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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 히로부미가 쓴 한국은행 머릿돌…보존이냐 철거냐

<앵커>

과거 일제 강점기 때 들어선 옛 건물 머릿돌에 이토 히로부미 같은 당시 총독이 직접 쓴 글씨가 남아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걸 없애는 게 맞을지, 아니면 역사의 교훈으로 남겨 두는 게 좋을지 임태우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기자>

사적 문화재로 지정된 한국은행 옛 본점의 머릿돌입니다.

주춧돌을 놓는다는 뜻의 '정초'라는 글씨.

이 글씨를 쓴 사람은 일제의 초대 통감 이토 히로부미입니다.

지난해 말 문화재청 자문단은 일본 시립도서관에서 가져온 이토의 붓글씨 자료와 필체를 비교했는데 사선으로 내려 긋는 획 등에서 공통점을 확인했습니다.

[곽노봉/문화재청 자문단 위원 : (이토 히로부미의) 독특한 특징이 있어요. 추사(김정희) 글씨를 보면 다 알잖아요, 사람들이. 뭐, 그런 맥락이겠죠.]

1918년 조선은행 간행지에 실린 머릿돌 사진에서는 지금은 소실된 이토의 낙관도 확인됐습니다.

당시 주요 관공서 머릿돌에 일본인 일인자 친필을 새기는 관행이 있었는데, 경성법원청사였던 현 서울시립미술관과 경성역사였던 서울역사의 머릿돌에는 세 번째 조선 총독인 사이토 마코토의 친필이 남아 있습니다.

서울역 앞에는 사이토 총독한테 폭탄을 투척했던 강우규 의사의 동상이 세워져 있는데요, 사이토 총독 글씨가 새겨진 머릿돌과 한 공간에 있는 셈입니다.

최근 문화재청은 한국은행 머릿돌을 어떻게 할지 여론조사를 했는데 보존은 하되 안내판을 세우자는 쪽이 철거보다 조금 우세했습니다.

[유혜연/직장인 : 안 좋은 역사도 우리 역사 일부이기 때문에 후손들이 보고 배울 수 있게 보존하는 게 맞지 않나 싶습니다.]

문화재청은 이토 글씨 옆에 이승만 전 대통령 것으로 보이는 친필이 추가된 경위를 더 조사한 뒤 정초의 처리 방침을 최종 결정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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