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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정경심 교수 형량, 어떻게 정해졌나?

[취재파일] 정경심 교수 형량, 어떻게 정해졌나?
지난 12월 23일에 정경심 교수에게 1심 재판부가 선고한 형량에 대한 반응은 사람에 따라서 극과 극을 달립니다.

'고작 표창장 위조에 징역 4년이라니! 그럼 000 딸은? XXX 아들은?'이라는 반응부터 '인정된 범죄가 11가지나 되는데 고작 4년이라니!'까지 스펙트럼이 다양합니다.

● '고작 표창장 때문에' 4년?…핵심은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

하지만 정경심 교수에게 선고된 징역 4년의 형량이 적당한지를 따지기 위해서 봐야 할 것은 '표창장 위조'도 아니고 '11가지 범죄'도 아닙니다. 거칠게 말하자면 재판부가 유죄로 판단한 혐의 중 딱 한 가지만 봐도 됩니다. 자본시장법이 금지하고 있는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입니다.

우리나라 형법에 따르면 범죄를 여러 건 저지른다고 해도 각 범죄의 선고 형량을 모두 합산한 만큼의 형량을 한꺼번에 선고할 수는 없습니다. 대신 이런 경우에 형량을 적용하는 기준이 있는데 행위 한 개에 죄명 여러 가지가 적용되는 경우(상상적 경합)와 여러 개의 행위가 각각의 여러 범죄를 구성하는 경우(실체적 경합)의 계산법이 조금 다릅니다. 정경심 교수 사건은 범죄 행위도 여러 가지고 적용되는 죄명도 여러 가지인 경우입니다. 이럴 때는 여러 개의 범죄 중에서 법정형이 가장 무거운 범죄의 법정형 상한선에다가 상한선의 1/2만큼을 더한 형량을 상한선으로 정합니다. 쉽게 말해 여러 개의 범죄 중 법정형이 가장 무거운 범죄의 법정형 상한선에 1.5배를 곱한 형량이 상한선입니다. 경합범 가중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서, 사기죄와 절도죄를 동시에 저질렀을 경우를 생각해봅시다. 사기죄의 법정형 상한이 징역 10년으로 절도죄보다 더 무겁기 때문에 사기죄의 상한선에 1.5배를 곱한 징역 15년이 선고할 수 있는 형량의 상한선이 됩니다. 이런 식으로 산정한 해당 재판에서 법적으로 선고 가능한 형량의 범위를 처단형(處斷刑)이라고 합니다.

● 법적으로 선고할 수 있는 최대 형량은 징역 45년

다시 정경심 교수 사례로 돌아가 봅시다. 1심에서 유죄가 인정된 11가지 범죄 중 법정형이 가장 무거운 죄는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입니다. 법정형은 "1년 이상의 유기징역"입니다. 이 경우 법정형의 상한선은 유기징역의 상한선인 징역 30년입니다. 그런데 앞에서 설명했듯이 정경심 교수는 다른 범죄도 저질렀다고 판단됐기 때문에 징역 30년의 1.5배만큼 처단형의 상한이 올라갑니다. 그래서 정경심 교수의 경우 법관이 선고할 수 있는 선고 형량의 범위, 즉 처단형은 징역 1년에서 징역 45년이 됩니다.

따라서 정경심 교수 담당 재판부는 징역 1년에서 징역 45년 사이의 어떤 형량을 선고해도 법률을 위반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선고 가능 형량의 범위가 이렇게 넓어지면 어떤 판사를 만나느냐에 따라서 선고받는 형량이 피고인마다 너무 크게 차이가 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범죄 유형 별로 적정한 형량의 세부적 기준을 제시해 권고하고 있습니다. 이를 '양형기준'이라고 합니다. 의무적으로 적용되는 기준은 아니고 권고사항일 뿐이지만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양형기준을 이탈하는 판사는 거의 없습니다.

그렇다면 정경심 교수에게 선고된 징역 4년형이 적절한지 따져보기 위해서는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 범죄의 양형기준만 살펴보면 됩니다.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에 대한 양형기준은 부당이득 금액에 따라서 차등을 두고 있는데, 정경심 교수의 경우 부당이득이 1억 원 이상 5억 원 미만인 경우에 속합니다. (2유형). 이 경우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권고하는 양형기준은 '기본 영역'의 경우 징역 1년~4년, '감경 영역'의 경우 징역 10개월~징역 2년 6개월, '가중 영역'은 징역 2년 6개월~징역 6년입니다.

증권·금융 범죄 양형기준 / 출처: 양형위원회 홈페이지

그렇다면 정경심 교수의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2유형)은 기본 영역, 감경 영역, 가중 영역 중 어디에 속할까요?

기본, 감경, 가중을 나누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특별양형인자'입니다. 감경 요소에 속하는 특별양형인자가 있을 경우에는 '감경 영역'에서 형량을 정하고, 가중 요소에 속하는 특별양형인자가 있으면 '가중 영역'에서 형량을 정합니다. 아무 것도 없거나, 감경 양형인자와 가중 양형인자를 비슷하게 가지고 있으면 '기본 영역'에서 형을 정합니다.

그렇다면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의 경우에는 어떤 것을 감경을 위한 특별양형인자로 보고, 어떤 것을 가중을 위한 특별양형인자로 볼까요? 이 역시 대법원 양형위원회 홈페이지에 명시돼 있습니다.

