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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질 거란 확신" 희망의 채찍질, 전신마비 이겼다

[SBS 스페셜] 나는 산다 : 박위의 휠터뷰 ②

박위의 아버지 박찬홍이 아들의 비극에 대해 자신을 원망했다.

20일에 방송된 SBS 스페셜에서는 '나는 산다 : 박위의 휠터뷰'라는 부제로 절망의 순간을 인생의 또 다른 시작점으로 바꾼 청년 박위를 조명했다.

6년 전 박위는 불의의 사고로 전신마비가 되었다. 이에 그는 "눈을 떴는데 기억이 안 났다. 언제인지 어디인지도 모르겠더라. 병원 장비에 둘러싸여 있고 내 몸은 있는데 내 몸이 없는 거 같았다. 내 몸에 감각이 아예 없었다"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리고 그의 아버지는 어릴 때부터 씩씩하고 긍정적이었던 아들을 사랑했고 오랫동안 곁에 두고 싶었다. 그의 아버지는 "잘 차려입고 나가더라. 표정도 밝은 아들에게 잘 다녀오라고 하면서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했는데, 다음 날 그게 현실이 되었다"라며 사고 전날 아들에게 건넸던 말을 지금도 후회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자책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박위는 사고로 의식을 잃었고 경추 골절로 신경이 손상되었다. 그는 인턴으로 근무했던 회사에서 정직원 제안을 받았고, 친구들과 축하 파티를 하러 갔다가 사고를 당했다.

이에 박위는 "그냥 정말 인생이 톱니바퀴가 맞물린다는 느낌으로 풀려갔다. 하루하루가 너무 좋고 즐거웠다"라고 했다. 그리고 그날 술을 마시고 낙상 사고를 당했고, 목이 부러지며 척추가 손상되었다. 그의 나의 28살, 청춘의 한가운데에서 맞이한 절망의 순간이었다.

박위는 "처음에는 모든 생활이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했다. 곧 서른이 될 나이가 됐는데 어린아이처럼 되돌아간다는 게 너무 죄송스러웠다"라고 했다. 그리고 그는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 할아버지가 됐는데 가족 없이 혼자가 되면 어떻게 하지? 걱정이 되고 너무 서러웠다. 그래서 한 시간을 계속 울었다. 동생이 들을까 봐 소리도 못 내고 울었다"라고 말했다.

그의 고단한 병원 생활에 힘이 되어 준 것은 그의 친동생이었다. 그의 동생은 6년 전 휴학까지 하면서 형을 간병했다. 이에 박위는 "동생은 나에게 케어를 할 게 있으면 자기 몸에 다 실험을 해 봤다. 난 통증을 못 느끼는데도 직접 다 해보고 내가 불편하지 않을지 챙겨줬다"라며 누구보다 자신을 챙겨준 동생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최근 박위가 운동을 할 때면 동생이 함께 했다. 그는 바른 자세를 잡을 수 있도록 세심하게 살폈다. 재활치료가 끝났음에도 여전히 운동에 열심인 박위. 이는 대부분의 행동을 할 때 팔 근육에 의지해야 하는 자신의 상황 때문이었다.

박위는 "내가 비록 전신마비가 되었어도 나아질 거라는 확신이 있었고, 독립적으로 살아갈 의지가 확고했다. 미친 듯이 재활을 했다. 스스로 돈을 벌고 가정을 이루고 스스로 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살았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실제로 그는 어떤 일이든 포기하지 않고 도전했고 조금 느리지만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을 하나씩 늘려가며 굉장히 많은 것들을 스스로 해내고 있었다.

이에 박위는 "내가 만약 노력하는 것에 비해 진전이 없었다면 많이 힘들었을 거다. 굉장히 더디지만 조금씩 나아지는 내 모습을 보면서 진심으로 행복했다"라고 했다. 그리고 이런 그의 곁에는 스스로 그의 팔과 다리가 되어주려고 자청한 친구들이 있었다.

그들은 박위에 대해 "우리에게 긍정적 에너지를 준다. 위는 아프거나 장애가 있는 친구가 아니다"라며 "어떻게 이러지? 정신력인가? 자기만의 믿음인가? 이게 뭐지? 어떻게 이렇게 밝을 수 있지? 싶을 정도다"라고 했다.

