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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3만 원씩 용돈인 줄"…경로당서 샌 나랏돈

<앵커>

경기도 김포에서 노인 몇 분이 저희 취재진에게 양심 고백할 것이 있다고 연락을 해왔습니다.

[우리는 힘이 없어요. 진실 하나만 갖고선 이렇게 하는데…]

의도치 않게 불법적인 일에 개입됐는데, 이제는 직접 나서서 막고 싶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사연을 하정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김포의 한 임대아파트 경로당.

취재진이 도착하자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이 모였습니다.

어르신들은 지난 5년간 경로당 회장에게 통장을 빌려줬다고 합니다.

[A 씨 : 통장 좀 빌려달라고 다른 사람도 다 빌려줬다고 그러면서….]

[B 씨 : 다 빌려주니까. 갖다줬더니 복사를 자기네가 하더라고요.]

이후 어르신들 계좌에는 매달 30~50만 원이 입금됐습니다.

입금된 돈의 90%는 경로당 회장에게 주고 3~4만 원 정도를 용돈처럼 받아왔다고 말합니다.

[A 씨 : (경로당 회장이) 돈이 나왔으니 찾아오시오. 그럼 3만 원을 줘요. 뭐냐고 하니까 그냥 쓰세요, 이래.]

입금된 돈의 정체는 무엇일까.

김포시 일자리사업과 관련이 있는데, 65세 이상 노인들이나 기초생활수급자 등이 불법 현수막과 전단을 수거해오면 지급하는 보상금이었습니다.

하지만 80살 내외의 어르신들은 현수막이나 전단을 만져본 적도 없다고 고백합니다.

[B 씨 : 붙어 있는 그걸 뗄 수가 있습니까? 아무도 한 사람이 없고.]

작업자는 따로 있었다고 말합니다.

김포 경로당 고백

바로 이곳 한 켠에서 전단을 정리하고, 또 이를 읍사무소로 싣고가는 작업자들이 따로 있었다는 것이 노인들의 진술입니다.

취재진은 김포시의회를 통해 내부 보고서를 입수했습니다.

지난 5년 동안 해당 아파트 단지에서만 49명에게 2억 원의 세금이 보상금으로 지급됐습니다.

경로당 회장은 일을 하지도 않고 한 것처럼 꾸민 것은 극히 일부일 뿐이고, 노인들 대부분이 실제로 작업을 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김포시는 노인회장이 제출한 서류만 보고 보상금을 지급했다고 털어놨습니다.

작업자를 확인하는 절차는 없었다는 것입니다.

[김포시청 직원 : 매뉴얼상으로는 명확하게 돼 있진 않아요. 작년도까지는 그렇게 안 되고 있었던 거예요.]

김포시는 취재가 시작되자 본인 확인을 필수적으로 하도록 규정을 바꿨습니다.

경찰은 이같은 보상금 부당수령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영상취재 : 이승환·김용우·이찬수, 영상편집 : 박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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