증권 범죄 관련 양형인자 / 출처: 양형위원회 홈페이지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의 경우 감경 요소에 속하는 특별양형인자는 아래와 같습니다.

- 사실상 압력 등에 의한 소극적 범행 가담 범행 가담 정도가 경미한 경우
- 피고인이 농아자인 경우
- 피고인이 자수했거나 내부비리를 고발한 경우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의 경우 가중요소에 속하는 특별양형인자는 아래와 같습니다.

- 범죄수익을 의도적으로 은닉한 경우
- 범행수법이 매우 불량한 경우
- 피지휘자에 대한 교사
- 동종 범죄(증권 범죄) 누범

● 양형기준에 따르면 징역 2년 6개월 ~ 징역 6년

이 같은 기준에 따라 재판부는 정경심 교수의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은 '가중 영역'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감경 요소에 해당하는 특별양형인자는 없지만 가중요소에 해당하는 특별양형인자인 '범죄수익을 의도적으로 은닉한 경우'에는 해당한다는 것입니다. 정 교수가 미공개 정보로 취득한 부당이득 약 2억 원 중 약 1억 원에 대해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죄를 선고했으니 1심 판결 논리에 따르면 명백히 '가중 영역'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앞서 봤듯이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죄의 경우 1. 부당이득이 1억 원 이상 5억 원 미만인데(2유형) 2. '가중 영역'에 해당할 경우 양형기준이 제시하는 형량은 징역 2년 6개월에서 징역 6년입니다.

사실 조금 더 엄밀하게 말하면, 상한선이 징역 6년보다 올라갈 수도 있습니다. 미공개중요정보이용죄는 양형기준이 설정된 범죄지만, 정 교수에게 인정된 다른 범죄 중에는 양형기준이 설정되지 않은 범죄도 있기 때문입니다. 양형기준이 설정된 범죄와 설정되지 않은 범죄가 모두 있을 때에 대해 양형기준에는 하한선을 어떻게 하라는 규정은 있지만, 상한선에 대한 명시적 규정이 없습니다. 그래서 엄밀히 말하면 정경심 교수의 경우 양형기준에 따른 형량 범위 중 하한선인 2년 6개월만 명확합니다. 상한선은 (다른 범죄와의 경합을 고려하면) 6년이 조금 넘는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명확하지는 않습니다. 너무 복잡한 이야기니 양형기준 범위는 대략 2년 6개월~6년+알파 수준이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형량범위 결정 방법 / 출처: 양형위원회 홈페이지

여기서부터는 사실상 재판부의 재량 영역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정경심 교수에게 적용된 각각의 혐의에 대해 유무죄 판단을 한 뒤, 형량의 범위를 징역 2년 6개월에서 징역 6년(+알파)까지로 설정하는 것까지는 사실상 공식에 따라 진행되지만, 징역 2년 6개월에서 징역 6년(+알파) 사이에서 어느 정도의 형량을 정할지는 재판부 재량에 달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진실을 이야기 한 사람들에게 고통 가한 점"도 불리한 요소

재량이라고 해도 아무런 명분도 없이 정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재판부는 일반양형인자 등 범죄와 관련한 여러 요소를 감안해 형량을 선고합니다. 물론 어떤 것을 중하게 볼지는 사실상 재판부 재량에 달려있습니다. 판결문에 적시한 양형 이유를 볼 때 재판부는 '범행 후 증거 은폐를 시도한 점', 소극적으로 범행을 부인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적극적이고 구체적으로 허위 사실을 주장한 점, 그리고 진실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허위 사실을 말하고 있다고 주장해 이들이 압박과 비난에 시달리게 한 점 등을 정경심 교수에게 불리한 요소로 감안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이야기를 요약해보겠습니다. 정경심 교수에게 징역 4년이 선고된 것은 '고작 표창장 따위' 때문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인정된 11가지 범죄 혐의가 형량을 정할 때 전부 의미 있게 계산되는 것도 아닙니다. 형량을 정할 때 가장 의미 있는 범죄는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이고, 양형기준 공식을 적용하면 형량 범위는 징역 2년 6개월~6년(+알파) 수준에서 결정됩니다. 재판부는 중간 정도인 징역 4년을 선고했습니다. 물론 절대로 가벼운 형량은 아닙니다. 하지만 징역 2년 6개월과 징역 6년+알파 사이에서 형량을 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재판부가 선고한 징역 4년형이 어떤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말도 안 되는 형량으로 볼 수 있는지는 조금 의문입니다.

- 추가 설명 -

좀 더 엄밀한 이야기를 해보자면, 사실 위에서 언급한 양형기준을 적용하는 것 역시 상대적으로 관대한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될 수 있습니다. 재판부는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에 대한 현행 양형기준조차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고 판결문에 밝혀놓았습니다. 증권 범죄에 대한 현행 양형기준은 2012년 7월 1일에 시행된 것인데, 2015년에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 행위에 대한 법정 형량이 '10년 이하 징역'에서 '1년 이상 유기징역'으로 올라간 만큼 현행 양형기준 역시 원칙적으로는 상향될 필요가 있다는 취지입니다. 재판부가 선고한 형량인 징역 4년에는 현행 양형기준이 제시하는 형량 범위가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 행위에 대한 법정형이 올라가기 이전에 만들어진 것이라는 점도 감안된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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