박위는 스스로 걸을 수 있다는 희망이 자신의 삶에 원동력이 되고 그것으로 생각의 한계를 걷어내며 삶은 더 풍요로워졌다고 했다.

이에 그의 아버지는 "아이가 그런 의지와 변하지 않는 희망을 가지고 자기 자신을 채찍질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너무 자랑스럽다. 하지만 아직도 난 아들이 어딘가에 올라갈 때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아직 못 보겠다"라며 "자기는 안 일어나도 된다고 말하지만 부모로서는 아니다. 위가 일어나야 한다"라고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또한 그는 "나는 위가 분명히 일어날 거라고 믿는다.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그리고 그 시간이 곧 닥칠지도 모른다"라며 "그럼 얼마나 좋을까요"라고 언젠가 맞이할 행복할 순간을 꿈꿨다.

박위는 수천수만 번 연습을 통해 혼자서 휠체어에 타고, 자동차에 옮겨 타고 휠체어를 분리해 차에 싣는 것까지 혼자 하며 더 이상 누군가의 도움 없이 외출이 가능해졌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해낸 것들을 영상으로 담아 비슷한 상황의 사람들을 위해 공유했다.

이에 박위는 "이 채널을 만든 목적은 사람을 살리자는 것이다"라며 자신의 도전이 혼자만을 위한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그리고 실제로 그의 영상은 감동을 넘어 많은 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전해줬다.

그의 영상을 본 한 구독자는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고 했는데 박위의 채널을 보고 다시 살기로 마음먹었다"라며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이에 박위는 자신이 위로와 응원을 줄 수 있는 이들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무려 570여 통의 메일이 도착했고, 박위는 이들 중 몇 명과 인터뷰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름하여 휠터뷰.

첫 번째 주인공은 코로나 19로 실직을 하게 된 전직 항공 승무원 노혜연 님이었다. 그는 이 일로 인해 자존감이 떨어지고 힘든 시간을 보냈다며 박위에게 자신을 위한 따끔한 충고를 부탁했다.

이에 박위는 "지금 일어나는 상황은 불가항력적인 것이다. 나의 실수나 잘못으로 일어난 것이 아니다"라며 자책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또한 그는 "솔직히 내 입장에서는 사람들이 걷는 것이 부럽고 두 손을 동시에 드는 것도 부럽다"라며 "사소한 일상 속에서 난 생각해야 하는 것이 많은데 혜연 님은 가지고 계신 것이 굉장히 많다"라고 했다.

그러자 노혜연은 "사실 내 인생에서의 큰 고민이 누군가에게는 큰 고민이 아니라 조심스러웠다"라며 박위에게 자신의 고민이 보잘것없는 것이 아닐까 하고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이에 박위는 "작은 고민이 아니라 가진 것이 더 크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었다"라며 어떤 고민도 작은 고민이 아님을 강조했다.

다음으로 박위는 두 번째 주인공을 만나기 위해 울산의 한 재활병원을 찾았다. 그리고 이곳에서 그는 자신처럼 낙상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김유현 씨를 만났다.

마주한 두 대의 휠체어. 두 사람을 서로를 향해 칭찬을 건넸다. 그리고 김유현 씨는 "다치고 좌절을 많이 했는데 위 님을 알게 됐고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큰 힘을 얻었다"라고 했다. 또한 그는 "옛날부터 꿈이 카레이서였다. 사고를 당한 순간부터 꿈이 무너진 상황이었다. 앞으로 하고 싶은 것을 못 하고 살겠구나 싶었는데 박위 님의 영상을 보면서 나도 운전을 하고 어디든 갈 수 있겠구나 생각하게 됐다"라고 했다.

이에 유현 씨는 실제로 이제 혼자서 운전을 하고 외출이 자유로운 상태가 되었다. 김유현 씨는 "이제는 새로운 삶을 꿈꾼다. 박위 님 같은 사람이 없었다면 난 뭐 하고 있었을까 싶은데 아마 병원에 누워있거나 아니면 지금 이 세상에 없을지도 모른다"라며 박위 덕분에 새롭게 시작한 제2의 인생에 기뻐했다.

유현 씨를 만난 박위는 "내 채널의 가장 큰 목적이 사람을 살리자인데 실제로 이걸 보고 도움받은 사람이 있을까 싶었다"라며 "그런데 유현 씨를 보니 너무 뿌듯하다. 극복하고 완성된 사람을 본 느낌이라 좋다. 되게 보람차다"라고 벅찬 마음을 전했다.

