100번이라도 걸겠다. 그런다고 될 일이 아니다. 국민들께서 관심을 가져 주셔야 한다." 사퇴 카드를 슬쩍 내보이면서 여론전에 나서겠다는 뜻을 드러낸 이 발언은 여권을 향한 압박 메시지로 보입니다.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입법 공청회 (사진=연합뉴스)

중수청 법안을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세력은 범여권 초선 의원 모임인 '처럼회'입니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황운하·김용민·김남국·이탄희 의원 등 20여 명이 소속돼 있는데 이른바 친조국-추미애 라인으로 분류되는 의원들이 많습니다. 조국, 추미애 두 전직 법무부 장관도 SNS에 올린 글을 통해 지원 사격을 하고 있습니다. 결국 윤 총장의 메시지는 여권이 친조국-추미애 라인을 중심으로 한 강경파에 끌려가 중수청 설립을 강행한다면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여권의 반응은 신중했지만 불쾌감과 곤혹스러움이 함께 깔려 있었습니다. 청와대는 "검찰은 국회를 존중해 정해진 절차에 따라 차분히 의견을 개진해야 할 것"이라며 윤 총장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지만 정면 대응은 자제했습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예상 못 했던 것은 아니지만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을 뽑는 4월 보궐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악재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른바 조국 사태와 추미애-윤석열 갈등 국면 등 여권과 검찰이 격렬하게 대립할 때마다 여권에 대한 여론 지지도가 바닥으로 추락했기 때문에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게다가 민주당 내에는 윤 총장에 대한 반감이 높아서 강경파를 설득해 절충안을 만드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유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이 국회에서 '속도조절론'을 언급했다가 면박을 당한 것이 여당의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입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반면 국민의힘은 여권의 중수청 설립 추진을 맹비난하면서 윤 총장을 엄호하고 나섰습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수사의 칼날이 자신(여권)을 향하니까 검찰을 폐지하고 중수청을 만들려는 것"이라면서 "중수청은 완전한 독재국가, 완전한 부패국가로 가는 앞잡이 기구"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국민의힘 안팎에는 드러내놓고 말하지는 않지만 윤 총장이 중수청 설치에 반발해 조기 사퇴한 뒤 범야권의 대선주자로 변신하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윤석열 총장은 여권 강경파와 맞서 싸울 때 존재감이 높아지고 대선 주자로서 지지도도 올라갔습니다. 이제 다시 '윤석열의 시간'이 시작됐고 그의 선택은 4월 보궐선거는 물론 향후 대선 정국의 뇌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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