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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집 세 채 빌려 뇌물 숨긴 중국 공무원…'마오타이'만 2,900병

중국 관영 CCTV 방송은 연일 '부패와의 전쟁'을 소재로 한 특집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습니다. '정풍(正風) 반(反)부패는 우리 곁에 있다'는 제목의 프로그램으로, 중국 공산당 최고 감찰기구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의 공무원 비리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지난 23일 방송에서는 국가담배전매국 부국장의 사례가 소개됐습니다.
중국 관영 CCTV 방송이 방영 중인 '정풍 반부패는 우리 곁에 있다' 특집프로그램 (화면 출처=CCTV)
● 중국 공무원의 유별난 마오타이주 사랑…수감되는 날도 마셔

중국 국가담배전매국 자오홍순 전 부국장은 지난 1989년부터 30년 동안 국가담배전매국에 몸담아 왔습니다. 국가담배전매국은 과거 우리의 전매청 격으로 중국의 담배 관련 산업을 총괄합니다. 자오 씨는 특히 2011년부터 2019년 비리 혐의로 낙마할 때까지 8년을 부국장으로 지냈습니다.

자오 씨는 중국 공산당 18대 이후 자신이 '먹고 마신' 횟수를 세 봤다고 했습니다. 수천 번이 넘는다고 했습니다. 중국 공산당 18대는 2012~2017년으로, 시진핑 주석 집권 1기에 해당합니다. 시진핑 주석 집권 2기인 중국 공산당 19대에도 수백 번은 먹고 마셨다고 했습니다. 시진핑 주석이 집권 이후 공무원들을 상대로 고강도 '반(反)부패 드라이브'를 걸어왔지만, 자오 씨에게는 먹히지 않은 셈입니다.
비리 혐의로 2019년 낙마한 자오홍순 전 중국 국가담배전매국 부국장 (화면 출처=CCTV)
자오 씨의 중국 술 '마오타이'에 대한 사랑은 유별났습니다. 그의 마오타이주에 대한 집착은 담배 업계 종사자들도 거의 모두 알고 있다고 했습니다. 자오 씨를 수사한 중앙기율검사위원회 관계자는 "담배 사업자들이 자오 씨를 고급 술집에 불러 자주 접대했다"며 "그 때마다 반드시 마오타이주를 마셨다"고 밝혔습니다. 한 번 식사 자리에 15년 된 마오타이주 5병을 마셔 접대비만 4만 위안(680만 원) 넘게 나오기도 했습니다. 자오 씨는 "술자리에 오면 담배 사업자들의 돌파구가 열렸다"면서 "술잔이 돌아가기 시작하면 민원의 반은 성공한 셈이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자오 씨는 수감되는 날까지도 마오타이주를 마셨습니다. 자오 씨는 오후 4시에 유치장으로 끌려갔는데, 그날 점심에 50년 된 마오타이주를 마셨습니다. 중앙기율검사위원회 관계자는 "유치장으로 끌려가는 도중에도 자오 씨에게 만찬에 참석하라는 전화와 문자가 계속 왔다"고 전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유치장에 처음 도착하면 잠을 이루지 못하는데, 자오 씨는 유치장에 도착하자마자 코를 골면서 잤다고 했습니다.

● 집 세 채 빌려 뇌물 보관…마오타이주만 2,900병 발견돼

자오 씨는 '그토록 좋아하는' 마오타이주를 선물로도 받아 챙겼습니다. 조사 결과, 자오 씨는 부하 직원과 담배 사업자로부터 집을 세 채 빌려 뇌물을 보관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유명인들의 글씨와 그림, 옥석, 명품 시계, 금괴, 골동품 등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발견된 마오타이주는 2천900병에 달했습니다.
자오 씨의 빌린 집에서 발견된 뇌물들. 마오타이주만 2천900병에 달했다. (화면 출처=CCTV)
자오 씨가 받은 뇌물의 액수는 모두 9천만 위안(153억 원). 자오 씨는 지난해 6월 무기징역과 전 재산 몰수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자오 씨는 항소하지 않았습니다. 자오 씨는 술자리에 가는 것을, 술 마시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고 했습니다. 마약 중독과 다르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열심히 복역해서 새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습니다.

● 마오타이주, 지난해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매출 10% 증가

중국인들의 마오타이주 사랑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마오타이주는 중국 서남방 구이저우성 마오타이진에서 생산되는 술로, 중국을 대표하는 고급 바이주(白酒)입니다. 비싼 것은 한 병에 2억 원을 호가하기도 합니다.
중국 마오타이주 (사진 출처=바이두)
과거 관공서 소비가 매출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마오타이주는 접대와 뇌물의 상징이었습니다.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 강력한 반부패 운동을 전개하면서 한때 마오타이주의 매출이 줄기도 했지만, 최근 중국의 경제 성장과 함께 일반인들도 마오타이주를 찾으면서 다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지난해 마오타이주 생산량은 7만 5천 톤, 매출액은 977억 위안(16조 6천억 원)입니다.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전년보다 오히려 10% 증가했습니다. 순이익은 455억 위안(7조 7천억 원)으로 영업이익률이 46%에 달합니다. 한 마디로 '노나는' 사업입니다.

시진핑 주석은 22~24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산당 집권의 최대 위험인 부패가 여전히 존재한다"며 '반부패 투쟁'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10년 가까이 강력하게 펼쳐온 반부패 정책이 아직도 중국 공무원 사이에서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음을 인정한 것입니다. 인맥, 이른바 '관시'가 중요시되는 중국 사회에서, 고급술을 즐기는 중국 공무원 문화에서 시 주석의 의지가 얼마나 관철될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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