세 번째 휠터뷰의 주인공은 박위, 김유현 씨와 비슷하게 낙상 사고로 척수가 손상된 대학생 박세현 씨였다. 힘든 내색도 없고 덤덤해 보이기까지 하는 그는 실제로 자신 때문에 괴로울 부모님들을 생각해 자신의 마음을 많이 숨긴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이에 박위는 "긍정적이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으면 안 된다. 내가 힘들지만 긍정적이어야 한다는 강박으로 오면 더 힘들 수 있다. 힘들 때는 표현을 하는 것도 좋다"라고 조언했다.

그리고 "척수 신경이 손상된 레벨로 봤을 때 굉장히 좋은 사례다. 더 이상 좋아지지 않는다고 해도 모든 걸 할 수 있다. 더 이상 최악은 없다. 좋아질 일만 남았다"라고 그를 격려했다.

이날 제작진은 마지막 휠터뷰를 위해 깜짝 만남을 준비했다. 인터뷰 주인공과 만나기 전 제작진은 박위의 지인들이 말하는 그에 대한 영상을 공개했다.

그의 친구들은 박위에 대해 "이촌동 공유다"라며 "공부 잘하지, 운동 잘하지, 잘생겼지, 키도 크지. 만인의 남자다. 단점이 없어서 재수가 없다"라고 칭찬했다.

그리고 이어 그의 아버지 박찬홍 씨가 아들 박위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우리 위는 유쾌한 아이다. 걔가 가는 공간은 밝아진다. 그 아이가 다녀가면 부정적인 것들이 서서히 사라진다. 희한하게. 자식을 떠나서 참 괜찮은 애구나. 그리고 나도 인생을 살아왔지만 나보다 나은 구석이 참 많구나 생각했다"라고 했다.

이어 그는 "사고 나기 직전 그런 생각을 했다"라며 "장가가지 말고 나랑 오래오래 살자. 그러고 보냈는데 정말 그렇게 오래오래 함께 살 것 같은 몸으로 그다음 날 나타났다"라며 눈물을 흘렸다.

그의 아버지는 "내가 그런 말을 왜 했을까. 말이 씨가 된다고 왜 그런 말을 했을까 하고 후회했다"라며 그동안 아들에게 들려준 적 없는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이에 박위도 눈물을 흘렸다.

미안하다는 말조차 하지 못하고 언제나 강인했던 아버지의 슬픔이 박위에게도 그대로 전해진 것.

박위의 아버지는 "사람한테는 자기 자신의 희망과 의지가 중요하다는 걸 위를 통해 알게 됐다. 위는 극복한다는 이야기도 하지 않는다. 자신은 살아가는 거지. 위는 분명 일어날 것.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곧 닥칠지도 모른다"라고 희망을 말했다.

또한 그는 "언젠가 산티아고 순례길을 함께 걷고 싶다. 그런 날이 오면 얼마나 좋을까. 지팡이를 짚고 가더라도 둘이 같이 걸어가고 싶다. 그 길을 같이 걸어갈 수만 있다면 좋겠다"라며 자신의 소망을 전했다.

그리고 잠시 후 그의 아버지가 아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정말 괜찮은 건지 먼저 물었다.

이에 박위는 "내 입장에서는 내가 다쳐서 가족들한테 짐이 된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을 계속 간직하고 살고 있었고 지금도 그런 마음이 없지는 않다"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러자 아버지는 절대 아니라며 아들에게 그런 마음을 갖지 말라고 당부했다.

박위는 "나는 진짜 행복하다. 불편하긴 하지만 이 불편함이 내 인생에 어떤 영향을 주진 않는다"라며 자신을 걱정하는 아버지에게 걱정 말라고 했다. 그리고 그는 "내가 더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자신 있다"라며 " 날 조금 더 믿어줬으면 좋겠다. 산티아고 순례길도 같이 가면 된다"라고 웃으며 아버지와 진한 포옹을 나눴다.

휠터뷰를 통해 박위를 만난 이들은 또 다른 누군가의 삶에 기적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박위는 시련의 순간에서 서로를 기억하며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인생이라는 기나긴 여정에서 많은 이들이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오늘도 힘차게 두 바퀴를 굴리며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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