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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주가 폭락' 원흉? 주린이가 모르는 공매도 '오해와 진실' ①

[취재파일] '주가 폭락' 원흉? 주린이가 모르는 공매도 '오해와 진실' ①
● 공매도 금지 기간 연장…공매도란?

금융위원회가 공매도 금지 조치를 오는 5월 2일까지 연장했습니다. 다음 날인 3일부터도 전 종목이 아닌 코스피200·코스닥150 지수 구성 종목만 거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투자자들의 우려를 불식시킬만한 시스템이 갖춰질 때까지 '전면 허용'은 보류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겁니다.

'없는 것을 판다'는 공매도(空賣渡)의 과정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공매도 과정엔 크게 세 가지 주체가 있습니다. ①주식을 빌려주는 곳과 ②주식을 빌리는 곳, 그리고 ③한국거래소입니다. 먼저 ②가 ①에게 A회사 주식 1만 주(10억 원)를 빌립니다. 이후 ③을 통해 '공매도'를 실행합니다. 주식 시장에 A회사 주식 1만 주(10억 원)를 내던지는 겁니다. 갑작스럽게 매도 물량이 시장에 쏟아지자 두려움을 느낀 투자자들은 매도 행렬에 동참하게 되고, A회사 주식 1만 주의 가치는 5억 원이 됩니다.

이젠 ②가 나설 차례입니다. 이미 1만 주를 팔아 10억 원을 벌었기 때문에, 이익의 절반만 투입해 다시 A회사 주식 1만 주(5억 원)를 사들입니다. 이 과정을 환매수, 흔히 '숏 커버링'이라고 합니다. 결론적으로 ②가 가진 A회사 주식 수는 1만 주로 변함이 없지만, 5억 원을 번 셈입니다. 10억에 주식을 판 뒤, 주가가 떨어지자 5억에 되샀기 때문입니다. 이제 ②는 기분 좋게 ①에게 빌린 주식 1만 주를 되돌려줍니다. 물론, 주식을 빌린 대가로 수수료까지 지불합니다.

"①과 ②사이 거래를 중개하는 '예탁결제원'과 '증권회사' 등은 이해를 돕기 위해 제외했습니다."

공매도 관련
기사에 그래픽1 그래픽2 그래픽3 자리 표시해 두었습니다. 

공매도 과정 있는 게 그래픽1
화살표 업다운 있는 게 그래픽2
표가 그래픽 3입니다.

그동안 개인투자자들은 이른바 '공매도 세력'이 특정 회사의 주가를 끌어내리고, 이 과정에서 회사의 진정한 가치가 왜곡돼 왔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공매도 물량'이 집중된 몇몇 종목은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하며 많은 개인투자자들에게 피해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 공매도 세력은 '백전백승'?

공매도 세력은 항상 승리를 거뒀을까요? 이 질문에 대답하기 전에 먼저 공매도 '성공 확률'에 대해 짚어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공매도 세력은 생각보다 큰 위험부담을 안게 됩니다. 이론적으론 손실이 무한대로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가장 단순한 사고파는, 매수 매도 행위에 대한 설명이 필요합니다.

A라는 투자자가 B회사 주식 10만 주(10억 원)를 사들입니다. 이때, A의 최대 손실은 10억 원입니다. 주가가 마이너스로 떨어질 일은 없기 때문에 B회사가 문을 닫으면 주식 10만 주(10억 원)만 휴지조각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번엔 A라는 투자자가 공매도를 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앞선 사례처럼 B회사 주식 10만 주(10억 원)를 공매도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B회사 주식이 급등하기 시작합니다. 10만 주가 20억 원이 되고 일주일이 더 지나자 이젠 30억 원이 됩니다. 그사이 A가 빌린 주식을 갚아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20억 원의 손해를 보고 B회사 주식을 사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공매도 관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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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살표 업다운 있는 게 그래픽2
표가 그래픽 3입니다.

물론, B회사 주식이 끝도 없이 오를 일은 없겠지만, 단순히 원금만 날리는 매수 행위와 비교해 보면, 더 큰 리스크를 감당해야 하는 겁니다. 대표적으로 테슬라 공매도 투자자들의 지난해 손실은 44조 원에 이르고, 애플과 아마존의 공매도 투자자 손실도 각각 7.4, 6.4조 원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 '반공매도 운동'의 상징으로 떠오른 미국 '게임스톱' 주식을 놓고 벌어진 공매도 전쟁에서 헤지펀드는 15조 원의 손실을 떠안아야 했습니다.

