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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회장 vs 관리소장…갑을 관계 못 바꾸나?

<앵커>

인천에서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을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된 입주민회장의 첫 재판이 다음 주에 열릴 예정입니다. 평소 관리비 문제로 갈등을 빚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파트 관리소장들은 일부 주민회장의 횡포를 막기 위해서는 제도를 바꾸고 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사실 주민회장과 관리소장의 갈등은 오래된 문제인데 과연 해결책은 없는 것인지, 김희남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기자>

[뭐야 아이고. 아이고 소장님. 뭐야 이거. 아이고 어떻게 된 거야. 이거. 119 좀 불러주세요. 119.]

인천의 한 아파트에서 입주민회장이 휘두른 흉기에 여성 관리사무소장이 목숨을 잃은 지 50일.

당시 현장을 목격하고 심폐소생을 시도했던 직원은 아직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파트 관리주임 : 눈 감으면 현장이 떠오르고 그러니까 잠을 못 자고 그래서 지금 약을 계속 정신과 쪽 치료를 받고 있어요.]

유족과 어렵게 연락이 닿았지만, 심한 트라우마 탓에 취재진을 만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고 이경숙 소장 유족 : 지금 병원 다니고 있고, 정신과 치료받고 있고, 또 상담사 선생님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 상담하고 있는데 지금 상황이 그래요.]

다른 아파트에서 관리사무소장을 하는 이 여성은 주민회장의 갑질로 심한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털어놨습니다.

[권숙영(가명)/경기도 아파트 관리사무소장 : 저희 (주민)회장 같은 경우에는 (관리)소장이 뽑았거나 자기편을 안 드는 모든 직원을 자르겠다고 하니까요.]

주민회장이 관리소장의 이름을 부르는 것은 예사고,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과 막말을 문자로 보낼 때가 많다고 말합니다.

[권숙영(가명)/경기도 아파트 관리사무소장 : 저희 아이들 이름까지 거론하면서 문자로 이렇게 협박 아니면 공포감을 자꾸 조성하더라고요.]

자치단체에 민원과 진정을 넣어봤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습니다.

[권숙영(가명)/경기도 아파트 관리사무소장 : 지자체 공무원들이 '그냥 좋은 게 좋다' 원만하게 넘어가는 것으로만 하다 보니까.]

실제로 업무 스트레스나 민원 압박으로 목숨을 잃는 아파트 관리소장은 언론에 보도된 것만 최근 10년간 10건, 해마다 1명씩 숨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현행 공동주택관리법에는 입주자대표회의가 관리소장의 업무에 지시나 명령, 부당 개입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켜지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김미란/공동주택 분쟁 전문 변호사 : 생사여탈권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 게 입주자대표회의에 있어요. 그러다 보니까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해도 바로잡기가 굉장히 어렵죠.]

관리사무소장은 대부분 위탁관리업체를 통해 채용됩니다.

그런데 입주자대표회의가 위탁관리업체를 선정하고, 이를 주도하는 사람이 주민회장이다 보니 관리사무소장 인사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입니다.

[남기업/'아파트 민주주의' 저자 : 갑을 관계가 딱 형성돼 있으니까, 그러니까 관리소장의 임기가 (평균) 1년이 채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아파트 관리가 제대로 되기 어렵죠. 보통 3년은 있어야죠.]

참다못한 관리소장들이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일부 주민회장의 횡포를 막아달라며 거리로 나섰습니다.

이들은 최근 숨진 관리소장의 이름을 딴 이른바 '이경숙법'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올바른 아파트 주민자치를 실현하려면 무엇보다 관리사무소장의 임기를 보장하고, 주민회장 갑질에 대한 신고의무제 도입 같은 적극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해 보입니다.

(VJ : 윤 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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