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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노벨상 수상자들도 '공개 저격'…역대급 램지어 연판장

● 노벨상 수상자들의 램지어 공개 저격…2,800명 넘은 연판장

하버드 램지어 교수의 위안부 피해자 왜곡 논문에 반대하는 미국 경제학자들의 연판장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미 참여 학자가 2,800명 가까이 되는데, 학계 중진들까지 대거 참여했습니다. 노벨상 수상자로는 에릭 매스킨 하버드 대학 교수도 서명한 상탭니다. 이번에는 또 다른 노벨상 수상자인 앨빈 로스, 폴 밀그롬 스탠퍼드대 경제학과 교수가 나란히 램지어 교수 공개 저격에 나섰습니다.

김수형 취재파일용

앨빈 로스는 지난 2012년, 폴 밀그롬은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교수입니다. 이들은 미국 학계에서 최대 화제가 되고 있는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읽고 이에 대한 성명서를 따로 발표했습니다. 전체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The two of us have been thinking and talking about the article by Professor Ramseyer, which is distressing in so many ways. (We can't help being reminded of Holocaust denial.) The soundness of an historical account should be judged based on a review of the evidence, which can never be overruled by some simple game theory model. The appeal Professor Ramseyer makes to game theory provides no support for his claims. Al Roth and Paul Milgrom.

두 노벨상 수상자가 램지어 교수의 논문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며 얘기해봤는데, 여러 면에서 고통스러웠다고 표현했습니다. 이 논문은 유대인 대학살이 없었다고 부인하는 사람들을 떠올리게 할 수밖에 없었다고 적었습니다. 당대 최고 학자들도 위안부 피해자들의 강제 동원을 부정하는 램지어 교수의 주장에 대해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을 부인하는 세력을 가장 먼저 떠올린 것입니다. 역사적인 설명은 증거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며 한마디로 게임 이론을 그런데다 쓰는 거 아니라고 일갈했습니다.

김수형 취재파일용

법경제학자인 램지어 교수가 약간 멋져 보이는 이름을 가진 게임 이론으로 전쟁 범죄까지 옹호하려고 한 시도에 대해 진짜 게임 이론 최고수들이 점잖은 표현으로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면박을 준 것입니다. 특히 앨빈 로스와 폴 밀그롬이 자신들이 논문을 분석하고 내용을 토론했다는 흔적까지 남긴 것도 의미가 큽니다. 이들의 발언은 학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수형 취재파일용

● 노벨상 수상자들의 '램지어 공격' 도미노 이어지나

더 재미있는 것은 앨빈 로스 교수가 자신의 성명서를 다른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4명에게 그대로 발송했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로버트 윌슨 스탠퍼드대 교수, 로저 마이어슨 시카고 대학 교수, 장 티톨 프랑스 툴루즈1대학 교수, 올리버 하트 하버드 대학 교수 등 4명입니다. 이른바 노벨상 이너서클에 있는 동료 교수들에게 '내가 이렇게 성명서 냈으니 여러분들도 보시고 동참해주세요'라는 메시지까지 발송한 것입니다. 앨빈 로스가 밑도 끝도 없이 이메일을 그냥 전한 건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동참할 가능성이 크고, 이런 문제에 함께 분노할 노벨상 수상 동료에게 발송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행동은 결코 흔한 일이 아닙니다. 학문의 자유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는 미국 학계에서 다른 사람 논문에 대해서 노벨상 수상자들이 서로 이메일을 돌리며 반대 의견에 동참을 권하고 있다는 건 역사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버드대 램지어 교수

● 숨소리도 못내는 램지어 교수…학술지의 결정은?

한국인 위안부 피해자 매춘 계약서가 없다고 석지영 하버드 법대 교수에게 실토한 이후 램지어 교수는 숨소리도 못내는 상황입니다. 뉴욕타임스까지 보도하면서 램지어 교수의 반응을 취재하려고 했지만 아무런 답을 듣지 못했습니다. 법대 소속의 램지어 교수가 더 코너에 몰린 건 어설프게 역사 문제를 경제학 이론을 동원해 왜곡하려다가 덜미가 잡혔기 때문입니다. 지금 노벨상 수상자들까지 눈을 부릅뜨고 램지어의 해명을 기다리고 있을 텐데, 말 한번 잘못했다가는 논문이 문제가 아니고 학자 생명이 끝날 수도 있습니다.

이제 시선은 국제법경제 리뷰에 쏠리는 상황입니다. 이런 엉터리 논문을 처음에 실어준 학술지는 이번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감사를 받아도 시원치 않은 편집인들이 여전히 그 논문 재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문제는 존재합니다. 학계의 최고 원로까지도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하는 상황에서 마냥 램지어 교수를 편을 들 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냥 철회를 하자니 자기들 잘못을 시인해야하고 학술지 편집인도 진퇴양난 상황으로 보입니다.

알렉스 리 노스웨스턴대 교수

● 항의 표시로 부편집인 던진 교수…용기있게 목소리 내는 학자들

이 논문에 대해 내부에서 격렬하게 문제를 제기했던 한 편집인도 확인했습니다. 6년 동안 부편집인을 지냈던 알렉스 리 노스웨스턴대 교수였는데, 오랫동안 어렵게 설득해서 인터뷰를 통해서 당시 얘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는 램지어 교수의 논문이 이미 온라인에 게재된 뒤 확인했습니다. 너무 내용이 황당해서 이건 나가면 큰일 난다고 여러 편집인들에게 백방으로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학술지가 위안부 피해자들의 역사를 왜곡하는 가짜뉴스의 통로가 될 수는 없다고 설득했습니다. 반론도 수용해야한다며 계속 문제 제기를 해 직접 석지영 하버드 법대 교수를 비롯해 역사학자들에게도 반론을 준비해달라고 부탁한 장본인입니다. 하지만 논문 철회가 받아들여질 기미가 없자 항의 표시로 부편집인 자리를 던져버렸습니다. 그는 이번 램지어 반대 연판장 사태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맡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잘못된 걸 보고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양심 있는 학자들이 이렇게 많다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이들의 용기있는 목소리 덕분에 위안부가 계약 매춘부라고 주장했던 램지어 교수의 논문 문제 뿐만 아니라 이와 판박이처럼 닮은 일부 국내 극우 인사 주장의 결함까지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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