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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임신하면 해고'…"정책 풍년인데 체감 못 해"

<앵커>

인구절벽을 막기 위해 많은 예산도 들이고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출산휴가·육아휴직처럼 오래전 만들어놓은 제도부터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곳들이 많습니다.

그 실태를 박찬근, 임상범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박찬근 기자>

결혼 6년 만에 어렵게 아이를 가진 간호조무사 A 씨.

출산휴가 날짜를 상의하러 갔다가 해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경영상의 어려움'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 병원은 2주 뒤 새 간호조무사 모집 공고를 냈습니다.

[A 씨 남편 : 경영난인데 왜 사람을 더 뽑죠? 그것도 말이 안 되죠.]

A 씨가 고용노동청에 진정을 내자 병원은 해고를 철회했습니다.

그런데 보름 뒤 "근태가 좋지 않다"라면서 두 번째 해고 통지가 날아왔습니다.

[A 씨/임신 후 해고 통보 : 일도 계속하고 싶고 아기도 돌보고 싶기도 했고. 3년 동안 일했는데 이런 대우를 받아야 되나….]

병원 측의 입장을 물어봤습니다.

[병원 관계자 : ((A 씨 해고 후에도) 직원을 또 채용 중이더라 이런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구인 광고 내는 거는요, 정기적으로 나가는 부분이고. 홍보 차원이죠 우리 입장에서는. (근데 왜 두 번째에는 지시 불이행이라든지 다른 사유를 적으셨어요?) 이 친구가 평소에 우리가 보면 근태라고 하죠. 업무 행태라든지 이런 부분이…]

하지만 노동청 판단은 다릅니다.

[고용노동부 양산지청 사건 담당자 : 문제가 있다고 하면 3년 가까이 근무했겠습니까. (저희가) 임신한 근로자에 대해서는 해고를 할 수 없다고 하니까 (1차 해고) 취소를 한 거죠.]

이 부부는 출산이 죄냐며 청와대 국민청원에 억울함을 호소했고, 1만 명 가까이 동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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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범 기자>

출산휴가뿐 아니라 육아휴직도 여전히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첫 아이 힘들게 키운 뒤 아이를 더 갖지 않겠다는 부부가 늘면서 '둘포족'이라는 말도 나왔습니다.

[대구시 미선 씨/둘포족 : 외벌이에 대출 있고, 애 둘이고, 사교육비 생각해야 되고,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하다 보면, 둘째는 안 낳는 게 맞는 것 같다, 그냥 첫째한테만 잘해주자.]

[대구시 미선 씨 남편 : 나중에 복귀하고 나서 인사고과에 불합리하게 반영된다거나 그게 누적되면서 나중에 진급에 밀리거나…]

늘기는 했지만, 출생아 100명당 그해 육아휴직한 아빠의 수는 1.3명에 불과합니다.

지난해 저출산 관련 정부 부처 예산 사용 내역을 보면, 남성 육아휴직이나 출산휴가 사용 확산을 위해 394억 원을 썼습니다.

저출산 분야 전체 예산 40조 2천억 원 중 0.1%도 안 되는 수준입니다.

[이삼식/한양대 정책학과 교수 : 정책 간 이음새가 하나도 없어요. 정책은 풍년인데 내가 받은 정책은 별로 없다, 받아도 내가 애를 키우는데 거의 도움이 안 되는 수준이다 보니까 정책에 대한 체감도가 낮을뿐더러 더 나아가 불신을 하게 됩니다.]

돈 얼마 줄 테니 아이 낳으라는 옛날식 접근이 아니라, 부모들이 기꺼이 아이를 낳고 싶어 하는 환경을 만들려면 어떤 지원부터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영상취재 : 김태훈, 영상편집 : 이소영, VJ : 정영삼·정한욱·김초아, 작가 : 이미선, CG : 홍성용·최재영·이예정·성재은·정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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