지난해 영국 FCA(금융행위감독청)에선 "공매도가 최근의 주가 하락을 야기한다는 어떠한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고, 미국 SEC(증권거래위원회)도 한 언론 인터뷰에서 "공매도는 일반 거래를 촉진하기 때문에 금지 조치를 시행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다른 의견도 있습니다. 공매도 세력이 의도적으로 '나쁜 뉴스'를 흘려 주가 왜곡에 나선다는 겁니다. 실제로 미국에선 비슷한 일이 적지 않게 벌어지고 있고, 우리 주식시장에서도 '합리적 의심'을 넘어설 만한 사례가 나오곤 합니다.

최근 한양대학교 임은아 박사와 전상경 경영대 교수가 발간한 논문에 따르면, 공매도 거래는 규모가 신용거래 금액의 절반 수준이지만 일평균 수익은 약 12억 5천7만 원으로 신용거래 일평균 수익(3천182만 원)보다 약 39배 많았습니다.

● 국내 불법 공매도 처벌 수준은 미국보다 약하다?

'공매도 폐지'를 주장하는 일부 개인투자자들은 불법 공매도에 대한 처벌이 관대하다고 주장합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자본시장법이 개정돼 불법 공매도를 한 자에 대해 주문금액 범위 내 과징금과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등 형사 처벌 부과가 가능해졌습니다. '1년 이상'이라고 명시하고 있지만, 형법에 따라 유기징역은 최대 30년까지 부과될 수 있어 최대 20년 징역이 가능한 미국보다 높은 수준의 처벌이란 게 한국거래소의 설명입니다.

과징금의 경우에도 주문금액 전체를 한도로 부과하기 때문에 이익 여부와 상관없이 불법 공매도 주문 금액이 10억 원이라면 10억 원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습니다.

공매도 관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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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과정 있는 게 그래픽1
화살표 업다운 있는 게 그래픽2
표가 그래픽 3입니다.

● 우리나라만 '무차입 공매도' 사전 차단 시스템이 없다?

'무차입 공매도'란 빌리지도 않은 주식을 거래하는 행위로 우리나라에선 불법입니다. 한 투자자가 주식을 빌리지도 않고, 한국거래소를 속여 '없는 주식'으로 거래를 하는 방식입니다. 지난 2017년과 2018년, 골드만삭스는 두 차례 '무차입 공매도'를 실행한 뒤, '직원 실수'라는 어처구니없는 해명을 내놓아 빈축을 샀습니다. '삼성전자 유령주식' 사건도 '무차입 공매도' 차단 시스템 부재(不在)란 민낯을 드러나게 했습니다.

한국거래소는 "실시간으로 불법 공매도를 사전 차단하는 시스템을 갖춘 국가는 현재까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시스템 구축 비용과 비용 대비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입니다.

이런 문제에 대해 금융위는 무차입 공매도 적발 주기를 6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하고, 불법 공매도 사후 적발 및 감시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무차입 공매도 사전 차단을 위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 공매도 폐지가 답?…"과거 시스템 개선해야"

역설적으로 공매도는 개인 투자자들에게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상승장보다는 하락장에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많기 때문입니다. 끊임없이 상승하는 장이라면 신규 투자자들의 진입이 쉽지 않을 겁니다. 또, 실제 주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만 거래할 수 있다면 자칫 주가에 거품이 생길 수 있습니다.

유동성 공급 문제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단순히 사는 것만이 아니라 파는 시장에도 돈이 돌아야 건전한 투자 환경이 만들어 질 수 있습니다. 특히, 대형주가 아닌 중소형주는 거래량 자체가 많지 않기 때문에 외국인 자본의 유입이 주가 흐름에 긍정적일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시가총액 순위는 세계 10위입니다. 우리뿐만 아니라 10위 안에 드는 국가에선 모두 공매도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시스템 개선은 필요합니다. 공매도 폐지 논란에 있어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수기 시스템'입니다. 주식을 빌리는 과정에서 특정 시스템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수기로 공매도 수량을 파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식을 빌리는 사람과 빌려주는 사람, 한국거래소 사이 '공매도 물량'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상호 검증할 수 있는 게 어려운 이유입니다. 그렇다 보니 잊을 만하면 '무차입 공매도' 문제가 터져 나오고 있는 겁니다.

이번에 금융위는 상시 모니터링 시스템을 강화하고 전산시스템을 구축하는 등의 대안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불법 공매도' 피해에 노출돼 왔던 개인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여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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