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예고된 공매도 재개…불안한 개미들

[취재파일] 예고된 공매도 재개…불안한 개미들
두 달 앞으로 예고된 공매도 재개를 두고 논란이 뜨겁다. 공매도 영구 폐지를 요구하는 국민청원도 12만 명(15일 오전 기준)의 동의를 얻고 있다. 개인 투자자 자금이 기록적으로 증시로 밀려들고 있으니 공매도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이전보다 더 크게 들리는 것도 놀라운 일은 아니다. 저금리로 돈은 풀려 있고, 부동산 값은 너무 올랐고, 4월에는 선거도 있다. 공매도 재개 여부는 물론 시점, 방식을 놓고 여러 고민들이 있을 것 같다.

사실 공매도의 효과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큰 이견이 없다. 기업의 가치를 완벽하게 계산하고 주가에 반영하는 게 가능할까? 설사 계산이 가능하더라도 어차피 지나간 특정 시점의 가격은 현재에는 의미가 없다. 결국 시장이란 건 수많은 참가자가 적정한 가격을 찾아가는 끊임없는 과정의 연속이다. 가격은 참가자들의 정보와 전망이 반영된 결과라는 효율시장가설의 관점에서는 참가자가 많을수록 더 정확한 가격이 나온다. 그런 면에서 보면 기업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하는 사람들도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게 합리적이고, 그렇게 해 주는 제도적인 통로가 공매도다. 이것이 공매도의 순기능으로 흔히 언급되는 '가격 발견' 기능이다.

그런데 개인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왜 공매도가 불리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가? 개인은 공매도 참여가 기관보다 어렵다. 주식을 빌려 놓을 수 있는 기간도 짧고, 빌리는 데 드는 수수료도 더 비싸다. 정보력에서도 차이가 난다. 기업 탐방을 다니거나 기업의 IR 부서에 전화해 가며 투자할 수 있는 개인투자자가 얼마나 될까. 제도도 불리하고 정보력에서도 불리해 우리나라 공매도의 99%는 기관과 외국인에 의해 이뤄진다. 그런데 매도라는 행위 자체는 당연하게도 주가 하락의 방향으로 작용하니 결국 주가 하락 전망에 대한 베팅과 그에 따른 이득은 기관과 외국인의 몫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실은 이 가격이 기업의 더 정확한 가치다. 여러분들은 공매도 덕분에 더 정확한 가격이 존재하는 시장에서 주식 투자를 하고 있다."라는 말이 귀에 들어올 리 없다.

동학개미, 주식 투자

근래 몇 년 사이에 있었던 사고들도 불신을 키웠다. 2018년 골드만삭스가 무차입 공매도를 했다가 적발됐다. 당시 징계를 논의했던 증권선물위원회에서 골드만삭스 측이 강하게 어필했던 포인트는 "고의가 아니고, 시스템적인 오류도 아니며, 그저 일회성의 'human error'"라는 점이었다. 같은 해 있었던 삼성증권의 유령주식 사태 역시 직원 실수로 벌어진 일로 결론 났다. 사람이 숫자 잘못 입력했을 뿐인데 실제로는 없는 주식이 거래된 걸 보며 개인투자자들은 어떤 의심을 했을까.

공매도를 둘러싼 연구 결과는 다양한 형태로 혼재돼 있다. 물론 분석 기간이나 대상, 방법이 달라 직접 비교할 수는 없다. 악재성 공시가 나오기 전에 꼭 공매도가 급증하는 것은 아니라는 연구(이진수, 대한경영학회지, 2019)가 있고, 공매도와 주가 급락 사이에는 (+)의 관계가 있으며, 이사회나 감사기구 수준이 낮은, 즉 지배구조의 수준이 낮은 기업일수록 이런 경향은 더 심하다는 연구(임현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보고서, 2020)도 있다. 두 연구가 부정적 정보를 가진 이들이 공매도에 나설 것이라는 정보거래자가설의 입장에서 본 것이라면, 공매도 유무와 주가수익률 사이의 관계를 살펴본 기타 연구들에서 역시 방향성에 대해 명확히 일치된 결과가 나오지는 않는다.

정부는 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 접근성을 높이고, 무차입 공매도 처벌은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기존에는 적은 금액의 과태료만 부과했지만, 부당 이득 금액을 기준으로 과징금까지 매기는 방안을 집어넣었다. 그러나 시스템적인 적발이 사실상 어렵고, 지난 10년 간 불법 공매도가 적발된 101곳 가운데 과태료가 부과된 곳은 45곳에 불과했다는 점에서 제도를 얼마나 엄격하게 운용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어찌 됐든 금융위 방침대로 두 달 후 공매도가 재개된다면, 이제 어느 종목에 공매도가 몰리는지, 대차잔고(빌려 놓고 안 갚은 주식, 보통 공매도 대기 물량으로 해석) 규모는 어떻게 되는지 등 급작스레 뛰어든 주린이들이 따져봐야 할 것들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